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계가 여성혐오 논란으로 소란스럽다. 논의의 첫 불이 지펴진 건 8월11일이었다. MBC 예능프로 <나 혼자 산다> 출연으로 이름을 알린 웹툰작가 기안84(본명 김희민·36)의 네이버 웹툰 연재작 <복학왕>에서 실수가 잦고 실력이 좋지 않아 정규직 전환이 되기 어려워 보이는 주인공 여성이, 남성 인사팀 상사와 성관계를 가진 뒤 정직원으로 채용된 듯한 연출이 입말에 올랐다. 실제로는 여성들이 성별을 이유로 채용에서 탈락하거나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많음에도, 웹툰에선 여성이 손쉽게 자신의 성을 이용해 이득을 취할 수 있는 뉘앙스를 준 게 문제가 됐다.
기본소득당 젠더정치특별위원회와 만화계성폭력대책위원회, 유니브페미 등 몇몇 시민단체는 네이버웹툰 본사 앞에서 8월19일 기자회견을 열고 기안84의 작품 연재 중단을 요구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도 11만여 명이 연재 중단을 하라며 서명했다. 웹툰 시장이 1조원 이상 규모로 커지고, 어린 연령대도 손쉽게 접근하는 콘텐츠이니만큼 생산자와 유통자가 더 책임 있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웹툰 콘텐츠가 선정성과 혐오 등을 이유로 비판받는 게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기안84의 웹툰만 해도 그렇다. 2019년 5월 <복학왕> 248화에서 청각장애인이 어눌한 말투로 생각하는 장면을 그렸다가 장애인단체의 항의를 받고 사과했다. 더 이전인 2012년에는 아무 이유 없이 얼굴을 때리거나 같은 학교 학생을 발로 밟는 폭력적 연출을 한 웹툰 <열혈초등학교>(귀귀 작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당시 방송통신위원회는 다른 미디어 콘텐츠처럼 웹툰을 심의하는 안까지 검토했다. 하지만 콘텐츠 생산에서 중요한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는 의미에서 결과적으로 웹툰은 생산자와 유통자가 자율 심의하는 시스템을 갖게 됐다. 이번 기안84 사태를 두고 사단법인 웹툰협회는 8월24일 성명을 내어 사회적 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비하와 조롱의 혐의에 대해 독자들의 비판을 받아들여야 한다면서도, 작가 퇴출이나 연재 중단 요구는 ‘파시즘’이라고 잘라 말했다. 표현의 자유가 혐오 표현 규제보다 중요하다는 견해를 정확히 밝힌 셈이다.
천다민 유튜브 <채널수북> 운영자
관심 분야 문화, 영화, 부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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