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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렁썰렁

3대째 가짜 독립운동가 행세
등록 2018-10-13 17:25 수정 2020-05-03 04:29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한 장면. tvN 누리집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한 장면. tvN 누리집

<font size="4"><font color="#008ABD">‘미스터 선샤인’ 우롱한 가짜 의병</font></font>

“잘 가요, 동지들. 독립된 조국에서 시유 어게인(다시 만나요).”

최근 막을 내린 tvN 드라마 마지막 회에서 극중 인물 고애신(김태리)은 먼저 세상을 떠난 의병 동지들을 향해 나직이 읊조린다. 1900년대 초 대한제국 한성을 배경으로 한 은 일제에 맞서 독립운동에 나선 무명의 의병들의 삶과 사랑을 그린 드라마다. 고애신을 비롯해 수많은 의병과 독립운동가들이 하늘에서 2018년 국정감사를 보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월9일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3대에 걸쳐 독립운동가 행세를 한 가짜 독립운동가(김정수) 가문의 유족들이 지금까지 총 4억5천만원의 보훈 급여를 부당하게 받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고 의원은 “지금 돈으로 환산하면 수십억원에 달하는 국민의 혈세가 사기꾼 집안에 낭비되고 있었지만 환수된 금액은 단 한 푼도 없다”고 주장했다. 고 의원과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이들은 항일운동가 김진성과 김정수의 사촌 동생이 동명이인인 것을 이용해 진짜 김진성 가문에 앞서 건국훈장 독립장 등을 받고 보훈 급여를 가로챈 것으로 나타났다. 건국훈장 독립장은 유관순 열사가 받은 서훈이다.

진실은 중국에서 항일운동을 한 진짜 김진성 선생의 아들인 김세걸씨가 1993년 뒤늦게 아버지에 대한 포상 신청을 하며 드러났다. 김세걸씨가 20년 넘게 각종 증빙자료를 찾아 국가보훈처에 제출해 지난 8월에야 가짜 독립유공자 집안의 서훈이 취소됐다. 가짜 독립운동가 김정수는 아직도 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 묻혀 있다 한다.

고용진 의원은 김정수 가문 외에 최근 10년 동안 ‘가짜 독립운동가’로 서훈이 취소된 사람이 39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김세걸씨는 10월2일 CBS 라디오 에 나와 “저희들은 생활고에 시달렸는데 그들은 떵떵거리며 살았다는 사실에 울분을 참을 수가 없다”고 했다. 일제에 맞서 독립운동에 자신의 젊음을 바친 이들은 언제쯤 독립된 조국 하늘에서 마음 편히 쉴 수 있을까.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font color="#A6CA37">중국 ‘강제 구금’ 논란</font>


찍히면 사라진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연합뉴스/ 연합뉴스

‘누구든지 찍히면 사라진다.’ 어느 조폭의 살벌한 ‘행동 강령’이 아닙니다. 이웃 나라 중국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는 일입니다. 실종 대상도 광범위합니다. 고위 관료부터 재벌 총수, 연예인, 인권운동가, 출판·언론인 등 사회 각 분야를 망라합니다. 대부분 갑자기 연락이 끊겼다가 중국 공안기관에 의해 구금 사실이 밝혀지는 식입니다. 다만 과거에는 권력투쟁 과정에서 찍힌 ‘이름 없는’ 사람들이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면, 지금은 배우 판빙빙이나 멍훙웨이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총재처럼 외국에도 널리 알려진 인물까지 예외가 없습니다. 시진핑 정부가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는 방증이기도 하겠죠.
이번에는 국제기구 수장이 그 대상이라는 점에서 충격을 더합니다. 중국 출장을 떠난 뒤 행방불명됐던 멍 총재는 실종 17일 만인 10월7일 중국 당국에 구금돼 조사를 받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앞서 멍 총재의 부인이 남편에게서 위험에 처한 것을 뜻하는 칼 모양의 이모티콘 메시지를 받았다고 밝혀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물론 죄가 있으면 절차에 따라 체포되고 벌을 받아야 마땅하겠죠. 하지만 마치 ‘007 작전’을 치르듯 비인도적으로 이뤄지는 강제 구금은 비난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몇 해 전 아르헨티나 법원이 20년 동안 동물원에 갇혀 살던 오랑우탄에게 “불법적으로 구금되지 않을 법적 권리가 있다”는 판결을 내리고 야생동물 보호구역에 옮겨 살도록 한 적이 있습니다. 오랑우탄에게도 있는 권리가 21세기를 사는 중국인들에게는 요원하기만 합니다. 갑자기 붙들려 구금 상태에서 조사를 받는 초법적인 일이 언제쯤 중국에서 사라질까요?
김연기 기자 yk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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