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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도시 구하기, 큰 그림 없이 리모델링으로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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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도시 구하기, 큰 그림 없이 리모델링으로 될까

정부의 지방 소멸 대응, 균형발전 정책 없이 대규모 예산만 쏟아부어…
지방 중심으로 국가 전략 대전환해야
등록 2021.12.26 11:10 수정 2022.12.09 01:17
낡은 주택을 카페로 리모델링한 대전 소제동의 건물. 류우종 기자

낡은 주택을 카페로 리모델링한 대전 소제동의 건물. 류우종 기자


깜깜해도 오래 보면 보인다. 수도권과 대도시의 빛에 가려 어두운 지역이 그렇다.
<한겨레21>은 2021년 8월 말부터 4개월간 ‘지방소멸’ 위기를 심층취재했다. 전남 고흥군, 부산 동구, 경남 거창군, 전남 영암군, 대전광역시에서 도시마다 길게는 10일간 취재했다. 인구절벽 위기인 농어촌 마을, 이주노동자들의 불안정 노동으로 기능을 유지하는 쇠퇴한 산업도시, 초등학교 폐교 위기를 겪는 산촌마을, 신도시가 그늘을 드리운 대도시의 원도심 사람들을 만났다. 소멸, 쇠퇴, 위기라는 공허한 단어를 지역주민들의 살아 있는 목소리로 채우려 했다. 그게 얼마나 보편적인 목소리인지 궁금했다. 89곳 인구감소지역 주민의 실태와 인식 조사에 착수한 이유다.
<한겨레21>은 인구감소지역 89곳 주민 19~64살 남녀 600명을 설문조사했다. 여론조사 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2021년 11월18일~12월2일 온라인 조사로 진행했다. 지역주민의 생활 실태와 인식을 주제로 크게 36가지 질문을 던졌다. 설문 설계와 분석은 지방소멸 위기를 연구해온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과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에게 자문을 구했다. 인구감소지역 89곳 주민에 대한 설문조사는 정부와 언론을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인구감소지역은 2021년 10월19일 행정안전부가 역대 처음으로 지정·고시했다. 인구 증감률, 청년(만 19~34살) 순이동률, 주간 인구 규모, 고령화 비율 등을 반영해 전국 89개 시·군·구를 지정했다. 2022년 지방소멸대응기금도 신설해 인구감소지역에 매해 1조원씩 10년간 투입하기로 했다. 청년 유출과 인구고령화, 인구감소, 도시 기능 쇠퇴의 악순환에 빠진 지방소멸 위기에 대한 방책이다.
설문조사와 동시에 20·30대 표적집단면접조사(FGI)도 진행했다.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군 거주자 3명과 시 거주자 5명을 각각 2021년 12월1일과 2일 인터뷰했다. 20·30대의 언어로 통계를 읽으려 했다. 말에서 통계가 보였고 통계에서 말이 튀어나왔다.
인구감소지역 주민들은 대체로 어제보다 오늘이 낫고, 오늘보다 내일이 나을 거라 기대했다. 이제 정부가 그 기대에 부응할 일만 남았다. _편집자주


지방 쇠퇴에 대응하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부처별로 시행된 크고 작은 사업들로 이뤄져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사업을 꼽자면 행정안전부의 인구감소지역 대응 사업과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이라고 볼 수 있다.

행안부는 2021년 10월18일 89개 ‘인구감소지역’을 지정·고시하고 행정·재정적 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인구감소지역 지원으로는 가장 규모가 크고 강도 높은 정책이다.


행안부 10년 동안 매년 1조원 투입

인구감소지역으로는 17개 광역 시·도 가운데 서울과 광주, 대전, 울산, 세종, 제주 등 6곳을 뺀 11곳이 지정됐다. 광역시 중 부산·대구·인천의 7개 기초지역, 광역도 중 경기·강원·충북·충남·전북·전남·경북·경남의 82개 기초지역이다.

행안부는 앞으로 이들 지역에 지방소멸대응기금을 10년 동안 매년 1조원씩 투입하기로 했다. 동시에 기존의 52개 국고보조금 지원 사업비 2조5600억원(2021년 기준)도 우선 투입하기로 했다. 이 예산을 가지고 일자리 창출, 청년인구 유입, 생활인구 확대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인다. 이들 사업을 위해 국회와 정부는 2020년 12월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을, 2021년 6월 시행령을 개정했다.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 제정도 추진 중이다. 이번 지정에 앞서 행안부는 2017~2021년 ‘인구감소지역 통합지원 사업’으로 30개 지방정부에 610억원을 지원했다.

국토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단일 사업으로는 가장 규모가 큰, 쇠퇴 지역 지원 사업이다. 5년 동안 매년 10조원씩 투입해 전국 500여 곳에서 도시재생사업을 해왔다. 행안부 사업과는 달리 수도권의 서울, 경기, 인천도 사업 대상지에 포함됐다. 이 사업은 도시의 인구·일자리 감소와 주거환경 악화 등에 대응하는 것이다.

국토부 집계로는 2021년 12월 중순까지 전국에 모두 456곳의 사업지가 선정됐다. 2017년 68곳, 2018년 100곳, 2019년 116곳, 2020년 117곳, 2021년 55곳이다. 229개 기초지역 가운데 199곳(86.9%)에 사업지가 있다. 경기에 52곳으로 가장 많고, 세종에 5곳으로 가장 적다. 애초 5년 동안 50조원으로 계획된 예산이 실제 얼마나 투입됐는지에 대해 국토부는 “현재 집계 중”이라고 밝혔다.

2020년까지 주거환경 개선 사업으로 공공임대주택 공급 1만6천 채, 소규모 주택 정비 4200채가 이뤄졌다. 지역 역량 강화를 위해선 도시재생지원센터 406곳, 도시재생대학 183곳이 설치됐다. 도시 활력 회복을 위해선 예비 사회적기업 158개, 마을관리협동조합 14개가 세워졌다. 국토부 김규철 도시재생사업단장은 “2021년 말까지 13곳의 사업을 마치고, 2022년부터는 매년 100곳 이상을 완료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지방 쇠퇴 대응 사업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선 비판적 의견이 대부분이다. 무엇보다 ‘균형발전’이나 ‘분권’ 같은 큰 그림이 없었다는 점을 가장 많이 지적했다.


아무도 챙기지 않은 ‘자문기구’ 컨트롤타워

마강래 중앙대 교수는 “지방 쇠퇴의 가장 큰 원인은 수도권 집중이다. 수도권 집중으로 서울 집값이 폭등했고 저출생 문제도 악화하고 있다. 무작정 재정을 투입한다고 지방이 살아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민원 전 국가균형발전위원장(광주대 교수)도 “부분만 보고 전체를 보지 못했다. 예를 들어 신도시 건설로 구도심이 공동화했다면 리모델링만으로 구도심을 살려낼 수 있을까? 인구와 자원을 어디서 끌어올지 먼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컨트롤타워’(일의 전체 과정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이나 조직)가 없었다는 것도 문제점이다. 이두영 충북경제사회연구원장은 “국가균형발전위원회(균형위)는 행정기구가 아니라 자문기구다. 대통령이 힘을 실어줘야 일할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도, 청와대의 실장이나 수석도 챙기지 않았다. 담당 자치발전 비서관도 별 관심이 없었다. 문 정부에서 지방 쇠퇴를 막고 균형발전을 추진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도 “균형위가 자문위여서 실행 권한이 부족하다. 입안이나 집행 등 실제로 일하려면 행정(집행)위원회로 바꿔야 한다. 현재 관련 법률안이 발의됐는데, 조속히 통과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임기 중 가장 비중 있게 시행된 도시재생 정책에 대해서도 평가는 좋지 않았다. 박재율 지방분권전국회의 상임공동대표는 “도시재생을 하려면 청년들이 와서 그 지역에서 일하고 살아야 한다. 그러나 부산의 경우, 인구는 계속 줄고 청년인구는 수도권으로 빠져나갔다. 수도권 집중을 막지 못하면 지방의 도시재생도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청년인구는 수도권으로 점점 더 몰리고 있다. 수도권의 순유입 20대 인구는 2017년 5만3869명에서 2018년 6만6366명, 2019년 7만5593명, 2020년 8만1442명으로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났다. 2017~2018년엔 수도권에 순유입된 총인구보다 수도권에 순유입된 20대 인구가 더 많았다. 다른 세대에선 지방으로의 순유출이 더 많았다는 뜻이다. 2019~2020년에도 수도권의 순유입 총인구에서 20대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90%를 넘었다.

도시재생은 더 긴 안목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전시에서 도시재생사업을 실행해온 윤용석 도시재생지원센터 정책기획팀장은 “도시재생은 재개발처럼 물리적 변화가 금방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데 정부의 임기가 5년이다보니 단기적 성과에 집중한다. 좀더 길게 보고, 중간지원조직(지원센터)에 권한을 더 줘야 한다”고 말했다.


3단계 해법, 공론화-균형위 격상-마스터플랜 수립

앞으로 지방 쇠퇴를 막고 흐름을 바꾸려면 다음 정부는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안성호 전 행정연구원장은 “수도권 집중으로 집값이 폭등했는데 집값을 잡겠다며 다시 수도권에 3기 신도시와 광역급행철도(GTX)를 건설하면 문제가 풀리겠는가? 수도권 집중형 개발을 중단하고 지방 중심으로 국가 전략을 대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강래 교수는 3단계 해법을 제시했다. “먼저 지역 간 불균형 발전을 전 사회적으로 공론화해야 한다. 그리고 균형위를 행정위원회로 격상해 강한 지휘권을 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균형발전 마스터플랜을 세워 체계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이제 정부의 강력한 개입이 없으면 지역 간 불균형을 완화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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