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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큐레이터] 한센병 환자 가족, 일본에 보상 청구

등록 2021-05-01 23:34 수정 2021-05-02 10:22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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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센병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보상을 청구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은 한센병 환자들을 극단적으로 격리하는 정책을 폈다. 보통 ‘나병’이나 ‘문둥병’으로 낮춰져 불려온 한센병은 나균이 신경계에 침투해 생기는 병으로, 환자들은 손과 발, 얼굴 등의 피부가 곪고 신경이 마비되는 증상을 겪는다. 치료하고 나서도 피부 변형과 신경 손상 후유증이 남는다. 전염된다는 오해로 공동체에서 배척당한 한센병 피해자들의 역사가 깊다.

1930년대 일본에서 만든 ‘나병예방법’은 1990년대까지 한센병 환자 격리 정책의 바탕에 있었다. 일본은 당시 식민지였던 우리나라와 대만의 한센병 환자들을 섬에 격리했다. 감염을 막고 제대로 치료하겠다는 것이 명목이었으나, 이들은 섬에서 최악의 인권유린을 당했다. 강제노동은 기본이었고, 환자 가족까지 정관수술과 임신중단을 강요당했다. 소설 <당신들의 천국>으로 알려진 전남 고흥군에 있는 섬 소록도에는 1940년대 6천여 명에 이르는 환자가 강제 수용됐다. 해방되고도 이들의 인권은 제대로 보호되지 못했다.

2001년 일본의 한센병 환자가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한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센병 피해자 보상을 본격적으로 논의했다. 일본 정부는 일본 내 환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보상법을 제정했고, 2006년에는 일제강점기 한국과 대만의 한센병 환자들에게까지 보상법을 적용하기로 했다. 2019년 일본 법원이 환자 가족들에 대한 차별 역시 정부가 보상할 부분이라고 판결하자 피해자 보상은 급물살을 탔다. 당시 아베 신조 총리가 고개를 숙였고, 일본 국회는 한센가족보상법을 제정했다. 환자의 친자와 배우자에게 180만엔(약 1800만원), 형제자매에겐 130만엔을 지급하는 것이 법의 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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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법이 제정됐다고 한국의 한센인 환자 가족들까지 바로 보상받는 건 아니었다. 오래전 일이라 증거를 구하기도 어렵고, 한센병 환자 가족이라는 낙인과 편견이 두려워 보상 청구를 주저하는 이가 많았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변호사들이 나서서 도운 끝에, 2021년 4월19일 국내 한센병 환자 가족 62명이 처음 일본 변호인단을 통해 일본 후생노동성에 피해 보상을 청구했다. 이들은 한센병 피해자에 대한 보상뿐 아니라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 문제와 강제노역 등 다른 과거사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라며 일본 정부를 상대로 목소리를 높였다.

천다민 유튜브 <채널수북> 운영자

관심 분야 문화, 영화, 부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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