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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승리

숨어 있는 남자들의 카르텔
등록 2019-03-16 13:26 수정 2020-05-03 04:29
연합뉴스

연합뉴스

‘김○○가 쏘아올린 작은 공’. 눈덩이처럼 굴러서 엄청난 속도로 내려왔다. 아이돌 그룹 빅뱅의 승리에 쏠리던 관심은 마약류 유통, 경찰 뒤 봐주기 의혹으로 이어지다가, 동영상 촬영과 공유로 가수 정준영이 조사를 받았다. 성매매 암시 카톡 대화방에 누가 참여했냐는 등의 질문이 쏟아진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피해자 여성’을 ‘추측’이라는 단서를 달고 무책임하게 특정하는 기사가 쏟아진다.

사건의 뒷이야기는 10년 전 자살한 ‘장자연 리스트’가 상기시켰던 카르텔과 비슷하다. 이 사건 수사가 현재 진행 중이다. 지난해 2월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의 조사에 포함돼 이달 중 수사 보고가 나온다. 지난해에는 리스트가 나온 뒤 재수사에 나선 경찰이 57분 만에 장씨 집을 압수수색하고 끝냈다는 중간수사 결과 발표도 있었다.

3월12일에는 장자연과 술자리에 동행했던 배우 윤지오(사진)가 검찰에 출두해 ‘이름이 특이한 정치인’과 ‘성이 같은 언론인 3명’을 정확하게 말해주었다고 밝혔다. 장자연과 윤지오 등의 이름은 드러났지만 이 사건의 남자들은 여전히 숨어 있다. 성이 같은 언론인도 그렇지만, 명확한 ‘범죄자’ 제이슨 김(김성훈, 장자연 소속사 대표)도 그렇다. 한겨레에 연재했던 ‘표창원의 죄와 벌’ ‘나는 알고 있다, 장자연 리스트의 모든 것을’(2013년 4월12일치)을 보면, 제이슨 김은 미국 대학을 졸업한 인재로 알려졌다. 톱스타를 매니지먼트하고 히딩크 감독뿐만 아니라 중국 배우 장쯔이, 리밍(여명)을 국내 광고에 출연시킨 ‘큰손’이었다. 성상납, 폭력이나 마약이 소문으로 떠돌았지만 계약 종료 뒤 빠져나가는 배우에 대해서는 소송을 벌여 입막음을 해왔다. 장자연 사건 수사 무렵 일본으로 출국하고 연락이 끊겼다. 결국 긴급체포되었지만 폭행 등의 혐의만 받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공교롭게도 장자연이 자살한 날은 여성의 날 전날이었다. 그를 둘러싼 카르텔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은유하는 것 같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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