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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철학자 장 자크 루소는 대의민주주의의 작동 방식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투표할 때만 주인(자유인)이 되고 선거만 끝나면 다시 노예로 돌아간다.”
한국 사회에 물든 정치 혐오는 권력자가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조장한 측면이 있지만, 정치인들의 성숙하지 못한 행태에 유권자가 강한 환멸을 느끼기 때문이라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시민들은 정치인들이 반대세력에 내깔기는 저급한 막말과 각종 비리를 목도하면서 정치에 대한 관심을 서서히 거둔다.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잃는 경우가 아닌 이상 한번 뽑힌 국회의원은 다음 총선이 있을 때까지 4년간 직을 보장받는다. 유권자가 국회의원을 뽑을 권리는 있지만 해임할 권리는 없는 셈이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민소환에 관한 법률안’(국민소환법)은 유권자에게 직접 국회의원을 해임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법안이다. 박 의원은 국민소환법의 제안 이유에 대해 “지역구 국회의원과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임기 만료 전에 국민소환으로 해임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함으로써 국회의원들의 성실한 의정 활동을 유도하고,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의 민주적 통제권을 확보하려 한다”고 밝혔다. 한번 얻은 권력을 4년 동안 아무 거리낌 없이 휘두르는 일을 방지하려는 일종의 ‘안전장치’를 만들겠다는 의도다. 실제,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주민들이 일정 수 이상 서명을 모아 오면, 지자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을 해임하는 주민투표를 할 수 있다.
법안 내용을 살펴보면, 특정 지역구 유권자들은 자신의 지역구 국회의원을 해임하는 ‘국민소환투표’를 발의할 수 있다. 일정 기준 이상(총선 투표율의 15% 이상의 수) 유권자들이 모여 발의하면, 해당 지역구 유권자를 대상으로 해임 여부를 묻는 찬반 투표가 이뤄진다. 여기에 더해 다른 지역의 유권자도 특정 지역구 국회의원 의원에 대한 소환 발의가 가능하다. 이 경우 국민소환투표자 선정과 숫자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이 법안은 유권자의 정치 참여를 확대해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한다는 차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부작용에 대한 논란도 만만찮다. 정치적으로 의견이 엇갈리는 반대 세력이 이 제도를 악용할 가능성이다. 자신의 지지 세력을 이용해 부당하게 한 정치인을 해임시킬 수도 있다. 또 정치인 처지에선 여론의 역풍이 거센 정책을 추진할 때 소신을 마음껏 펼치지 못하는 등 ‘자기 검열’ 기제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의 정치 문화를 선진화하려면, 제대로 된 정치인을 공천하는 튼튼한 정당 기반과 성숙한 정치 분위기를 형성하는 문화적 토양을 쌓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주의가 잘 가동되는 국가 가운데 국회의원 소환제를 도입한 나라가 거의 없다는 것도 생각해볼 점이다. 국회의원 임기를 4년으로 보장하는 한국 헌법에 대해서도 개정이 필요한지 의견이 엇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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