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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렁썰렁

업&다운 + 이주의 숫자 + 블라블라
등록 2017-08-01 16:59 수정 2020-05-03 04:28
한겨레 신소영 기자

한겨레 신소영 기자

내 손안에 은행이 또 탄생했다. 국내 최초 인터넷 은행인 케이뱅크가 4월3일 출범한 이후 석 달여 만이다. 카카오뱅크는 영업을 개시한 7월27일 아침 7시부터 다음날 아침 8시까지 25시간 동안 30만500건의 계좌가 개설됐다고 밝혔다. 케이뱅크가 24만 명을 모으는 데 24일이 걸린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속도다. 카카오톡 대표 브랜드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내세운 마케팅이 1등 공신으로 꼽힌다. “금리도 수수료도 아닌 ‘라이언’이 그려진 국내 유일의 체크카드가 카카오뱅크의 강점” “이모티콘 받으려고 카카오뱅크 가입했다”는 메시지가 SNS에 쏟아졌다.

이언주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가 학교급식 노동자를 ‘밥하는 동네 아줌마’로 비하한 데 이어 또 한번 ‘어그로’(주제에 맞지 않거나 악의적 글을 올리는 등 공공장소에서 튀게 행동하는 사람을 일컫는 인터넷 용어)로 찍혔다. 7월25일 그는 “아르바이트할 때 업주가 망해서 임금을 못 받았지만 사장이 살아야 나도 산다고 생각해 노동청에 고발하지 않았다. (이런)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20대 사법고시 합격, 30대에 대기업(르노삼성자동차) 법무팀장을 지낸 그의 ‘약자 코스프레’는 여지없이 뭇매를 맞았다. 국민의당 ‘제보 조작 파문’을 덮으려는 ‘빅픽처’가 있는지 의문이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커피왕의 몰락인가. 7월24일 강훈 KH컴퍼니 대표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7월14일 KH컴퍼니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지 열흘 만의 일이다. 1999년 이화여대에 스타벅스 1호점이 생긴 이후 벌어진 ‘커피 전쟁’에서 강훈은 영웅이었다. 할리스, 카페베네, 망고식스 등 수많은 한국형 카페가 그의 작품이다. 화려한 수식어 뒤에 카페 업계의 어둠이 있었다. ‘강훈 성공 신화’의 기반이 된 카페베네는 자본잠식 상태다. 커핀그루나루, 탐앤탐스, 드롭탑 등 대표적인 커피 프랜차이즈도 적자다. 국내 커피전문점 매장은 9만2천여 개로 포화 상태다.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지난 4월 한 라디오방송에 나와 “혼밥은 마음의 병이자 사회적 자폐”라고 말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황씨는 “자본의 횡포로 혼밥에 내몰리게 된 산업사회 노동자들의 현실이, 그럴듯한 삶의 태도인 것처럼 자본에 의해 포장되는 현상을 드러내고자 사용한 용어”라고 해명했다. 본뜻이 와전된 것은 있지만, 밥은 꼭 누군가와 같이 먹어야 한다는 생각은 분명해 보인다. 혼밥이 편한 2030세대가 황씨에게서 ‘밥보다 밥상머리 교육’에 치중하는 꼰대를 발견한 게 아주 틀린 일은 아닌 듯싶다.




& 다운



오뚜기
“오뚜기를 갓뚜기로 부른다면서요.” 7월27일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함영준 오뚜기 회장에게 건넨 말이다. 문 대통령은 “아주 착한 기업”이라며 “새 정부 경제정책과 부합하는 모델 기업”이라고도 했다. 오뚜기는 재계 서열 100위 밖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간담회에 초청받았다.


김기춘
같은날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1심 선고에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국회 청문회에서 “블랙리스트의 실체를 모른다”고 한 위증 혐의는 인정됐다. 이날 재판에서는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유일하게 블랙 리스트와 관련해 무죄 선고를 받았다.




이주의  숫자


200명



한겨레 신소영 기자

한겨레 신소영 기자


근로감독관 증원 규모가 또 줄었다. 최종 통과된 추가경정예산안에 반영된 근로감독관 증원 규모는 200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처음 언급한 근로감독관 증원 규모 1천 명의 5분의 1 수준이다. 추경 반영 과정에서 500명으로 줄었다가 결국 200명으로 쪼그라들었다. 현재 근로감독관은 1300여 명이다. 1인당 담당 사업체가 1500여 곳에 이른다.
김보현, 김지혜, 도우리, 류석우, 윤수현 교육연수생
블라블라_ 설치류 '레밍'


레밍은 억울하다



위키미디어

위키미디어


“국민이 레밍(나그네쥐) 같다.” 충북도의회 김학철(47·자유한국당 제명) 의원이 KBS 기자에게 한 말이다. 레밍은 ‘비합리적 집단행동’을 상징한다. 김 의원의 말을 해석하면 ‘뭘 모르는 사람들이 떼지어 내게 비난을 퍼붓는다’는 뜻이다. 그는 충북 청주에 물난리가 났는데도 동료 의원들과 유럽 연수를 떠나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세상에 포유류도 아니고 설치류라니. 신박한 비유에 국민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레밍도 억울하긴 마찬가지다. 스칸디나비아반도에 사는 레밍은 ‘집단자살을 한다’는 오해를 받아왔다. 레밍은 주기적으로 떼지어 이동하는데, 이동 뒤 개체 수가 급감한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멍청하게 무리만 따라가다 바다에 빠져 죽는 거 아닌가’ 의심받는다.
근데 사실이 아니다. 2003년 핀란드 헬싱키대학 올리비에 길과 동료 연구진이 레밍을 연구해 과학저널 에 발표한 자료가 있다. 레밍은 무리의 인구밀도를 낮추기 위해 4년마다 집단이동을 한다. 이때를 노리는 포식자가 상당하다. 레밍은 생존을 위해 잡아먹힐 위험을 감수하고 용감하게 떠나는 것이다.
혹시 ‘국민은 용감한 도전자’라는 의미로 한 말 아니죠? 물난리가 났는데 아무 생각 없이 무리를 따라 해외연수 가는 도의원이야말로 ‘집단자살 행위’ 아닙니까.
변지민 기자 d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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