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백종원(사진) 대망론’을 꺼냈다. 나도 백종원씨가 2018년 국회에 나온 모습을 보며 “대선 나오면 당선될 수도 있겠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말한 일이 있다. 지난 총선 때 정치권의 러브콜이 있었다고도 하니 다들 비슷한 마음인 듯하다.
정치권이 백종원씨에게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첫째, 자기 분야에서 능력이 검증된 사람이다. 둘째, 어려운 자영업자에게 비법을 전수하거나 골칫거리가 된 농산물을 재벌 회장을 통해 처리할 수 있게 하는 등 검증된 능력을 좋은 곳에 쓰려는 의지가 있다. 셋째, 이 덕분에 강성노조니 하는 핑계가 없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해줄 수 있는 인물로 인식된다.
사실 이건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향했던 에너지를 기대하는 시각으로도 볼 수 있다. 대의명분을 말하지만 뒤로는 자기들끼리 나눠먹는 ‘정치’가 아니라 능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실용’이 필요하다는, 말하자면 반정치주의다. 이것을 향한 대중적 에너지는 ‘새로운 보수’가 착종을 노리는 토양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둘러싼 논란은 이 토양의 존재를 증명한다. 아르바이트하다 정규직화 덕에 순식간에 연봉 5천만원이 됐다는 식의 가짜뉴스가 사태를 악화한 면도 있다. 취업준비생들의 마음이야 이해하지만,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돼도 생각만큼 행복한 처지는 아니니 안심하라는 얘길 해야 하는 것도 서글프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공정하게 모든 일자리를 비정규직으로 만들거나 ‘국가취업고시’를 실시해 일정 점수 이상만 성적순으로 취업시키는 상황도 바라는 것 같지는 않다. 시스템이 문제인 듯 말하나, 요는 ‘나를 살게 해달라’는 것이다. 여기서 ‘노력’이란 개념은 손익을 전제하는 ‘투자’로 둔갑해 “내가 살아남아야 한다”고 말하려는 마지막 핑계 같은 게 되고 있다. “노량진에서 몇 년 썩는” 일이 애초 투자할 자산(?)이 없는 빈곤층에겐 불가능하단 사실은 고려 대상조차 못 된다. 즉, ‘각자도생’하자는 것이다.
이런 ‘노력-투자’ 서사에서 투자한 만큼 이익이 보장되지 못하도록 하는 요인은 정치적 이익을 기대하고 정규직화를 약속, 시행한 ‘정치의 개입’이다. 반정치주의는 여기서 드러난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로또 취업’으로 규정하고 “노력하는 청년들이 호구가 되는 세상”이라고 한 것은 정치적 해결책을 강구하겠다기보다는 분위기에 편승해 이익을 얻으려는 시도로 보인다. ‘백종원 대망론’도 실은 정치가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자기고백이라는 점에서 마찬가지다. 하지만 정치가 이런 식으로 반정치주의에 호응하는 ‘자해’를 반복해서는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잠행을 끝냈는데, 미래통합당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의기억연대 관련 의혹,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회고록으로 불거진 ‘분식평화’에 대해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한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운동이나 이 정권의 대북정책에 돌아봐야 할 지점이 있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한-일 관계라는 ‘경제’를 위해 역사적 반성을 희생하거나, 이념적 반감에 한반도 평화를 볼모로 잡히는 과거의 해법으로 돌아가자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지금 뭔가 잘못됐다고 해법이 아닌 것을 대안인 양 내세우는 정치가 ‘각자도생’만 남은 우리의 오늘을 만들었다. 이 점을 직시하고 문제 해결은 못하더라도 한 발씩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김민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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