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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없어지면 내 동생은 어떡하죠

전교생 33명, 1학년 0명인 경남 거창군 신원면 신원초등학교 어린이들의 목소리
아이들은 “폐교는 먼 미래의 일 같아”, 어른들은 빈집 리모델링 등 학교 살리기 안간힘
등록 2021-11-07 06:03 수정 2022-01-26 02:28

경상남도 거창군 신원면은 전국에서 소멸 위험이 높은 지역(읍·면·동 기준) 1위였습니다. 2020년 5월 기준으로 20~30대 여성인구에 견줘 65살 이상 고령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이라는 뜻입니다(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 분석). 2021년 5월엔 신원면이 3위로 내려오고, 거창군 가북면이 전국 1위가 됐습니다. 신원면이든 가북면이든, 거창군은 ‘지방소멸’이라 부르는 거대한 흐름의 한복판에 놓여 있습니다.
2021년 10월19일 행정안전부가 전국 시·군·구 89곳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고시했습니다. 거창군도 89곳 중 하나입니다. 정부가 인구감소지역을 지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우리는 거창군의 최남단 신원면을 찾아갔습니다. 동네 주민들은 “신원면은 거창군에서도 가장 교통이 불편한 오지라, 누구도 오려고 하지 않는 동네”라고 말합니다. 신원면에 우뚝 솟은 감악산에는 겨울철 눈이 많이 내려 교통에 큰 불편을 겪기도 합니다. 해발이 높아, 여름철 기온이 다른 지역보다 5℃ 이상 낮아 고랭지 채소를 많이 재배합니다. 이렇게 춥고, 찾아오기도 힘든 동네에 최근 주민이 늘었다고 합니다. 폐교 위기에 놓였던 신원초등학교엔 오히려 학생 수가 늘었습니다.
2021년 9월과 10월 두 차례 걸쳐 신원면에 머물며 신원초 학생, 학부모, 교사, 주민과 거창군청 관계자 등을 만났습니다. 아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사라지는 마을에 살다’ 두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_편집자주
2021년 9월30일 경남 거창군 신원면 신원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뛰어놀고 있다.

2021년 9월30일 경남 거창군 신원면 신원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뛰어놀고 있다.

경상남도 거창군의 중심인 거창읍에서 버스를 타고 굽이굽이 산을 넘어 1시간가량 지나면 신원면이 나옵니다. 신원면은 거창군 남쪽 끝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곳에 925가구가 사는데, 열 집 가운데 일곱 집이 농사를 짓습니다. 주민의 절반 이상(1498명 가운데 831명)은 65살 이상 고령자입니다. 39살 이하는 168명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최근 신원면에 마법 같은 일이 생겼습니다. 귀하디귀한 0~13살 어린이가 늘어났거든요. 43명(2019년)→ 44명(2020년)→ 58명(2021년). 같은 기간 신원면 전체 인구에는 큰 변동이 없는데(1478명→ 1467명→ 1498명), 왜 어린이가 늘었을까요? 이 마법의 비밀은 신원면의 유일한 초등학교인 신원초등학교에 숨겨져 있습니다. 2021년 9월27~30일, 10월19~20일 두 차례 신원면에 머물면서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 까닭입니다. 신원초 학생과 부모, 교사 등 17명을 학교와 집에서 직접 만났습니다. 지역 인구 감소와 지방소멸을 우려하는 ‘절망’ 가운데서도 ‘희망’을 찾아보고 싶었습니다.

‘빈집’으로 이사 온 지혁이네

신원초는 1926년 설립된 유서 깊은 학교입니다. 89회에 걸쳐 졸업생 2660명을 배출했습니다. 잊지 말아야 할, 아픈 역사를 지닌 곳이기도 합니다. “신원국민핵교? 거기 끌려가서 죽을 뻔했다. 시집온 지 며칠 되지도 않아서 국민학교로 모이라 카데. 군인들이 다 죽인다 켔는데 나는 친척 중에 경찰이 있어서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어. 박산골을 넘어서 친정으로 도망가려고 했는데, 바닥에 다 시체여서 눈을 뜨고 볼 수가 없었어.” 신원면에서 태어난 이남순(88)씨가 기억하는 초등학교는 ‘거창 양민 학살 사건’이 일어났던 곳입니다. 전쟁 중이던 1951년 군인들이 공비를 소탕한다며 마을 주민 719명을 집단학살했죠. 그래서 더더욱 마을 주민들에게 ‘폐교 위기’라는 말은 씁쓸하게 다가옵니다. 어른들이 2020년부터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36~37쪽 기사 참조)을 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애타는 마음을 알 리 없습니다. “우리가 졸업할 때까지만 학교가 있으면 돼요.” “학교가 없어지는 건, 먼 미래 같거든요.” 10월19일 신원초 교실에서 만난 5학년 이혜성(가명) 등 아이들 5명이 재잘댔습니다. 아직 아이들은 모르지만, 폐교는 곧 닥쳐올 미래가 될 수도 있습니다.

신원초에는 2021년에만 14명이 전학 왔습니다. 2021년 2월에 21명이던 재학생 수가 6개월 사이 35명까지 늘었습니다. 전학 오는 아이들에게 ‘살 집’을 보장해주는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 덕분입니다.

거창군은 신원초 폐교를 막고 인구를 늘리기 위해, 신원면에 있는 빈집 4곳을 찾았습니다. 빈집 주인의 동의를 받아 집마다 2천만원을 들여 리모델링했습니다. 큰 집은 아니지만 예쁘게 페인트칠하고 깔끔하게 단장해줬습니다. 입주자는 7년간 무상으로 이 집에 살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4가구 17명이 입주했습니다.

2학년 안지혁(가명) 가족은 2021년 2월, 경남 김해에서 이사 왔습니다. 빈집을 리모델링한 곳에 살고 있습니다. 지혁이 부모님은 아이들이 어릴 때 시골 학교에서 교육받기를 바랐습니다. 신원초뿐만 아니라 경남의 여러 학교를 찾아가 상담했죠. 신원면을 선택한 이유는 살 집을 보장해주고, 유전자변형식품(GMO)을 급식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신원초 방침이 마음에 들어서였습니다. 신원초에선 친환경 쌀, 우리밀, 죽염 등 국산 재료만 쓰고 모든 간식을 유기농 제품으로 제공합니다.

“층간 소음 걱정 안 해도 돼서 좋아요!” 지혁이는 새집에 마당도 있고 뛰어놀 수도 있어 좋다고 자랑했습니다. 지혁이 엄마 이소현(37)씨는 학교 옆에 짓는 임대주택 입주도 신청해놨습니다. 경남교육청과 거창군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협력해 신원초로 전·입학하는 아이들에게 제공할 임대주택을 학교 근처에 짓고 있습니다. 전세 시세의 30~40% 수준으로 자녀 둘 이상인 10가구가 2022년 초에 입주할 예정입니다. 신원초 교감인 서미숙 선생님은 “이미 전국에서 40가구 이상이 학교로 찾아와 전·입학 상담을 하고 갔다”고 말합니다.

경남 거창군 신원면 양지리의 한 빈집. 집주인이 사망한 뒤 오랫동안 방치됐다. 거창군에는 빈집이 457채나 있었는데 이 중 리모델링 등의 방법으로 재활용할 수 없는 철거형 집이 252채, 활용 가능한 집이 205채였다(2019년 9월 기준).

경남 거창군 신원면 양지리의 한 빈집. 집주인이 사망한 뒤 오랫동안 방치됐다. 거창군에는 빈집이 457채나 있었는데 이 중 리모델링 등의 방법으로 재활용할 수 없는 철거형 집이 252채, 활용 가능한 집이 205채였다(2019년 9월 기준).

지우가 반년 만에 전학 간 이유

그러나 10월14일, 신원초에 1학년이 없어졌습니다. 유일한 1학년이던 류지우(가명)가 바로 옆 함양군으로 전학 갔기 때문이죠. 이제 학교에는 1학년 없이 2~6학년 각 1학급만 있습니다. 전교생은 모두 33명이 됐습니다.

9월27일 처음 취재 갔을 때 만난 지우는 “집 마당에서 강아지를 키울 수 있어 거창이 좋다”고 자랑했습니다. 강아지 이름은 “하늘이와 구름이”. “그냥 시골 똥개”입니다. 지우는 3월에 친구 김라연(가명) 가족과 함께 울산에서 전학 왔습니다. 지우는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습니다. 친구들이 떠났기 때문입니다. 지우와 함께 신원초에 입학한 라연이는 9월 함양군으로, 울릉도에서 전학 온 친구도 7월 다시 울릉도로 돌아갔습니다. 1학기만 해도 3명이었던 1학년에 지우 혼자 남았습니다. “친구가 한 명도 없어서 싫어요. 라연이네 학교에는 같은 반 친구가 16명이래요. 부러워요.” 지우도 결국 신원초를 떠났습니다.

지우네와 라연이네가 신원면을 떠난 가장 큰 이유는 부모님 일자리 때문입니다. 지우 엄마아빠는 신원면에서 차로 50분가량 떨어진 함양군에서 택배 대리점을 운영했습니다. 엄마아빠는 아침 7시에 집을 나가, 저녁 8~9시에 돌아왔습니다. 지우와 지우 오빠 현우(2학년·가명)는 수업이 끝나면 학교 돌봄교실에서 오후 4시30분까지, 학교 앞 지역아동센터에서 6시까지 시간을 보냈습니다. 두세 시간씩 아이들이 방치되는 게 걱정된 지우 엄마아빠는 결국 직장과 가까운 학교로 전학을 결심했습니다.

괜찮은 일자리만 있었어도

어렵게 도시에서 시골로 이주했지만, 지우와 라연이 부모는 다시 거창을 떠났습니다. 김해에서 이주한 지혁이 엄마 이소현씨는 거창에서 아이들을 계속 키우고 싶다고 말합니다. 지혁이 아빠는 거창의 한 식품회사에 취직했습니다. “김해에서 했던 일과 비슷한데, 일은 더 많고 급여는 더 적어요. 거창에는 좋은 일자리가 없어요. 여기로 이사 올 때 면사무소에서도 일자리를 알선해줬는데 재난지원금 안내원, 산불 감시원 등 2~6개월짜리 단기 일자리뿐이었어요.”

4학년 성연우와 신원초 병설유치원에 다니는 성연주 남매의 엄마아빠는 학교 앞에서 치킨가게를 합니다. 5년 전, 진주에서 거창으로 오면서 아무런 연고도 없는 동네였지만 치킨가게가 없다는 것을 알고 창업했습니다. 뷔페 요리사였던 아빠가 닭을 튀깁니다. 파전과 막걸리도 팝니다. 학교 친구들은 “우리 동네에도 이제 치킨가게가 있다”고 자랑합니다. 엄마 조명주(37)씨는 돌봄전담교사 자격증을 따서, 신원초에서 일합니다. 2학년 8명이 방과 후 4시30분까지 돌봄교실에서 조씨와 함께 생활합니다.

거창에 좋은 일자리가 없어 학부모들이 떠나는 것을 걱정하며 조씨는 ‘돌봄’과 ‘일자리’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아이디어도 내놓았습니다. “농사일은 1년 내내 안정적으로 일할 자리가 없어요. 주민들 생활에 도움이 되는 일자리를 지원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0~4살 아이를 돌볼 사람이 부족해요. 거리가 멀어 읍에서 잘 안 오려고 하거든요. 신원면 주민들을 아이돌보미로 교육하면 어떨까요.”

2학년 안지혁(가명) 가족의 집. 거창군은 신원초 폐교를 막고 인구를 늘리기 위해, 신원면에 있는 빈집 4곳을 찾아 집마다 2천만원을 들여 리모델링했다. 이를 통해 4가구 17명이 입주했다.

2학년 안지혁(가명) 가족의 집. 거창군은 신원초 폐교를 막고 인구를 늘리기 위해, 신원면에 있는 빈집 4곳을 찾아 집마다 2천만원을 들여 리모델링했다. 이를 통해 4가구 17명이 입주했다.

4학년 민제는 병원이 너무 멀다

좋은 일자리만 부족한 것은 아닙니다. 4학년 김민제는 신원면이 “다 좋다”면서도 딱 하나 아쉬운 점을 꼽았습니다. “병원이 너무 멀다”는 점이었어요. 민제 가족은 2021년 9월 부산에서 이사 왔습니다. 민제는 어릴 때 백혈병을 앓았습니다. 이제는 거의 다 나았지만 정기검진을 해야 합니다. 거창읍에도 큰 병원이 없어, 민제는 원래 다니던 부산 고신대병원을 갑니다. “부산 병원에서 1시간 가까이 기다려서 엑스레이 찍고 채혈했어요. 채혈하는 데 1분 걸렸나? 그동안은 6개월에 한 번씩 갔는데 이제 1년 뒤에 오래요.”

신원면에는 진료받을 수 있는 곳이 보건지소가 유일합니다. “감기 걸려도 거창읍까지 가야 해요.” 민제 옆에 있던 5학년 혜성이가 말을 덧붙입니다. 보건지소에서는 아이들 예방접종도 해주지 않습니다. “보건지소에서 아이들 약도 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약국이 아예 없고 소화제, 해열제 정도만 살 수 있거든요.”(조명주씨) 버스 타고 1시간가량 나가면 거창읍에 병원이 3곳, 의원이 22곳 있긴 합니다. 하지만 병원에 진료과가 많지 않아서, 대부분 사람이 멀더라도 진주나 대구 병원으로 갑니다.

신원초엔 이름이 같은 5학년 김지민(가명)과 4학년 김지민(가명)이 있습니다. 성별도 이름도 같아 ‘큰 지민’과 ‘작은 지민’ 또는 ‘큰 만두’와 ‘작은 만두’로 불립니다. 두 아이 모두 이 마을에서 유치원부터 초등학교까지 다녔습니다. 4학년과 5학년에서 유일한 여학생이었다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1학년 때부터 같은 학년에 여자가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남자아이처럼 굴기로 했어요.”(5학년 김지민) 지민의 말에 같은 학년 쌍둥이 박준과 박훈은 “우리 다 지민한테 맞고 다닌다”며 투덜거렸습니다.

2020년 신원중 폐교, 그 자리엔 노인요양시설

‘작은 지민’도 여자친구가 없어 외로웠다고 털어놓았습니다. “1~2학년 땐 저 혼자 놀았어요. 남자애들끼리 하는 놀이에 안 끼워줬거든요.” ‘작은 지민’에게 9월 부산에서 전학 온 선아는 구세주입니다. 민지는 선아가 다시 부산으로 가버릴까봐 겁이 납니다.

같은 학년에 친구가 적으니, 학년과 상관없이 모두가 친하게 지냅니다. 영어·과학 과목을 전담하는 박종석 선생님은 “큰 학교는 아이들끼리 무리 지어 다니는데 작은 학교라 그런지 친구를 따돌리거나 싸우는 일이 거의 없다”고 말합니다. 다만 5학년 담임을 맡은 정원복 선생님은 “일대일로 지도해주는 장점은 있지만 서로 경쟁하면서 자극받을 수 없는 점은 아쉽다”고 했습니다. 신원초에는 교장, 교감 선생님을 포함해 모두 9명의 선생님이 있습니다.

“그저 우리 아이들이 좋은 자연환경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건강하게만 자랐으면 해서 여기로 왔어요.” 지혁이 엄마 이소현씨는 거창에서 아이들을 계속 교육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지금 당장은 큰 불만이 없습니다. 아이들은 방과후교실에서 검도, 미술, 골프 등을 배웁니다. “부산에서 영어학원을 다녔는데 여기서는 아빠가 문제집 줘서 하고 있어요. 학원에 가면 친구들이랑 놀 수 있는데, 그거 말곤 비슷해요.”(4학년 김민제) 지혁이는 색종이접기를 하는 개인 유튜브 채널도 만들었습니다. 서미숙 교감 선생님은 “온라인 교육이 발달돼 있는데다, 유튜브 등을 잘 활용하는 아이들이라 도시와 교육 격차는 거의 없다”고 말합니다.

감악산 정상에서 바라본 경남 거창군 신원면 전경.

감악산 정상에서 바라본 경남 거창군 신원면 전경.

전교생 33명 중 13명은 다문화가정

그러나 문제는 초등학교 이후에 있습니다. 신원초에서 걸어서 5분 떨어진 곳에 있는 신원중학교는 2020년 폐교됐습니다. 학교 부지에는 공립 치매전담형 노인요양시설이 들어올 예정입니다. 아이들은 중학교에 다니려면 거창읍까지 가야 합니다. 거창읍에는 중학교 5곳이 있습니다. 경남교육청은 중학생이 신원면에서 거창읍까지 통학하는 택시비(편도 2만원, 월 80만~100만원)를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현재 신원면에 사는 중학생 7명이 택시를 타거나, 부모님 차를 타고 통학합니다.

신원초에 다니는 학생 33명 가운데 13명은 엄마가 이주여성인 다문화가정의 자녀입니다. 엄마들의 고향은 베트남, 중국, 캄보디아 등 다양합니다. 5학년 혜성이는 외국에 가봤다며 어깨를 으쓱입니다. “우리 엄마 고향이 베트남이에요. 베트남에 가서 쌀국수를 먹었는데 매일 먹어도 안 질려요.” ‘큰 지민’이가 설명을 덧붙입니다. “준이랑 훈이 엄마는 중국 사람이에요. 우리 학교엔 다문화가정이 많아요.”

아이들에게 ‘다문화가정’이란 단어는 낯설지 않습니다. ‘다문화 인식’ 교육을 받기도 하지만, 교사들이 이 교육이 굳이 필요 없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다문화가정이 많고 어릴 때부터 같이 자라서 아이들이 편견이 없어요. 오히려 부모님들이 다문화 관련 교육을 꺼려요. 이미 아이들끼리 잘 지내고 있는데, 오히려 편견이 생기게 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요.” 3학년 담임을 맡은 김성학 선생님의 말입니다.

엄홍주(63)씨는 신원면에서 태어난 토박이입니다. 그가 졸업한 신원중학교가 이미 폐교돼서, 신원초등학교만큼은 폐교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2020년 7월, 거창군에서 신원초와 가북초를 ‘작은 학교 살리기’ 사업 대상으로 선정했고 9월 학교별 민관협치위원회가 구성됐는데 엄씨가 위원장을 맡았습니다. 그는 ‘신원 신바람위원회’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초등학교뿐만 아니라 신원면을 살리자는 취지였죠. 빈집 리모델링과 임대주택 건설이 시작된 뒤, 동네에는 아이가 늘어났고 젊은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엄씨는 신원초 동창들에게서 학교발전기금을 모으는 데도 열심입니다. 아이들에게 장학금 등을 지원해주기 위해서인데, 4천만원이 모였습니다.

아이들도 미래를 걱정한다

엄씨는 앞으로 신원면이 아이보다 ‘어른이 살기 좋은’ 곳이 되길 바랍니다. “다문화가정이 많아져서 최근 아이가 꽤 늘었는데, 이제 미혼 남녀가 없어서 더 이상 태어날 아이가 없을 것 같아요. 아무리 초등학교가 좋아도 학부모들이 먹고살 거리가 없으면 아무도 이 동네에 들어오려 하지 않겠죠. 그래서 아이보다 어른이 살기 좋은 동네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5학년 혜성이의 꿈은 버스 운전기사입니다. 마을에서 어딜 가든 버스를 타야 하기 때문에, 거창군 버스 노선표를 다 외우고 있습니다. 그런 혜성이에게 ‘폐교’는 여전히 ‘먼 미래’의 일처럼 생각되지만, 버스 이야기를 할 때면 ‘당장의 걱정’이 됩니다. “동생 한 명은 2학년, 한 명은 아직 4살이에요. 저는 버스 타는 걸 좋아해서 중학교는 버스 타고 가면 되는데, 막내가 다닐 초등학교가 없어지면 그땐 어떡하죠?” 혜성이도 실은 미래가 걱정입니다.

거창(경남)=글 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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