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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계 희귀 사례 보고

알츠하이머 투병 중 골프 스코어 암산
등록 2019-01-19 16:43 수정 2020-05-03 04:29
국가기록원 제공

국가기록원 제공

그들의 일그러진 열정에 세계가 놀라고 있다. 그들의 이상한 열정에 많은 이가 상처 받고 있다.

먼저 알츠하이머 투병을 이유로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재판 출석을 거부해온 전직 대통령 전두환(88)씨의 골프 사랑은 “세계 의학계에 희귀 사례로 보고될 케이스”(김정현 민주평화당 대변인 논평)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화제를 모은다. 는 강원도 ㄱ골프장의 직원, 이용객 등 다수의 증언을 바탕으로 전씨가 지난해 8월 알츠하이머를 이유로 첫 형사재판 출석을 거부할 무렵 골프를 친 사실을 확인했다고 1월16일 보도했다. 전씨를 목격한 한 골프장 이용자가 “‘80대 후반인데 그 정도 골프 칠 정도면 진짜 관리 잘한 거 아니냐’고 친구들과 이야기했다”고 감탄했을 정도. 지난해 12월6일에도 전씨는 부인 이순자씨와 함께 골프장에 나타났다. 11월26일 서울시 38세금징수과 기동팀이 체납 지방세 징수를 위해 전씨의 집을 찾았다가 “전 전 대통령이 알츠하이머로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비서관의 말에 가택수색 없이 발길을 돌린 지 열흘이 지난 시점이다. 그는 ‘선택적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전씨 쪽 민정기 전 비서관은 골프장 논란에 대해 “알츠하이머라는 게 병원에 입원해 있거나 집에 누워 계시는 병은 아니니까, 일상생활과 신체 활동은 얼마든지 정상적으로 하신다”고 밝혔다. 그런데 캐디와 목격자들 사이에서 그가 골프 스코어를 암산하며 경기를 즐긴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쯤 되면 분노보다 그의 ‘남다른 열정’에 감탄할 지경이다. “불편한 신체와 29만원밖에 없는 경제난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골프채를 들고 필드에 나선 열정과 골프에 대한 애정에 박수를 보낸다.”(최석 정의당 대변인 논평)

전씨와 남이라고 볼 수 없는 한 정당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위원’에 ‘진상규명을 방해할 인물들’로 평가받는 이들을 대거 추천했다. 자유한국당은 1월14일 4개월간 결정을 미뤄온 조사위 위원에 군인 출신 권태오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이동욱 전 기자, 차기환 변호사를 추천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주장을 해온 극우 인사 지만원씨를 결국 배제했지만, 최종 추천한 인물들도 평소 광주민주화운동 때 계엄군의 민간인 학살 등에 왜곡이 많다고 주장해와, 극우세력의 주장을 대변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를 찾은 5·18 희생자·부상자 어머니들은 “꼼수고 기만이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아물지 않은 상처에 또 소금을 뿌렸다

그들의 일그러진 열정에 골프계의 ‘레전드’가 오랜만에 다시 소환됐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박세리 선수의 명성을 뒤엎을 사람은 전두환 전 대통령 오직 한 명일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맨발 투혼’의 박세리 선수가 나올 때마다 흘러나오는 노래 도 오랜만에 소환된다. 전씨와 자유한국당의 열정에 이 노래를 바친다. “우리들 가진 것 비록 적어도 손에 손 맞잡고 눈물 흘리니, 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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