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수장이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한다”고 한다.
재임 시절 벌어진 법원행정처의 ‘재판 거래’ 의혹에 침묵을 지켜온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의 조사보고서 공개 일주일 만인 6월1일, 그는 경기도 성남의 집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법부에는 수많은 일이 있어 혼자 머리로 다 기억할 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특조단 조사를 받지 않은 이유에 대해 “내가 가야 되나? 그 이상 뭐가 밝혀지겠느냐”고 했다. ‘검찰 수사에 응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검찰에서 수사하자고 하느냐”고 되물었다. 또 ‘대법원장도 수사를 검토하겠다고 했다’는 말엔 “그건 그때 가서 보자”고 말을 잘랐다. 그러면서 그는 “대법원의 재판 신뢰가 무너지면 나라가 무너진다. 국민 여러분께서 의구심을 거두어주실 것을 앙망한다”고 말했다. 어쩌랴? ‘대법원의 재판 신뢰’는 이미 무너졌지만, 나라는 멀쩡한 것을.
‘갑질의 갑’, 혐의가 7가지.
운전기사와 경비원 등에게 일삼아 폭언과 손찌검을 한 혐의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69) 일우재단 이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이 이사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 특수상해, 상해, 특수폭행, 상습폭행, 업무방해, 모욕 등이다. 이 이사장은 ‘맘에 들지 않는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전지가위를 던지고, 발로 차고, 손찌검을 하고, 욕설을 퍼부은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이 파악한 것만, 2011년 8월부터 올 3월까지 피해자 11명에게 모두 24차례 이같은 일을 저질렀단다. 이 이사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죄의식 없이 범행을 하고서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는 게 경찰이 밝힌 구속이 필요한 사유다.
“가 역사에 죄를 지어서는 안 됩니다.”편집국장을 지낸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이 단단히 화가 났다. 5월31일치 에 실린 양상훈 주필의 칼럼 때문이다. 양 주필은 강 의원의 전임 편집국장이다. 강 의원은 “칼럼을 보고 신문을 보고 있는지 깜짝 놀랐다”며 “피 흘려 지켜온 대한민국의 운명과 민족의 생존을 상대로 장난치는 것은 도저히 참을 수 없다”고 썼다. 칼럼을 찾아봤다. 논조와 비슷하지 않았다. 강 의원은 “백악관 등 미국 정부는 의 논설이나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주장 등 한국 보수의 입장을 살펴보고 이를 협상에 감안한다”고 주장했다. 처음 알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월24일 북-미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한다고 밝히자, 홍 대표는 “지난 6개월 동안 김정은의 한바탕 사기쇼에 대한민국 대통령과 미국 대통령이 놀아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튿날 말을 바꿨다.
6·13 지방선거에 출마한 서울시장 후보자들의 첫 텔레비전 토론회가 지난 5월30일 열렸다. 노란색 넥타이를 맨 낯선 얼굴이 카메라 앞에 등장했다. 김종민 정의당 후보다. 김 후보의 공세에 안철수 후보가 “박원순 후보 도우미로 나온 것 같다”고 하자, 김 후보는 “안 후보와 김문수 후보나 빨리 단일화하면 좋겠다”고 맞받았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 내부에서 홍준표 대표 ‘2선 후퇴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아예 지지 연설을 하러 온 홍 대표를 기피한다고 한다. 머뭇거릴 홍 대표가 아니다. 그는 “분란을 일으켜 지방선거를 망치게 하고 그 책임을 물어 나를 물러나게 하려는 심보”라며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고 맞받았다.
6·13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5월31일 0시를 기점으로 시작됐다. 선거 전날인 12일까지 모두 13일 동안 전국 각지에서 치열한 선거전이 펼쳐진다. 이번 선거에선 광역단체장 17명을 비롯해 기초단체장, 기초·광역의원 등 4016명의 지역 일꾼을 뽑는다.
이쯤 되면 입만 열면 ‘생쇼 타령’이라 해도 무방하지 싶습니다. 대충 짐작은 하셨겠지만,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이야기입니다. 명색이 제1 야당의 대표가 사전에도 없는 속어를 틈만 나면 입에 올리는 게 곱게 보이지만은 않습니다. 생쇼의 대상은 어김없이 현 정부나 정치적 대립 세력입니다. 홍 대표의 ‘생쇼론’은 역사가 짧지 않습니다. 기사를 검색해보면 공개 석상에서 생쇼를 처음 입에 올린 건 2009년 1월2일 원내대표 기자간담회 때로, 민주당의 본회의장 점거를 놓고 “인간사슬 하고 생쇼를 하는데”라고 말한 데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후 잊힐 만하면 한번씩 불쑥 뱉어오다 현 정부 출범 뒤 그 빈도가 부쩍 늘었습니다. 특히 4·27 남북 정상회담 전후로 집중됐더군요.
압권은 5월28일 대학생 대상 강연에서 나왔습니다. 한 학생이 “그럼 대선 이후 문 대통령이 잘하는 부분이 하나도 없는가”라고 묻자 “쇼는 기가 막히게 한다. 모든 것이 쇼로 비친다. 판문점에서 조용필 불러서 노래하고 생쇼하는 거 봐라. 그게 생쇼할 자리입니까?”라고 반문했습니다. 이날 강연의 주제는 ‘정의와 형평 만들기’였다지요.
사실 홍 대표의 튀는 발언은 의도적으로 화제 되기를 노린 측면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노력 때문인지 언론 바닥에서 ‘홍준표’는 이른바 ‘팔리는’ 키워드가 됐습니다. 일단 기사 제목에 ‘홍준표’란 단어가 들어가면 조회수가 쭉쭉 올라갑니다. 댓글도 기본은 받쳐줍니다. 하루하루 무료함에 시달리는 필부필부에게 그 세 글자는 참으로 달콤한 유혹이 아닐 수 없겠지요. 어찌 보면 고맙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참 대략난감입니다.
김연기 기자 yk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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