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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세상을 구경시켜주세요

쌍용차 복직자에게 준 신발 선물
등록 2019-01-05 13:57 수정 2020-05-03 04:29
박승화 기자

박승화 기자

*이 글은 쌍용차 복직자들을 다룬 포토스퀘어(이제야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바로가기) 기사의 부기입니다.

2018년의 마지막 날에 쌍용자동차 해직자 71명이 복직했다. 9월18일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의 중재로 이루어진 노·노·사(쌍용차 기업노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회사)·정이 대합의한 ‘119명 전원 복직’ 결정에 따라서다. 속절없이 한 해를 더하기 직전 첫발을 디뎌 밀린 숙제를 해결하려는 의지처럼 보였다. 그 첫발의 의미를 담아서 이번에 복직하는 김정우 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에게 김득중 지부장은 새 신발을 선물했다. 눈처럼 하얀 운동화였다. 신발을 선물하면 ‘좋은 곳으로 데려다준다’라는 속설처럼 신발은 그리던 작업장으로 데려다주리라. 남녀 사이에는 이 속설이 남자와 여자의 인연이 다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옛 애인보다 새 애인이 좋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쌍용차의 신발 선물은 더 특별하다. 이 선물에는 떠난 이에게 좋은 세상을 구경시켜주라는 의미도 있을 것 같다.

2015년 쌍용차 티볼리 신차 발표장에는 26켤레의 신발이 놓여 있었다. “‘그 사람의 신발을 신어보기 전에는 그 사람의 발에 대해 어떤 말도 하지 말라’는 인도 속담이 있다. 한 사람의 기쁨과 아픔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지사지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이 신차의 성공을 원한다면 26명의 아픔을 먼저 느껴야 한다”( 2015년 1월13일치)고 쌍용차 노조는 신발을 놓은 뜻을 밝혔다. 숫자를 1~26을 적은 종이 위에 놓어둔 26켤레의 신발은 해직 뒤 목숨을 끊은 해고자와 그 가족의 것이었다. “해고는 살인이다”는 과장법이 아니라 쌍용차 해고자들의 현실이었다. 신차 발표회장에 노조가 놓은 신발은 잔치의 불청객이 아니었다. 신발을 갖다놓은 이들은 티볼리 출시 성공을 누구보다도 바랐다. 영업이익이 그들의 복직과 연결되기 때문이었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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