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막장의 끝은 어디인가. 박근혜 정부가 양승태 대법원장을 사찰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12월15일 최순실 국정 농단 청문회에 나온 조한규 전 사장은 “가 등산 마니아인 양 대법원장이 금요일 오후 일과 시간 중에 등산을 간다는 보도를 준비하자 대법원이 당혹해하고 있다”는 내용의 문건을 공개했다.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을 무시하고 사법부 약점을 잡으려 뒷조사한 것이다. 대법원은 “중대한 반헌법적 사태”라며 반발했다. 무개념이 초래한 또 하나의 참사다.
02 “탄핵 이유가 없으며 기각돼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법률 대리인단이 12월16일 헌법재판소에 낸 답변서 요지다. “법 위배는 인정되기 어렵고, 법률 위배는 증거가 없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 부분에 대해선 “불행하지만 대통령이 생명권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사실·법률 관계를 모두 다투겠다”면서 결사항전 의욕을 불태웠다. “피눈물이 난다는 게 어떤 말인지 알겠다”는 박 대통령의 말은 결국 ‘나는 무죄’라는 말이었다.
03 ‘야매’의 전성시대다. 12월14일 최순실 국정 농단 3차 청문회 화두는 박근혜 대통령 얼굴 멍자국이었다. 필러와 보톡스 시술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이병석, 서창석 전 대통령 주치의는 모두 “내가 하지 않았다”고 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문회에 불참한 전 청와대 의무실 간호장교 “조여옥 대위가 야매로 주사를 놨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청문회에서는 대통령 자문의로 등록되지 않은 최순실 단골 성형외과 김영재 원장이 5차례나 청와대에 들어가 대통령의 피부 트러블 상담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김 원장은 피부과 전문의가 아니다.
04 ‘앙꼬’ 빠진 찐빵이었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 열쇠를 쥔 핵심 증인들은 최순실 국정 농단 청문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최순실을 ‘모시고’ 청와대에 드나든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과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윤전추 행정관 자리엔 명패만 출석했다. 청와대는 이들이 휴가 중이라는 핑계를 대고 꼭꼭 숨겼다. 참사 당일 미용 시술을 했다는 의혹이 있는 조여옥 간호장교, 최순실의 전 남편 정윤회씨도 청문회에 나타나지 않았다. 안 나가도 그만이라는 청문회 제도, 손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사진 공동취재단
05 마치 탄핵이 통과되기 기다린 듯한 모습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황 권한대행은 12월16일 한국마사회장과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장 인사를 단행했다. 공석인 20여 곳의 공공기관장 인사권도 행사할 방침이라고 한다. 황 권한대행은 12월14일 정세균 국회의장 면담 때 국회에 대통령에 준하는 의전을 요구해 구설에 올랐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이 나오기 전까지 그의 대통령 코스프레는 계속될 것 같다.
06 더는 숨을 데가 없었던 것일까. 사설 현상금까지 걸린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2월13일 국회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하겠다고 뒤늦게 밝혔다. 11월27일 청문회 직전 ‘가출’한 뒤 보름여 만이다. 더 숨을 곳이 없었다. ‘법꾸라지’(법률+미꾸라지)를 압박한 것은 시민들이었다. 도랑을 막고 물을 퍼냈다. 제주도와 강원도 강릉 등에서 그를 봤다는 제보가 폭주했다. 우 전 수석 차량을 추적하고 장모 명의 건물에 ‘잠복 근무’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쪽팔린 줄 알아야 한다”는 게 민심이다.
07 비선 특권층의 나라에서 흙수저의 절망은 더욱 깊어진다. 12월12일 통계청이 낸 ‘한국 사회 동향 2016’을 보면 2015년을 기준으로 ‘자기 세대에서 경제·사회적 계층이 상향될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1.8%에 그쳤다.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3배 많은 62.2%였다. 1994년 조사에서는 자기 세대에서 계층이 향상될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60.1%였다. 한국 사회가 저마다의 ‘노오력’만으로는 처한 현실을 바꿀 수 없는 ‘격차 고정 사회’로 가고 있다.
08 닭의 시련기다. 조류인플루엔자(AI)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11월 중순 전남 해남과 충북 음성에서 발생 한 달 만에 전국 살처분 닭·오리가 1445만 마리를 넘어섰다. 역대 최악의 피해가 될 거라 전망한다. 정부는 12월14일 조류인플루엔자 위기 경보 수준을 ‘경계’에서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올렸다. 서민들은 달걀 값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달걀 한 판(30개) 값은 11월 말 5500원에서 10여 일 만에 5800원으로 올랐다.
연합뉴스
09 눈치 덜 보고 휴가 갈 수 있을까. 롯데그룹이 2017년부터 배우자가 출산한 남성 임직원에게 의무적으로 최소 1개월 휴직하도록 하는 남성직원 의무 육아휴직제도를 시행한다고 12월14일 밝혔다. 대기업으로는 처음이다. 기존 1년이던 여성 임직원들의 육아휴직 기간도 최대 2년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한다. 통계청이 낸 ‘2016년 일·가정 양립 지표’에서는 2015년 남성 육아휴직자가 4874명으로, 여성 육아휴직자 8만2498명에 견줘 17분의 1에 그친다.
10 어수선한 세밑이지만 온정은 변치 않는다. ‘얼굴 없는 천사’는 올해도 충북 제천시청에 연탄 1만8500장을 기부했다. 30대 여성으로만 알려진 ‘천사’는 “올겨울도 만이(많이) 춥다네요. 따듯한 겨울이 됐으면 합니다”라는 편지를 남겼다. 신분을 묻자 “나는 심부름만 하는 것”이라고 했다. 벌써 14년째 이어지는 온정이다. 제천시는 기증받은 연탄을 저소득층과 소외계층 60여 가구에 전달할 계획이다.
한겨레 이정우 선임기자
“큰일 났네, 정신 바짝 안 차리면 다 죽는다.” 그를 통해 비로소 안하무인 최순실의 육성을 ‘날것’으로 듣게 됐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순실 국정 농단 청문회에서 최순실이 측근에게 허위 진술을 종용하는 내용이 담긴 녹취 파일을 공개했다. 박 의원은 앞선 청문회에서도 누리꾼 제보를 제시하며 최순실을 몰랐다고 잡아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거짓말을 드러냈다.
연합뉴스
‘청문회 엑스(X)맨’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이 12월14일 최순실 국정 농단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직에서 물러났다. 친박계 이 의원은 6~7일 열린 청문회에서 줄곧 재벌을 옹호하고 증인 채택에 반대했다. 누리꾼은 그를 이완용과 합성 사진을 올리며 분노했다. “(항의 전화, 문자 탓에) 핸드폰이 뜨거워 못 사용하겠다. 몇백 명이나 (욕설을 의미하는) 18원 후원금을 보내고 다시 돌려달라고 하기도 했다.” 간사직 사퇴의 변이었다.
한겨레 김봉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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