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17일, 쇼트트랙 대표팀 심석희(한국체대) 선수가 법정에서 조재범 전 코치의 무차별적인 폭행을 증언하며 눈물을 쏟았다. 심 선수를 포함해 4명의 선수를 상습 폭행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8월 1심에서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조 전 코치에 대한 항소심 재판에서다.
심 선수가 용기를 내어 세상에 알린 진실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증언대에 선 날, 조 전 코치를 성폭행 혐의로 경찰에 추가 고소했다. 이 사실은 20일 뒤인 1월8일 변호인인 법무법인 세종의 보도자료로 알려졌다. 성폭행은 심 선수가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14년부터 2018년 평창올림픽 직전까지 4년간 태릉선수촌 등 장소에 상관없이 이뤄졌다고 한다.
고통스러운 결정이었다. 심 선수는 평창올림픽 직후 폭행 사실을 폭로해 조 전 코치를 구치소로 보냈지만, 이후 다른 폭행 피해자 3명이 조 전 코치와 합의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항소심 재판에서 집행유예 가능성이 제기됐고, 심 선수의 변호인단 역시 합의를 고민했다. 결국 심 선수는 아버지에게 성폭행 피해 사실을 털어놨다. 자신의 가족에게조차 합의를 요구해오는 조 전 코치에게 제대로 죗값을 묻기 위한 마지막 방법이었다.
“경기력 향상”을 위한 지도 차원이었다며 폭행을 정당화하는 조 전 코치는 성폭행 혐의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성폭행 혐의 수사를 받기 전, 폭행 피해 선수들이 합의를 취하하면서 그는 현재 진행 중인 항소심에서도 벼랑 끝에 몰렸다.
<font color="#008ABD">빙상계에서 추가 폭로도 이어졌다.</font>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코치를 지낸 여준형 젊은빙상인연대 대표는 1월10일 현재 빙상계의 성폭력 의혹 사건이 5∼6건 있고, 이 중 두 건은 피해자를 통해 직접 성추행 의혹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언론 보도에선 피해자만 남았다.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스포츠 지도자를 영구 제명하겠다며 여야 의원들이 발의하기로 한 ‘운동선수보호법’(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에 ‘심석희법’이라 이름을 붙였다가 수정했다. ‘제2의 심석희를 막으려면’ 기사처럼 가해자를 지우고 피해자를 부각시켰다. ‘조재범, 심석희 성폭행은 그루밍 성폭력?’ 같은 밑도 끝도 없는 기사도 잇따랐다. 오히려 일부 누리꾼이 “(포털에) 심석희라고 검색해 1위를 만들지 말고 조재범으로 검색해야 한다”며 2차 피해 방지에 신경 썼다.
언론 기사에서 자신의 이름을 ‘셀프 삭제’하려다 뭇매를 맞은 이들도 있다. <font color="#008ABD">경북 예천군의회 의원</font>들이다. 박종철 경북 예천군의회 의원이 2018년 12월 국회 연수 기간에 만취해 가이드를 폭행하고 권도식 의원이 가이드에게 여성 접대부를 요구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font color="#008ABD">이들은 진심으로 사과하는 대신 “손톱으로 긁은 정도” “노래방은 어두워 접대부가 책자의 번호도 찾아주지 않느냐”는 해괴한 변명으로 일관했다</font>. 동료 의원들은 당시 이들의 추태를 말리는 대신 돈을 거둬 가이드에게 500만원을 주겠다며 ‘입막음’까지 시도했다.
예천군의회는 언론에 폭행 영상까지 공개된 박 의원을 제명하겠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예천 주민들은 전원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font color="#008ABD">“어디 가서 부끄러워 예천에 산다는 말을 못한다”는 분노가 끓어올라서다.</font>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전화신청▶ 1566-9595 (월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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