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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 + 이주의 숫자
등록 2017-02-07 14:14 수정 2020-05-03 04:28

01  그가 대선 열차에서 하차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20일이었다. 2월2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정치 교체를 이루겠다는 순수한 뜻을 접겠다”며 대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 1월12일 귀국 일성으로 “정치 교체에 한 몸 불사르겠다”고 한 그였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23만달러 수수와 친·인척 비리 의혹이 제기됐고, 정치적 행보도 갈팡질팡했다. 기회 되면 촛불집회에 참석하겠다고 했다가 돌연 촛불 민심이 변질됐다고 오락가락했다. 반도 못 간 채 그의 대선 도전은 멈췄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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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반 전 총장이 퇴장하면서 문재인 대세론이 강해지는 형국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30% 넘는 지지율을 기록하며 선두를 질주한다. 2위 그룹과는 20%가량 격차가 벌어진다. 문 전 대표 스스로도 “(민심을) 확인해보니 제가 대세가 맞다”고 말할 정도다. 그러나 지지율이 10%대에 이른 안희정 충남지사의 추격이 거세다. 정치는 생물이다. 아직 알 수 없다.

03  전·현직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대선 불출마 선언이 잇따른다. 1월31일 원희룡 제주지사는 “제주를 보물섬으로 만들기 위한 책임을 충실히 수행하는 데 집중하겠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닷새 전인 1월26일엔 야권 주자 가운데 한 명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며 시정에 충실하겠다고 불출마 선언을 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준비가 부족했다”며 같은 선택을 했다.

04  최순실이 그토록 쉽게 드나들던 청와대 대문은 특별검사엔 열리지 않았다. 특검은 2월3일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청와대는 버티기로 일관했다. 청와대는 군사시설이며 공무상 비밀이 있다는 논리를 댔다. 결국 특검은 5시간 만에 철수했다. 청와대는 지난해 10월에도 검찰 압수수색을 거부했다. “특검의 연락이 오면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말은 또 거짓말이었다.

05  굳게 문 닫은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생일이던 2월2일, 그는 직무가 정지됐음에도 청와대 참모 10여 명을 불러 자화자찬에 나섰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결정은 잘한 일이고, 국정교과서 채택에서도 성과가 있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에 앞서 ‘정규재TV’ 인터뷰에선 “최순실 사태는 거짓말로 쌓아올린 커다란 산이며 누군가 기획한 것”이라고 음모론을 제기했다. 구중궁궐 안에서 펴는 여론전이 싸늘한 민심을 녹일 것 같지는 않다.

06  ‘박정희를 위한’ 국정교과서 하나만큼은 끝까지 놓칠 수 없다는 것일까. 교육부가 국정교과서 최종본을 공개하면서 2018년도부터 국·검정 교과서를 혼용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혔다. 9쪽이나 되는 박정희 시대 서술은 유신의 그늘보다 공적을 부각했고, 친일파 서술도 두루뭉술 넘어갔다. 편찬심의위원 다수는 뉴라이트 성향 보수 인사들이었다. 최종본에선 안창호 선생에 대한 기술을 비롯해 수백 건의 사실 오류가 지적됐다. 전국 13개 시도교육청국정교과서 채택에 반대했다.

07  ‘법꾸라지’(법률+미꾸라지)의 꼼수는 통하지 않았다. 서울고등법원은 2월3일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낸 이의제기 신청을 기각했다. 김 전 실장은 앞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했다는 자신의 혐의가 특검법에 명시된 수사 대상 범위가 아니라며 이의신청을 냈다. 서울고법은 “최순실 의혹 사건과 합리적 연관성이 있어 특검 수사 대상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1992년 부산 초원복집 사건 때 “우리가 남이가” 발언으로 사법 처리될 위기를 불법 도청 문제로 돌려 모면한 그였지만 이번엔 통하지 않았다.

08  좌충우돌이 따로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이란, 이라크, 시리아 등 7개국 이슬람 국민의 미국 비자 발급과 입국을 최소 90일 동안 금지하는 반이민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 전역에선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인 미국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라며 반대시위가 벌어졌다. 트럼프는 오스트레일리아 총리와의 통화 도중 전화를 끊어버리고, 멕시코 대통령에겐 “거기엔 나쁜 녀석이 많다”는 막말도 했다. 트럼프가 세계의 근심거리가 될 조짐이다.

09  한 달 평균 2300만원을 벌어 970만원을 쓰고 자녀들의 결혼 비용은 6억~7억원. 하루 평균 6시간을 일하고 주중 4시간, 주말 6시간의 여가활동으로는 스포츠·문화예술 활동을 즐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고객을 분석해 작성한 ‘2017년 부자보고서’에 나타난 한국 부자들의 씀씀이와 생활상이다. 이들의 절반가량은 자산을 상속과 가업 승계로 마련한 ‘금수저’였다. 자수성가형 부자는 20%에 그쳤다. 서민들의 속은 쓰리다.

10  자동차 조수석에 앉은 동승자가 염두에 둬야 할 일이 생겼다. 운전자가 운전 중에 내비게이션 조작하는 걸 말리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지인이 몰던 차량에서 사고를 당한 조수석 동승자에게 사고 피해 금액의 10%를 책임지라고 판결했다. 사고 당시 차량 운전자는 내비게이션을 조작하고 있었는데, 법원은 동승자가 이를 말리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운전자에게 졸음운전을 막는 껌을 건네는 것 말고도 동승자가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추가됐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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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운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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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어부지리’. 표정관리라도 해야 할 판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다. 황 권한대행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 뒤 보수 진영에서 몸값이 치솟고 있다. 강경보수,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세력에 힘입어 지지율이 10%를 넘나든다.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황 권한대행의 지지율은 새누리당이 대통령 후보 내도 된다는 것”이라며 러브콜을 보낸다. 황 권한대행은 대선 출마 여부에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사진공동취재단

사진공동취재단

나경원
‘쿼바디스!’(어디로 가오리까) 반기문 전 총장의 불출마로 길을 잃었다.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이다. 탈당파 대표로 원내대표 경선에 나섰다 낙선한 그는 바른정당행을 외면했다. 반 전 총장을 돕겠다며 새누리당에 남았다. 반 전 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하는 날, 그의 이름은 포털 검색 순위 상위권에 올랐다. 누리꾼들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이제는 어디로 가려나”라고 비꼬았다.





이주의  숫자


806



한겨레 김성광 기자

한겨레 김성광 기자


806만원. 보건복지부가 삼성서울병원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확산을 유발했다고 내린 과징금이다. 삼성서울병원은 2015년 메르스가 유행할 때 5차례나 역학 조사관의 접촉자 명단 제출 명령에 응하지 않고 자료 제출을 지연했다. 복지부는 업무정지 15일 처분을 내렸는데, 2천여 명의 입원환자를 퇴원시킬 수 없는 현실 탓에 이를 과징금 처분으로 돌렸다. 연매출 1조원의 삼성서울병원에 806만원의 과징금은 그야말로 솜방망이 처분이란 비판이 나온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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