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팔이가 대세다. 싹쓰리부터 커피프린스 1호점 스페셜까지, 다들 2020년을 부정하다 못해 과거에 살기로 결심한 듯싶다. 하지만 과거가 마냥 좋을까? 벽에 밀쳐 키스하고, 거칠게 손을 낚아채고, 밥 먹을래 나랑 죽을래 소리치던 시절이? 거기엔 향수도 있지만 부끄러움도 있다. 이 양가적 감정을 멋지게 녹여낸 콘텐츠가 있으니, ‘K-장녀 유교걸’들의 엄청난 지지를 받고 유튜브에서 지상파로 편성된 SBS 추석특집 ‘문명특급 숨듣명 콘서트’(문특 숨듣명콘)다.
문명특급 MC 재재는 탁월한 진행 능력으로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케이팝을 소환했다. ‘숨어 듣는 명곡’인 만큼,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난해한 콘셉트가 난무하기에, 그것들을 분석하고 패륜을 지적했다. ‘오빠’라는 단어에 내재된 가부장성과 촌스러움을 인식하며 ‘OPPA’라는 용어로 치환했다. 김현중은 없지만 윤시후(김현중이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연기한 F4 캐릭터)는 있는 2020년식 ‘꽃보다 남자’ 세계관을 만들었다.
“당시에 페미니즘은 지금처럼 활발했나요? 그때 기준으로 모르는 게 당연했어요. 한 세대의 추억을 들춰보는 것과 물의를 일으킨 남자 아이돌을 소비하지 않는 건 병행할 수 있어요. 구린 건 짚어내면서 좋은 요소는 향유할 수 있도록 한다면 후세대에 과거를 전달하기에 참 괜찮은 방법 아닌가요?”(트위터 아이디 @sephialone님)
또한 이 프로그램은 사람 인생 모르니 일단 선하게 살라는 교훈을 남긴다. 논란 없는 자만이 살아남아 무대에 오른다. 사고 안 치고 10년 뒤 문특 숨듣명콘에 출연하는 자가 진정한 위너다.
정성은 콘텐츠 제작사 ‘비디오편의점’ 대표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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