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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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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이익은 언제부터 투기꾼에게?

시선 ① 공공택지 개발에서 이익은 LH와 건설사, 시민 사이 어떻게 배분되었나
등록 2021-04-03 20:35 수정 2021-04-06 23:54
2005년 전국철거민협의회가 토론회를 열어 경기도 성남시 판교 개발이익의 사회화 방안과 판교 주민의 거주권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5년 전국철거민협의회가 토론회를 열어 경기도 성남시 판교 개발이익의 사회화 방안과 판교 주민의 거주권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는 우리 시대의 긴급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사회의 균형은 건물의 문제로 귀착된다. 우리는 이러한 정당한 양자택일로 결론을 맺는다. 건축이냐 또는 혁명이냐. -르코르뷔지에 ‘대량생산주택’

공공성. 풀이하기 나름인 단어를 ‘당대의 긴급한 문제를 공동체가 함께 해결해 시민 전체의 이익을 늘리는 일’ 정도로 적어두고. 수도권 공공택지1 약 567㎢(1991~2019년 공급 실적 합계)를 떠올린다. 아파트가 들어찬(찰) 넓은 땅 앞에 공공성을 떠올리는 일은 역시 낯설다. 내 개인적 이익을 셈한 뒤, 욕망하거나 원망하는 쪽이 자연스럽다. 당연한 일 같지만, 땅과 그 땅을 다진 공기업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혁명적인’ 기원(상자기사 참조)을 떠올리면 또 이상한 일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절대적으로 부족한 주택 수를 채우는 데 만족했던 개발연대 택지개발의 공공성은, 아파트가 지닌 본래 의미(도시 서민의 주거 공간)가 자산으로서 의미로 완전히 바뀐 2000년대 이후, 새로 정의해야 했다. “주택 보급률 수준을 볼 때 절대적인 공급량 문제를 벗어났다. 2000년대 택지개발의 핵심은 개발이익이 공기업·건설사·시민 이익 사이에서 어떻게 배분되는가로 넘어갔다. 저렴한 집값 유도, 공공 자산 축적 같은 시민의 이익은 이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줄었다.”(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

땅이 △택지지구로 지정되고 △다져진 채 건설사에 팔리고 △건물을 이고 △뜨거운 부동산 시장에 새 자산으로 들어서는 각 과정에서 막대한 이윤이 난다. 실질 가치를 덜고 남는 이윤을 ‘어떻게 배분하는가’는 그대로 한 사회의 모습이다. LH와 건설사, 시민 사이 개발이익이 배분된 과정을 몇 번의 택지개발과 크고 작은 제도 변화로 되짚어본다. 공공성이 사적 이익에 자리를 내어준 과정이다.

2006년 택지 개발 중인 판교 신도시. 연합뉴스

2006년 택지 개발 중인 판교 신도시. 연합뉴스

2기 신도시에서 보는 데자뷔

2006년 경기도 성남시 판교 신도시 첫 분양 분양가는 평당 1200만원을 넘어섰다. 막 판교 개발 이야기가 나왔던 2001년만 해도 700만~800만원 분양가를 점쳤다. 아파트 가격을 매기는 기준은 택지 조성과 건축 원가에서, 시장가격으로 돌아섰다. 즉 공공택지에서조차 공공이 아파트 가격을 주도하는 대신, 시장이 공공의 가격을 이끌었다.

분양가 자율화(1999년)로 아파트 분양가가 별다른 통제 없이 시장가격을 따를 길이 열렸다. 1990년대 초 분양한 1기 신도시만 해도 아파트를 짓는 원가에 연동해 분양 가격을 매겼다. 택지 조성원가에 정해진 건축비를 더한 뒤 적정한 이윤만 건설사나 LH에 보장하는 식이다. 건설사들의 지속적인 반발, 건설시장 선진화라는 명분, 무엇보다 경제위기가 배경이다. 그 결과는? ‘고분양가 → 주변 집값 상승 → 이를 바탕으로 한 고분양가라는 연쇄반응으로 이어져 집값 급등을 초래했다’고 정부는 10년 뒤 스스로 평가한다.(2007년 2월,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분양가 합리화 왜 필요한가’)

2기 신도시의 시작점, 판교 신도시를 건설할 때 긴급한 문제는 서울 강남 집값 상승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분양가 자율화로 흐트러진 가격 규제를 되살리지 않았다. 그 상태에서 공급 확대를 통한 서울 수요 분산이면 될 거라고 했다. 이제는 익숙해진 풍경이 이어졌다. LH가 판교에서 토지를 강제 수용한 가격은 평당 93만원이다. 이 땅이 재산의 전부인 원주민은 내몰리며 절규하나, 발 빠른 외지 투자자는 별 손실 없이 이득을 본다. 무엇보다 판교 주변 땅값이 무섭게 들썩인다. 판교와 그 주변, 공직자 투기가 적발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부동산 가격 상승은 전국 곳곳으로 퍼진다. 한바탕 요란을 ‘판교 광풍’이라고 이름 붙인다. 정부는 그제야 부랴부랴 판교 분양을 중단하고 대책을 내놓았다. 8·31 대책(2005년)에서 분양원가 연동제를 되살리고, 민간 건설사가 아닌 LH 주도의 공영 개발을 하겠다고 한다.

다만 이상했다. 정부가 말한 분양원가는 분양가 자율화 이전에 쓰던 그 표준 건축비가 아니다. 건설업체와 공청회를 한 뒤 새로운 건축비 체계를 만들어낸다. “이전에 있던 표준 건축비는 주택공사 임대아파트 기준이라며 훨씬 비싼 새로운 건축비를 기준으로 삼았다. 아파트의 기본 뼈대에 큰 가격 차이가 있을 수 없어, 그 근거가 무엇이냐고 했을 때 답을 내놓지 못했다. 지금은 자료가 없어졌다고 한다.”(김성달 국장) 새로운 건축비를 바탕으로 매년 두 차례 지금도 원가 연동에 쓰는 건축비는 오르고 있다.

무엇보다 기묘한 건 공영 개발이다. “공공임대주택이나 공공이 땅을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으로 공공 자산을 지켜야 한다”고 시민단체는 주장했다. 현실에선 그저 민간 건설사와 별다를 바 없이 LH가 분양하는 공영 개발이 이뤄졌다. 그나마 10년 동안 임대로 살고 나서 분양으로 전환하는 10년 분양 전환 주택을 도입하기는 했다. 다만 10년이 지난 뒤 이뤄진 분양 전환은, 다시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삼았다. 10년 사이 판교 아파트 가격은 3배 넘게 올랐다. 감당할 수 없는 거주자는 쫓겨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런 방법으로 LH가 판교에서 땅과 아파트를 팔아 최소한 8조2천억원에 이르는 이익을 남길 것으로 추정한다. 공기업은 판교에서 그저, 수익성 좋은 ‘건설사’가 됐다.

그나마 이런 소동을 겪으며 분양가상한제2가 불완전하게나마 부활했다. 분양원가가 일부 단지에서 공개됐다. 보금자리주택이라는 이름으로 공기업이 시세의 반값 수준으로 아파트를 분양하기도 했다. 공기업의 이윤은 줄었을 터다. 그러나 “보금자리주택지구의 주변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은 비교 집단에 비해 7.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이현지 등,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이 주변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에 미치는 영향’) 아파트 가격의 전반적인 하락은 집의 수요자, 즉 시민 전반의 이익이다. 물론 오래가지 못했다.

방만 경영에 민간의 창의를 불어넣은 결과

2020년 경기도 과천 지식정보타운 첫 분양 분양가는 2290만원에 이른다. 그동안 대부분 신도시와 달리 택지를 조성하는 단계부터 LH가 독점하지 않았다. 민간 사업자와 공동으로 진행했다. LH가 내려놓은 독점적 권한은 역시 시민의 이익으로 흐르지 않았다. 민간 건설사의 이익이 됐다.

민간과 함께 택지를 개발하기까지 공기업의 반성이 있었다. 공공성에 대한 반성은 아니다. 영리기업으로서 반성이다. 2013년 12월 정부는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발표한다. 부채 줄이기가 모든 공기업의 지상 과제가 됐다. 공공기관의 과다한 자녀 교육비 지원, 느슨한 근무 행태, 고용 세습 같은 방만 경영을 전시하며 시민의 분노를 자극했다. ‘비정상’의 맨 앞자리에 놓인 LH가 부채를 줄인 실질적인 방법은 공공 자산을 민간에 파는 일이었다. 택지개발촉진법을 무력화하며 대규모 도시 개발을 소규모 개발로 축소했다. 여기에 더해 민간의 창의와 활력을 활용하는 사업 추진에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판매목표관리제, ‘1조원 더 팔기’ 같은 정책을 내걸고 전사 비상판매 체제를 시작했다.(2014년, ‘LH 부채감축계획’) 보유한 땅을 파는 데 온 힘을 다했다. LH가 보유한 땅 약 2480만㎡(750만 평)가 2013~2016년 4년 동안 민간 건설사에 팔렸다.(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정감사 자료) 곧 도래할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 전반적인 부동산 가격 안정이나 공공주택 보급을 위해 사용할 수도 있었던 땅이다.

과천을 개발하며 LH는 민간 건설사에 주변 땅값보다 싸게 땅을 넘겼다. 다만 LH도 손해 보지는 않았다. 이전에 조성원가3 수준으로 공급했던 60~84㎡ 중형 아파트 택지까지, 좀더 시장가격에 가까운 감정가로 공급하기로 했으니까.(2014년, 택지개발업무처리지침 변경) 택지 가격을 높여 이익을 챙겼다. 이는 높은 분양가로 이어진다. 그 차액은 LH 몫이다. 이제 건설사 몫을 좀더 챙긴다. 2014년 폐지했던 분양가상한제가 2019년 부활했지만, 무늬만 남았다. 분양가상한제의 근거를 이루는 기본형 건축비4의 적절성도 의문, 여기 좀더 나은 자재를 썼다며 덧붙이는 가산비5는 고무줄이다. 지방자치단체의 분양가 심사 과정도 주먹구구다. “기본형 건축비 산정 과정에서 면적 누락과 단가 적용 오류… 건축비 가산비에 대한 인정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분양가 심사 매뉴얼이 공유 미흡….”(감사원, ‘아파트 분양가상한제 운영실태’, 2020년)

부풀려진 건축비는 분양가에 보태 그만큼 건설사의 이익이 된다. 택지 조성에 참여한 LH와 건설사가 이익을 가져가고, 오른 분양가는 시민이 지불한다. 공공이 아파트 가격 전반에 대한 통제 능력을 상실한 사이, 부동산 가격 전반은 무섭게 상승하고 있다. 8억원 넘는 아파트마저 로또가 돼버렸다. 청약 열풍이 인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LH 부채비율은 2010년 461%에서 2019년 254.2%까지 줄었다. 애초 건전한 LH가 존재해야 했던 이유, 주택시장에서 시민 이익을 지킨다는 의미만은 한껏 줄어든 채다.

2014년 박근혜 대통령이 ‘공공기관 정상화 워크숍’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4년 박근혜 대통령이 ‘공공기관 정상화 워크숍’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공공성을 되찾는다면

2021년 3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벌어진 LH 사태 앞에, 공기업·건설사·시민 이익 사이의 개발이익 배분을 논하는 일은, 어쩌면 어색하다. 개발이익을 둘러싼 다툼은 시민 사이에서 벌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청약에 탈락한 A가, 로또 분양에 성공한 B의 자리를 욕망하고 또한 비판한다. 현상만 놓고 보면 영 틀린 얘기는 아니다. 개발이익 70% 정도가 주택 수분양자에게 주어졌다는 분석도 있다.(김현수·신두영, ‘택지개발사업의 개발이익과 영향요인 분석연구’)

그런데 정말 이렇게, 시민 서로가 서로를 원망할 수밖에 없었을까? 1999년 원가를 중심으로 한 아파트 가격 기준이 시장 자율화 앞에 무너지지 않았다면. 2004년 판교 개발이 공공임대주택과 토지임대부주택 같은 주거 공공성 확대로 이어졌다면. 2020년 과천에서 공기업이 건설사와 함께 부동산 시장의 가격 폭등에 얹혀 돈을 버는 대신 본연의 역할에 집중했다면. 그럼에도 주택의 자산화와 가격 상승을 완벽히 막아내지 못했을지 모른다. 부동산 가격에는 너무 많은 변수가 끼어 있으니까. 하지만 집이라서, 집이니까 지녀야 할 공공성을 지켜내려는 LH의 안간힘을 대개 시민이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기는 했을 터다.

현대식 아파트의 기원으로 치는 ‘위니테 다비타시옹’을 지은 르코르뷔지에가 여러 글에서 던진 양자택일, 건축이냐 또는 혁명이냐. 건축가는 어떤 글에서는 한 문장을 덧붙인다. 혁명은 피할 수 있다. ‘시장 논리 앞에 공기업이 버리고 줄여온 공공성, 시민 이익을 되찾는다면’ 정도의 단서를 2021년 한국 땅에 관해서라면, 구태여 덧댈 수 있겠다.

3억1천 평의 나눔
1981~2020년 공공택지 개발사
1978년, 서울 땅값은 한 해 전보다 135.7% 올랐다. 서울의 주택 보급률은 55.9%, 몰려드는 인구 탓에 20년 전(61.8%)보다 집이 부족하다(1980년). 택지 공급이라 할 만한 건 주로 땅을 정리하고 용도를 변경하는 토지구획정리다. 땅주인의 소유권(사적 이익)은 거의 그대로 인정한다. 정리한 땅으로 되돌려준다(환지 방식). 대개 개인들이 알아서 그 땅에 주택을 짓길 바란다. 주택 건설은 더디다. 땅값만 오른다. 집 지을 땅은 점점 찾기 어렵다. 한계에 이르렀다.
이듬해 토지금고는 한국토지공사(2009년 대한주택공사와 합쳐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 개편, 이하 LH로 통칭)로 이름을 바꿔 달았다. 뒤이어 택지개발촉진법(1981년 시행)으로 LH는 엄청난 권한을 쥔다. 독점적으로 대규모 땅을 강제 수용할 수 있다. 땅의 용도도 마음껏 변경할 수 있다. LH는 이미 싼 가격으로 남아 있는 전국 땅 약 1억 평(330㎢) 정도도 추려놓은 터다. “혁명적인”(택지개발촉진법을 주도한 오관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이 했다는 말) 전환이다. 민간과 개별 땅주인에게 의존하던 소규모 주택 공급을 공공이 직접 나서는 대규모 개발로 뒤집었다.(유기현·서순탁, ‘신제도주의 관점에서 본 택지개발 제도변화 분석’ 참조) 그 땅에는 많은 인구를 소화하되, 어느 정도 주거 질을 보장하는 아파트를 짓기로 한다. 그 가운데는 물론 LH가 섰다. 이제는 마땅한 풍경인 양 즐비한 ‘아파트숲’의 시작은 그러므로, 당대 나름의 ‘공공성’이다. 물량과 속도 중심의 주택 정책, LH로의 택지 권력 집중, 원주민 내몰림 같은 적잖은 문제도 낳았다. 다만 그 시절 긴급한 문제라 할 만한 절대적인 주택 부족을 얼마간 해소했다.
그렇게 40년이 흐르는 동안, 두 번의 대규모 신도시 개발에 이어 세 번째 신도시 계획이 진행된다. 모두 합쳐 약 222㎢(약 6715만 평, ‘2020년도 주택업무편람’) 규모다. 그사이에도 쉼 없이 공공택지 개발은 이어졌다. 1991년부터 2019년까지 전국에 공급된 공공택지를 모두 더해보면 약 1028㎢(약 3억1천 평)에 이른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표지이야기 - LH 사태를 보는 세 가지 시선
http://h21.hani.co.kr/arti/SERIES/2337/

*용어 설명
1. 공공택지
택지개발촉진법이나 공공주택특별법 등에 따라 정부, 공기업, 지방자치단체 등이 직접 개발하는 택지.

2. 분양가상한제 공공택지 등의 분양가를 제한하는 제도. 정부가 정한 택지비(택지비+택지 가산비)와 건설비(기본형 건축비+건축 가산비)를 바탕으로 각 지방자치단체 분양가심사위원회에서 결정한다.

3. 택지 조성원가와 감정가 LH 등이 조성한 토지 공급 가격은 조성원가 이하(소형 임대주택이나 학교), 조성원가(단독주택용지 등), 감정가(분양주택 등)로 나뉘어 매겨진다. 조성원가보다 감정가가 높을 가능성이 크다.

4. 기본형 건축비 국토교통부가 고시하는 아파트 건축 비용. 매년 두 차례 조정한다.

5. 가산비 택지비나 건축비에 더해 입지 특성이나 친환경, 초고층 같은 특수 설계 등의 이유로 덧붙이는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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