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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가 가면 설이 온다

손혜원 의원과 ‘이해 충돌’
등록 2019-01-26 14:53 수정 2020-05-03 04:29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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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 충돌이란 무엇인가”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지난해 9월 칼럼에서 “‘추석이란 무엇인가’ 되물어라”는 화두를 던지며 화제를 모았다. 김 교수는 “사람들은 평소에 정체성보다는 근황과 행위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진다”며 “그러나 자신의 존재 규정을 위협할 만한 특이한 사태가 발생하면, 새삼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고 썼다.

‘목포 부동산 매입’ ‘박물관 인사 외압’ 의혹손혜원 무소속 의원을 둘러싸고 열흘째 이어진 논란에도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게 됐다. 애초 부동산 투기에 집중됐던 의혹이 “목포 구도심 활성화를 위한 선의”였다는 손 의원의 반박과, 실제 그가 얻는 이익이 불명확하다는 평가에 ‘부동산 투기 의혹’이 ‘이해 충돌’ 프레임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공직자윤리법은 ‘이해 충돌 방지 의무’에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공직자가 수행하는 직무가 공직자의 재산상 이해와 관련되어 공정한 직무수행이 어려운 상황이 일어나지 아니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사실상 ‘선언적 조항’이다.

일단 겉으로 보면 손 의원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으로서 지인들이 부동산을 사는 과정에 주변 지역의 문화재 지정을 촉구한 것은 이해 충돌 방지 의무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린 것에는 이해 충돌 방지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한 것은 손 의원의 행동이 이해관계와 의정 활동의 경계를 무너뜨렸다는 문제의식에 기반한다. 목포 구도심 활성화와 문화재 보호를 요구하려 했다면 캠페인을 벌이거나 입법 활동을 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손 의원이 얻는 실체적 이익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으며, 손 의원의 행위에 사람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손 의원은 1월23일 전남 목포시 대의동 나전칠기박물관 건립 예정 터인 목조 창고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해 충돌 금지 여부에 대해 “국회의원으로서 모르는 이익이 제게 올 수 있는 게 있다면 그건 사과하겠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재산을 목포에 내놓겠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은 ‘‘이해’가 없으니 ‘충돌’할 것도 없다’를 부각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손 의원을 지지하는 쪽은 의사, 노동단체, 직능연합회 출신 의원들이 관련 상임위에서 자신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단체를 위해 의정 활동을 하는 것은 문제가 없는데, 유독 손 의원에게만 엄한 잣대를 들이댄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매번 ‘선의’와 ‘진정성’을 믿고 갈등과 논란을 판단할 수 있냐는 것이다. 이후 손 의원과 비슷한 사례가 나온다면 우리 사회는 또 ‘선의’의 유무를 따져야 할까.

한편 손 의원을 둘러싼 과잉 보도와 ‘신상털기’식 보도가 과연 옳은 것이냐는 언론계 내부 목소리도 나온다. 이쯤 되니 근본적인 질문은 계속 꼬리를 문다. “선의란 무엇인가.” “의혹 보도란 무엇인가.” 물론 명절을 맞았으니 김영민 교수의 권유대로 이 질문도 빼놓지 않고 던져야 할 것이다. “설이란 무엇인가.”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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