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김종수 기자
남성이 법적으로 집안의 주인이던 시대가 있었다. 2007년 12월31일까지 유지된 호주제는 남성이 집안의 주인인 ‘호주’임을 법적으로 보장했다. 여성들이 거리로 나가 호주제를 폐지하라 외치고, 그 반대편에서 갓을 쓰고 한복을 차려입은 남성들이 ‘호주제 폐지하면 나라 망한다’는 플래카드를 드는 모습이 웃음기 없이 언론 카메라에 담기던 때. 이이효재(1924~2020)는 그 아우성의 한가운데 있었다. 호주제 폐지를 이끌어내고 동일노동 동일임금, 여성할당제 도입 등에 앞장서며 한국 1세대 여성운동의 한 축을 짊어졌던 사상가이자 여성운동가인 이이효재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10월4일, 96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1997년부터 부모 성 함께 쓰기 운동을 하며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권리가 법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회장, 한국여성민우회 초대 회장을 지냈고 한국여성사회교육원의 문을 열기도 했다. 평생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들을 위해 몸을 던졌다.
감격시대. 그의 별명이다. 제자들이 수없이 같은 질문을 해도 언제나 진솔하고 진지하게 답변하는 사람, 새로운 주제나 새로운 연구 영역을 만날 때마다 똑같은 태도로 심취하는 사람, 모든 것에 일일이 감격하는, 살아 있는 내내 생의 감각을 절절히 느꼈던 사람. 그가 이이효재였다. 그를 추모하는 페이지(wsri.or.kr)에서 많은 이가 큰 선생을 보내는 마음을 절절하게 풀어냈다. “선생님과 같은 페미니스트 선배님들이 있어 오늘의 젊은 페미니스트들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잊지 않겠습니다. 지금보다 더욱 어두웠던 시기에 여성인권을 위해 평생을 바치셨던 선생님의 굳은 신념을 실천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부디 영면하시기를 바랍니다.”(이*심) 담담하지만 무거운 존경도 흘러넘쳤다. “이효재 선생님은 여성계의 큰 별이 아니십니다. 대한민국의 큰 별이십니다.”(양*경)
원조 페미니스트이자 민주화 원로, 분단사회학의 개척자, 여성운동의 대모. 그를 수식하는 묵직하고 두툼한 언어만큼이나 그를 보내는 사람들의 마음이 무겁다. 그의 빈소에는 정부가 수여한 국민훈장 모란장이 놓여, 그의 평생을 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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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다민 유튜브 <채널수북> 운영자
관심분야 - 문화, 영화, 부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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