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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바글바글10-1071호

업&다운 + 이주의 숫자
등록 2015-07-24 18:06 수정 2020-05-03 04:28
연합뉴스

연합뉴스

01 ‘사랑의 인분’을 먹였단 말인가? “제자의 발전을 위해 그랬다.” 제자에게 인분을 먹인 교수의 해명에 여론이 다시 들끓었다. 어느 대학 디자인과 교수가 대학원생 제자를 때려 전치 6주의 상해를 입히고, 스프레이를 쏴서 얼굴에 화상을 입힌 엽기 사건이 알려졌다. 사람들은 공분했고 그의 신상도 털렸다. 학교에서 파면을 당하고 형사처벌을 받아도 속이 시원치 않은 반인륜 범죄가 벌어졌다.

02 7월16일 대법원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해 파기환송 판결했다. 국정권 심리전단의 선거 개입을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원 전 원장에 대해 항소심은 유죄를 인정해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유죄 선고의 근거인 ‘시큐리티 파일’ 등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내용은 복잡한데, 결론은 하나다. 그분의 당선은 정당하다. 역사가 너에게 유죄를 선고할지라도.

03 법원만 뒤집은 것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7월16일 여당 지도부와 만나 “잘 알겠다”고 말했다. 5개월 만에 만난 여당 지도부가 ‘8·15 특별사면’에 ‘경제 살리기’ 차원에서 경제인도 포함해달라고 요청한 것에 대한 답이다.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경제인 사면복권 제한’을 뒤집은 말이다. 지금껏 ‘경제 살리기’를 위해 사면을 그토록 열심히 했는데, 도대체 경제는 왜 안 살아나는 걸까?

04 “역사의 법정에 공소시효란 없다.” 7월14일 성공회대 민주자료관 등은 헌법 정신을 훼손한 인물들의 행적을 기록으로 남기는 을 편찬한다고 밝혔다. 5·16 군사반란, 조작간첩 사건 등 주요 공안 사건의 핵심 관계자들의 행적을 밝히는 정리 작업이다. 제안자들이 꼽은 명단에는 강기훈 유서 대필 조작 사건 때의 법무장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올라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사진기자단

05 4·15인권실태조사단이 7월15일 세월호 참사 피해자 45명의 육성을 담은 ‘인권실태조사 보고서: 세월호 참사, 인권으로 기록하다’를 발표했다. 220여 쪽짜리 보고서에는 사망자, 실종자는 물론 생존자와 가족의 고통도 담겼다. “당신은 살았잖아요”라는 소리를 듣고 살아야 하는 이들의 자책과 회한이 있다.

06 “공격자는 화가 난 정부일 수도 있고, 불행한 경쟁회사일 수도 있다.” 텔레그램이 7월10일부터 아시아에서 접속되지 않았다. “디도스 공격 때문”이라고 텔레그램은 밝히면서 공격자로 “정부와 회사”를 지목했다. “지난 2주 동안 한국 가입자가 3배가량 증가했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혹시 위키리크스의 다음 폭로는 ‘화난 사람’을 밝히는 것?

07 화가 난 30대도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 이동학(38)씨는 7월15일 ‘586 전상서’로 시작하는 공개 편지를 586세대 리더 이인영 의원에게 보냈다. 그는 이 의원에게 다음 선거에서 당선이 힘든 지역구로 가달라고 요청했다. 386에서 586까지, 20년 황금기를 누린 세대를 향한 저격이 심상찮다.

08 정말 억울한 사람들은 말도 못한다. 감시·단속직 노동자, 쉽게 말해 ‘경비 아저씨’들은 10시간을 일해도 5시간30분 임금밖에 받지 못한다고 한다. 일하기 위해 대기하는 시간을 ‘노는 시간’으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애초 ‘5시간30분 일한 것으로 한다’는 근로계약서에 울며 겨자 먹기로 합의해서다. ‘얼마를 일했느냐’보다 ‘얼마를 일하기로 했느냐’가 중요한 뒤집힌 사회다.

09 7월15일 드라마 가 방영되기 시작했다. 의회를 뜻하지만, 집회의 뜻도 있고, 조립의 의미도 있는 단어가 제목이다. 노동자가 국회의원이 돼서 겪는 이야기로 알려졌다. 여기엔 기억을 자극하는 이름이 가득하다. 한국수리조선의 배달수는 두산중공업(한국중공업이 전신)의 분신한 배달호 조합원, 천노심은 심상정 의원 등등등. 한국식 노동계급 드라마는 가능할까.

박승화 기자

박승화 기자

10 “이따 보자.” 7월16일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들어가는 박래군 4·16연대 상임운영위원에게 지인들이 건넨 말은 지켜지지 못했다. 경찰은 세월호 1주기 집회와 관련해 박 위원의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인권운동가 박래군은 단지 고통받는 이들의 곁에 섰다는 이유만으로 우리가 기억하는 거의 모든 정권에서 구속됐다. 그가 자유로운 사회가 진정 자유로운 사회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 다운



아이폰
국가정보원은 국산품 애용을 방해하는 안티인가? 국정원이 구매한 것으로 알려진 해킹 프로그램이 아이폰 운영체계를 뚫지 못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갤럭시 노트5 대신 아이폰 S6을 사야 할 이유’ 같은 글들이 양산되고 있다. 가문의 영광스러운 승계를 방해하는 엘리엇 때문에 가뜩이나 골치 아픈 삼성에 ‘또 하나의 고민’을 안겨준 국정원. 그러고 보면 정권이 안티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으로 국산 프리미엄 휴대전화의 판매가 줄었다고 하잖나.

갤럭시
국정원은 삼성·LG의 고도의 지능형 안티인가? 갤럭시 신제품이 나올 때면 국정원은 이탈리아 업체에 ‘이것도 좀 뚫어줘’라는 전자우편을 보냈다는데, 이것은 물귀신 작전 아닌가. 국정원이 안드로이드 기반 휴대전화 애호증을 보인 이유를 밝혀야 한다. 세금은 한국에서 받고 홍보는 아이폰을 하고, 이것이 이들이 말하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하는’ 방식인가. 국회는 반드시 국정조사를 통해 ‘아이폰 홍보 도우미, 국정원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

이주의 숫자


0717



7월17일은 대한민국 헌법이 만들어진 제헌절이다. 2015년 7월은 은근히 헌법의 달이었다. 7월8일, 당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사임하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말했다. 헌법은 67년 동안 제1조 1항은 물론 그 정신이 지켜지지 않는 법이었다. 2008년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목청껏 외친 노래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로 시작했다.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에 면죄부를 준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의 찬반 숫자는 13 대 0. ‘0’은 지금껏 헌법이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한겨레 김성광 기자

한겨레 김성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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