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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년 만의 대면

등록 2021-10-16 02:28 수정 2021-10-16 02:28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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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년 만에 마주 앉았다. 이산가족 상봉이 아니다. 2021년 10월5일 삼성전자 노사가 임금교섭에 들어갔다. 본사의 교섭 결과는 삼성전자판매, 삼성전자서비스 등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오후에는 두 번째 만남이 이루어졌다. 삼성전자 노조 쪽에는 4개 노조 공동 교섭단이 참가하고 있다. 한국노총 금속노련 산하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을 비롯해 삼성전자사무직노동조합, 삼성전자구미지부노동조합, 삼성전자노동조합 등이다. 이들이 사 쪽에 제시한 요구안에는 연봉 인상과 코로나19 격려금 지급에 관한 내용 등이 담겼다.

이번 ‘상봉’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20년 5월6일 공식적으로 ‘무노조 경영’ 방침을 폐기하겠다고 밝히면서 이뤄졌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와 경영권 승계 과정에 불거진 편법·불법 의혹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는 자리에서 “더 이상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 노동 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확실히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의 노동조합 탄압 역사는 오래됐다. 그만큼 치밀했다. 2018년 <한겨레>가 단독 입수해 보도한 ‘삼성 내 노조 활동 전반에 대한 단계별 대응 지침’을 보면, ‘노조 설립 전부터 각 협력업체와 협조를 구축해 노조 설립을 조기에 와해시킨다’ ‘표적감사 등으로 인사·금전적 불이익을 준다’ ‘단체교섭 지연’ ‘노조가 시위를 벌이면 회사 쪽에서 반대 시위를 기획한다’ 등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이를 주도한 조직이 미래전략실이다.

삼성에는 민주노총 산하 산별노조로 삼성전자판매지회도 조직돼 있다. 2021년 6월16일 첫 회의를 한 삼성전자판매지회는 2030세대가 주축을 이룬다. 휴대전화, 가전의 불티나는 판매로 연일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하는 삼성전자의 새 역사에는 ‘노조’도 자리잡길. 이번 교섭에 임하는 삼성의 태도에서 그 향방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임경지 학생, 연구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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