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 김봉규 선임기자
전두환씨 1심 재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지켜보는 이들 모두 복잡한 심경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전두환씨는 2017년에 펴낸 자신의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여러 차례 주장한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해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는 등의 표현을 동원해 명예를 훼손했다. 사자명예훼손은 허위사실에 대해서만 적용되기에 당시 헬기 사격이 실제로 있었는지가 재판의 주요 쟁점이 될 수밖에 없었다.
재판부는 1980년 5월21일과 27일 각각 500MD 헬기와 UH-1H 헬기의 광주 도심 사격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따라서 유죄가 선고된 것이다. 헬기 사격 사실은 앞서 국방부 특조위 조사와 전두환씨에 대한 민사재판에서도 일부 인정된 바 있다.
헬기 사격은 당시 계엄군의 시위대를 향한 발포가 자위권 발동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신군부 주장을 무너뜨리는 근거다. 그러면 5·18은 시민들이 국가 권력에 의해 야만적으로 학살당한 사건이 된다. 이러한 만행을 계획하고 실행한 사람이 누구인지 밝히는 게 남은 과제다. 이번 판결이 특별히 역사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개운하지만은 않다. 이 책임의 무게를 감당해야 할 전두환씨가 이미 너무나 초라한 모습이 됐기 때문이다. 알츠하이머 관련 증상을 호소하는 전두환씨는 자택에서 나오면서 무언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자신을 비난하는 시위대를 향해서는 “말 조심해, 이놈!”이라고 외쳤다. 재판정에서 공소사실을 들으며 꾸벅꾸벅 졸았다. 전두환씨는 1931년생으로 구순의 나이다. 늦어도 너무 늦은 게 아닌가? 법원 판결에도 진정한 반성은 어려울 것 같다.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과 별개로 우리 사회가 미뤄놨던 숙제도 이제는 마칠 때다. 5·18특별법 개정 등을 통해 추가로 진상규명의 길을 열어야 한다. 국민의힘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5·18 묘역 무릎 꿇기’나 강령 개정 등을 통해 이전과는 다른 역사의식을 보여주려는 행보를 해왔다. 이는 법 개정과 제도 마련 논의까지 이어져야 한다.
가장 걱정되는 건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바뀌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이들은 정권이 5·18역사왜곡처벌법 제정 등을 추진하는 것을 표현의 자유 침해로 규정하며 ‘독재’라고 주장한다. 과잉 입법은 경계해야겠지만 현재로선 법적 처벌이 어려운 ‘북한군 개입설’ 등 주장에 5·18 유가족이 입을 피해를 생각하면 논의는 불가피하다.
가장 좋은 건 상식 밖의 주장을 ‘사회적 잡음’ 정도로 취급할 수 있을 만큼 우리의 민주주의가 성숙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는 독재냐 민주주의냐의 이분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양대 세력이 다 서로를 독재 회귀라 비난하고 스스로는 민주주의를 실천한단다. 상대를 악마화하기 위해 쓸 수 있는 건 뭐든 쓴다. 보수세력이 5·18 망언을 끊을 수 없는 이유다.
그러나 형식으로서 민주주의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지금은 각자가 ‘네가 틀렸다고 내가 옳은 건 아니다’란 교훈을 깨달아야 할 때다. 5·18은 독재에 항거한 사건이지만 그 안에는 고립된 시민들이 스스로의 질서를 만들어가려 했던, 내용적 민주주의의 씨앗이 잠재돼 있다. 5·18을 제대로 계승하려면 당시 광주시민들이 남긴 이 씨앗의 싹을 제대로 틔워야 한다.
김민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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