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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에야 탈상을 하겠다”

노회찬과 여영국
등록 2019-04-06 14:52 수정 2020-05-03 04:29
연합뉴스

연합뉴스

15년 전, 입학 10년 만에 대학을 졸업했다. 서른 넘은 나이에 변변치 않은 학점 때문인지 백수 생활은 쉽게 청산되지 않았다. 셀 수 없이 이력서를 썼다. 그중 하나가 노회찬 의원실이었다. 새벽까지 썼다 지웠다를 반복한 구구절절한 지원서는 서류전형도 통과하지 못했다. 다른 곳과 달리 서운한 마음보다 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 기자가 됐다. 그가 뛴 두 번의 선거를 정치부 기자로 지켜봤다. 통합진보당 해산 뒤에는 두 시간이 넘도록 인터뷰했다. 농담처럼 ‘그때 나를 왜 떨어뜨렸냐’며 함께 웃을 수 있는 기회는 그 뒤로도 있었지만, 나만 아는 비밀로 아껴뒀다. 노 전 의원을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였다. 그는 늘 그랬던 것처럼 환하게 웃으며 깊고 힘차게 손을 잡았다. 그때 이미 그를 둘러싼 말들이 산을 이루고 있었지만 현실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며칠이 흘렀을까. 속보로 노회찬이라는 이름이 ‘투신’이라는 말과 함께 등장했다. 멍했다. 아무 일 없듯 기사를 쓰고 밥을 먹고 퇴근해서 아이를 재웠다. 자리에 누워 천장을 바라봤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은 준비하던 기사를 뒤집고, 노 의원과의 인연을 가진 기자들을 모아 지면을 채웠다. 기사를 쓰겠다고 손을 들지 못했다.

봄은 왔다. 4·3 보궐선거 경남 창원 성산 지역구의 유세차에서는 강기윤과 여영국을 연호했지만, 표심은 노회찬과 황교안으로 격돌했다. 개표 현장은 드라마였다. 여 후보가 개표율 99.98%를 넘어서면서 승부를 뒤집었다. 504표 차, 기적 같은 승리였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오늘에야 탈상을 하겠다”며 울먹였다. 정의당은 민주평화당과 함께 원내교섭단체를 다시 구성할 수 있게 됐다. 내년 총선을 향한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노 의원의 바람이던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불씨도 다시 살려낼 수 있게 됐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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