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합뉴스
이미 우린 ‘택며들었다’(택배에 스며들었다는 말을 줄인 것). 최근 한 아파트 단지 후문에 택배 수백 개가 쌓인 ‘택배 대란 사건’이 일어났다. 사건 발단은 5천 가구 규모의 해당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이하 입주자회의)에서 단지 내 지상 도로 차량 통행을 전면 금지한 것. 이유는 안전 문제다. 트럭 같은 크고 높은 차량은 어린이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입주자회의에서 제시한 대안은 지하주차장을 통해 배송하라는 것인데 문제는 택배 배송 차량인 ‘탑차’가 지하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사실. 지하주차장은 높이 2.3m 이하 차량만 출입이 가능한데 대부분 탑차 높이는 2.5~3m다. 그러자 입주자회의는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한다. 첫째 저상탑차를 이용하거나, 둘째 기존 탑차를 쓸 경우 주차가 가능한 지상에 세운 뒤 손수레로 문 앞까지 배송하라고.
그러나 택배노동자들은 모두 현실적이지 않은 대안이라고 선을 긋는다. 진경호 전국택배노동조합 위원장은 저상탑차로 바꾸는 데 비용(300만원)이 든다고 했다. 거기다 저상탑차는 택배노동자의 노동 강도를 높인다. 허리를 90도로 숙이고 무릎을 굽혀 들어가 물건을 꺼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저상탑차에 탑승해본 기자는 3분 만에 무릎과 허리가 아파졌다고 체험 후기를 전했다. 손수레 배송 역시 노동 강도를 높인다. 이 아파트 단지에서 택배기사가 하루에 감당하는 물량은 보통 400여 개로, 손수레로 배송하면 점심쯤 시작한 배송 업무는 밤 9시가 돼야 끝난다고 한다. 차량 지상 출입을 금지한 이유는 어린이 안전 문제인데 택배노동자의 안전은 담보하지 않은 조처다. 뿔난 택배노동자들은 4월8일 기자회견을 열어 단지 내 차량 출입 허가를 요구했다.
임경지 학생, 연구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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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분야 주거,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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