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천재 수학소녀 성공기’가 일주일 만에 ‘실패기’로 전락했다. 미국 토머스제퍼슨과학고 3학년 김정윤양이 스탠퍼드와 하버드에서 동시입학을 제안받았다는 소식에 한국 언론은 ‘당연하게도’ 열렬히 반응했다. 보도 뒤 미국 현지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조작 의혹이 일었고, ‘입학 허가 사실 무근’이란 두 학교의 확인으로 상황은 반전했다. 학력사회의 플레이어로 뛰어온 언론의 치부도 재확인됐다. 의 첫 보도는 진학 컨설턴트로 일하는 객원기자가 썼고, 김양의 아버지는 현넥슨 전무이자 전 워싱턴 특파원이다. ‘스토리’는 그 맥락 속에서 탄생했다. 아버지 김정욱씨는 6월11일 미국 주재 특파원단에 사과문을 보내 “제가 아이의 아픔을 부추기고 더 크게 만든 점을 마음속으로 깊이 반성한다. 가족 모두 아이를 잘 치료하고 돌보는 데 전력하면서 조용히 살아가겠다”고 밝혔다.
02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기준 금리도 덮쳤다. 한국은행이 6월11일 기준 금리를 1.75%에서 1.5%로 낮췄다. 지난 3월 이후 3개월 만의 추가인하이며, 1999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주열 총재는 “메르스 사태의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조처”라고 설명했다. 가계부채 증가세도 가팔라져 11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감염병의 경제학’은 기업경제를 받치고 가계경제를 흔든다.
03 금리가 최저로 떨어질 때 기온은 최고로 치솟았다. 6월10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 34.9℃는 1908년 기상관측 이래 ‘6월 상순 최고기온’이다. 이날 강원도 영월은 35.6℃를 기록했다. 메르스로 마스크를 쓴 사람들의 몸과 마음은 그만큼 더 더웠다.
04 6월 고온과 맞물려 ‘가뭄 사태’도 심각하다. ‘메르스급 가뭄’이 전국을 태우고 있다. 올해 수도권과 강원 지역의 누적 강수량은 각각 평년치의 56.7%와 58.5%에 그치고 있다. 6월10일 기준 소양강댐(강원도 춘천) 수위 153.39m는 댐 준공(1973년) 이후 역대 최저인 151.93m(1978년 6월24일)에 겨우 1.46m 모자란다. 6월11일 찔끔 내린 비는 가뭄을 끄는 데 한참 부족했다. 기후변화는 ‘일상적 가뭄’의 확산을 경고하고 있다.
05 성소수자들의 퀴어문화축제가 6월9일 개막했다. 조직위원회는 메르스 전파를 우려해 서울광장에서 열린 개막식 참여 인원을 스태프 50여 명으로 제한했다. 행사를 기다려온 이들에겐 유튜브 생중계로 영상을 실어날랐다. 반면 보수 기독교계는 하루 종일 반대집회를 했다. ‘메르스보다 무서운 동성애를 치료해달라’며 신의 이름으로 울며 기도했다.
06 국내 첫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원전 1호기가 폐쇄 절차를 밟는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에너지위원회는 6월12일 고리 1호기의 영구 정지를 원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에 권고했다. 고리 1호기가 폐쇄되면 국내 37년 원전 역사상 원전 가동이 영구 중단되는 첫 사례가 된다. 고리 1호기는 2007년에 ‘30년 수명’이 끝났으나 가동이 10년 연장된 뒤 원전 폭발 등의 우려를 받아왔다. 국내에선 고리 1호기를 포함해 23기의 원전이 가동돼왔다.
07 ‘이재용을 위한 지배구조 단순화’ 전략으로 평가받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복병을 만났다. 삼성물산 지분 7.12%를 가진 헤지펀드 엘리엇이 6월9일 주주총회 소집통지 및 결의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튿날 삼성물산은 자사주 899만 주 전량을 KCC에 매각(자사주는 우호적 투자자에게 매각해야 의결권을 가짐)하며 반격했다. 다시, 엘리엇은 6월11일 삼성물산의 자사주 의결권 행사를 막기 위한 가처분을 내며 맞받았다. 공수가 혼전이다.
08 ‘거리의 시인’에게 집행유예가 나왔다. ‘한진중공업 희망버스’를 기획하고 이끈 송경동 시인이 6월11일 항소심(1심에서 징역 2년 실형 선고)에서 부산고등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시인은 “역사는 희망버스를 무죄로 볼 것”이라고 했다. 그를 응원하러 온 동료들과 시인은 서울로 돌아갔다.
09 하이디스 해고노동자들이 대만에서 추방당했다. 회사는 지난 3월 생산라인에서 수익이 나지 않는다며 공장을 폐쇄하고 노동자를 해고했다. 해고노동자들은 모회사인 대만 융펑위그룹의 책임을 묻기 위해 5월25일 출국해 원정투쟁을 벌여왔다. 융펑위 허서우촨 회장의 집 앞에서 농성 중이던 투쟁단 8명을 대만 경찰이 연행해 출입국사무소에 억류했다.
10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오렌지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오렌지’가 사진을 찍어준 사람들이 ‘오렌지’를 찍은 사진을 올리며 ‘오렌지’의 쾌유를 기원했다. ‘일어나라엄명환’이란 해시태그도 돌았다. 엄명환(33)씨는 ‘오렌지가 좋아’란 이름으로 불렸다. 그는 삼성반도체 노동자 인권단체인 ‘반올림’의 활동가였다. 만성신부전으로 일주일에 세 차례 투석을 받으면서도 피해 노동자들의 활동 현장을 빠짐없이 사진으로 기록했다. 쓰러진 지 15일 만인 6월10일 그는 눈을 감았다. 오렌지처럼 청량하게 살던 한 사람이 떠났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메르스 사태에 대한 적극 대응 방안을 발표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한국갤럽이 6월9~11일 조사한 결과다. 박 시장은 전월 대비 6%포인트 오른 17%를 기록했다. 5월15일 조사에서 그의 선호도는 11%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15%),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12%)에 이어 3위였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전국 1001명을 대상으로 6월12~14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은 올 들어 최저치인 22%였다. 일주일 전보다 2%포인트 더 떨어졌다. 새누리당 지지율은 42%로 전주보다 1%포인트 올랐다. 4·29 재보선 참패와 당 내홍 사태가 이어지면서 ‘성완종 리스트’ 파문 때 올랐던 당 지지율도 계속 까먹고 있다.
[%%IMAGE6%%]홍익대 법과대학 학과장 류병운 교수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능을 ‘69’로 비하하는 듯한 영어 표현을 기말시험 지문으로 출제해 반발을 사고 있다. 시험문제엔 ‘노(Roh·노무현 전 대통령)가 17살에 지능지수가 69였고, 6살 때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리면서 머리가 나빠졌으며, 그 때문에 고통받았다’는 문장이 나왔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홍어 전문점 사장’에 빗댄 지문도 나온다. 홍익대 총학생회는 “진실한 사과와 조치를 취하고 퇴진하라”고 요구했다. 류 교수는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기 위함이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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