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30일 청와대 누리집 ‘국민청원’ 코너에는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 도입 및 합법화를 부탁드립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한 달 만에 이 글에 대한 청원 수가 20만 명을 훌쩍 넘었다. 조국 청와대 정무수석이 나섰다. 그는 11월26일 청와대 페이스북에 동영상을 남겼다. “현행 법제는 (낙태죄에 대한) 모든 법적 책임을 여성에게만 묻고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국가와 남성의 책임은 완전히 빠져 있습니다. 여성의 자기결정권 외에 불법 임신중절 수술 과정에서 여성의 생명권, 여성의 건강권 침해 가능성도 함께 논의돼야 합니다.”
음성적 수술로 목숨 잃는 경우도한국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여성이나 배우자에게 유전학적 질환이 있는 경우 등)를 제외하고 임신중단(낙태)을 전면 금지하는 몇 안 되는 나라 가운데 하나다. 형법 제27장 제269조에는 ‘부녀가 약물 및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적혀 있다. 제270조에는 ‘의사 등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이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은 현실적으로 사문화된 지 오래다. 여성이 자신의 의지로 원치 않는 임신을 중단하겠다는 행위를 법으로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2015년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가임기 여성 가운데 인공 임신중절 수술 경험이 있는 여성은 19.6%로 나타났다. 5명 가운데 1명이 임신중단을 경험한 것이다. 이 가운데 95% 이상은 불법이다.
임신중단이 불법화되면서 따라오는 부작용은 만만치 않다.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수술비가 비싸고, 수술 자체가 음성적으로 이뤄지다보니 의료 행위에 대한 권리를 제대로 요구하기 힘들다. 안전하지 않은 수술로 목숨을 잃는 여성도 있다. 청소년의 경우 혼자 수술비를 벌기 위해 시간을 지체하느라 적절한 수술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다.
세계적으로 임신중단은 여성의 인권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다. 국제인권법은 임신중단에 대한 접근권을 인권의 하나로 보고 원치 않는 임신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여성의 신체적·정신적 건강과 안전을 위한 지원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2011년 한국 정부에 낙태를 한 여성에게 부과되는 처벌 조항을 삭제할 것을 검토하라는 권고를 내렸다.
현재 국회에서는 정의당 대표인 이정미 의원이 형법에서의 낙태죄를 폐지하고 사회·경제적 이유로 임신중단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2018년에는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한 위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임신중단은 여성 인권 문제2017년 12월25일 방영될 한겨레TV 에선 이정미 대표(사진 왼쪽)와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법제이사인 김재연 이사(오른쪽)가 출연해 낙태죄 폐지의 필요성과 자연유산 유도약인 ‘미프진’의 도입과 합법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전화신청▶ 02-2013-1300 (월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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