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자유한국당)는 참패했고 나라는 통째로 (더불어민주당에) 넘어갔습니다.” 그래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도 일단 일보 후퇴했다. 홍 대표가 6·1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6월14일 당대표직 사퇴를 선언했고 대구 북구을 당협위원장직도 사퇴했다. 홍 대표는 “모두가 제 잘못이고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며 “국민 여러분들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당원들을 향해 “부디 한마음으로 단합하셔서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보수 정당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도 당부했으나, 큰 기대(?)를 모았던 정계 은퇴 선언은 하지 않았다. 심지어 의 ‘정계 은퇴를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홍 대표가 “아직 은퇴할 나이는 아니지 않느냐”고 답했다고 전해, “나라를 통째로” 넘기고도 당권 재장악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에서 살던 사람들이 이혼을 한 번 하거나 하면 부천에 가고, 부천에 갔다가 살기 어려워지면 인천 중구나 남구 이런 쪽으로 간다”(이부망천) 그래서? 6월7일 YTN에 나와 희대의 ‘망언’ 신조어를 만들어낸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도 물러났다. ‘이부망천’ 발언으로 조용했던 인천 선거판이 요동쳤다. 유정복 한국당 인천시장 후보마저 “이미 국민의 대표로서 자격을 상실한 만큼 다시 한번 의원직을 사퇴하고 정계를 떠나길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히자, 정 의원은 6월10일 탈당계를 냈다. 정 의원은 대구 북구갑 당협위원장도 사퇴했는데, 정 의원과 홍 대표가 사퇴하면서 대구 북구는 갑·을 모두 당협위원장이 공석인 사태를 맞이했다.
“(유)재석아, 너를 키운 건 자유민주국민들이다. (중략) 너도 북으로 가길 바란다.” 그래서? 6월13일 페이스북에 방송인 유재석씨를 비난하는 글을 공유했다가 삭제한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도 아슬아슬했다. 한 페이스북 사용자가 파란 모자를 쓴 채 지방선거 사전투표에 나선 유씨의 사진과 함께 이 글을 올렸다. 민 의원은 특별한 언급 없이 글을 공유했다.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모자 색깔을 근거로 유씨를 특정 정당(더불어민주당) 지지자로 해석한 최초 게시자의 의견에 민 대변인이 동의했다며 비판을 거두지 않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불법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이영주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이 국민참여재판을 거쳐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지난 5월 가석방 출소한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유사 혐의로 1심에서 무려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을 확정받았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농단의 핵심 인물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변호사 개업 뒤 처음 맡은 사건 변호인단에서 사임했다. 스스로 검찰 수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자 변론을 중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23년 만에 최고치! 6·13 지방선거 투표율이 60.2%로 잠정 집계됐다. 지방선거 투표율이 60%대를 기록한 것은 1995년 제1회 지방선거(68.4%) 이후 처음이다. 6월8~9일 이틀간 진행된 지방선거 사전투표율도 20.14%로, 4년 전 지방선거 때(11.5%)보다 2배가량 높았다.
박근혜는 뽑혔고 김정일은 떨어졌다고? 오해 마시라. 누구나 다 아는 ‘그분들’이 아니다. 6·13 지방선거에 이색 이름을 내걸고 출사표를 던져 희비가 엇갈린 후보들 이야기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는 36살 차이인 박근혜 후보는 부산 금정구의원 비례대표로 출마해 당선됐다. 옥중에서 출당된 박 전 대통령은 당적이 없지만, 박 후보는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선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박 전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와 이름이 같은 후보자도 3명이나 출마해 그중 2명이 당선됐다. 민주당 옷을 입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 북구의원 선거에 나선 박정희 후보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이름이 같은 자유한국당 조명균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충북 청주시의원에 출마한 또 다른 박정희 한국당 후보도 당선됐고, 전북 군산시의원에 나온 무소속 박정희 후보는 낙선했다.
김정일·김정은 부자와 이름이 같은 후보도 나란히 선거에 나섰으나, 최근 남북관계가 훈풍을 타는 것과 달리 모두 낙선의 쓴잔을 마셨다. 서울 마포구의원에 출마한 무소속 김정은 후보와 서울 강동구의원에 도전한 바른미래당 김정일 후보 모두 사이좋게 4위를 차지했다. 이 밖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호남권의 전북도의원에 출마한 김대중 민주당 후보는 78.4%의 압도적 지지로 승리해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반면 김종필 전 총리의 정치적 고향인 충청권의 진천군수와 충남도의원에 출사표를 던진 두 명의 김종필 한국당 후보는 모두 ‘이름값’을 못했다. 여하튼 이색 이름을 내걸고 당선된 이들 모두 앞으로 4년 동안 이름값 좀 하시기를….
김연기 기자 yk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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