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은 선물할 때 상대방 눈에 띄는 장소에 그냥 두고 가버린다. 받는 쪽은 자신이 받을 자격 있다 생각하면 받고 그렇지 않으면 받지 않는다. 보낸 사람에게 고맙다 인사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지도 않는다. 어리석은 일이기 때문이다.” 2008년 번역 출간된 의 한 대목이다. 친밀도에 따라 부조금 계급까지 계산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여백’이 생긴다. 현대인들에게 인디언의 삶은 생뚱맞고 동떨어진 만큼, 고마운 위로다.
최근 경기도 수원시 공공미술관의 명칭을 둘러싸고 지역사회가 소란스럽다. 현대산업개발은 자신들의 기부로 건물을 지어주기 때문에 미술관 이름에 자사 아파트 브랜드를 넣겠다고 한다. ‘수원 아이파크 미술관’이 이름이다. 지역주민과 미술가들이 반발하지만 수원시 입장은 완고하다. 당사자 기업은 말할 것도 없다. 시장은 “당신네 이름을 걸고 지어주십시오”라고 했으므로 재론할 수 없다 한다.
화성 행궁이라는 문화유산 앞에 현대미술관을 짓는 것도 난데없다. 그런 마당에 이름이 아파트 브랜드다. 베르사유궁전 앞에 별다방 출시 브랜드 ‘카라멜 프라푸치노 미술관’이 떡하니 지어지는 꼴이다. 미술관은 지어진 이후 세금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미 시에는 기업 이름 건물이 여럿 있다. 도서관 이름이 그렇고, 문화예술 공간이 그렇다. 비단 수원시만 그런 것은 아니다. 대학 내에도 들어서 있다. 나라 곳곳이 기업 브랜드로 도배되고 있다. 말로는 기부라 하고 선물이라 하는데, 주고받는 이들의 태도를 보니 거래다. 상업적 이윤을 매개로 한 상행위에 불과하다. 여기에 시민이 낄 자리는 없다.
‘상행위가 어때서’ ‘이름 따위가 뭐 그렇게 대단해서’라는 사람도 많다. 수원시장도 “1억만 받아도 이름 줄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한다. 그런데 나는 싫다. ‘카라멜 프라푸치노’가 지배하는 세상이 싫다. 역 앞에서 캠페인을 하고 집회를 할 때마다 역사 임대 백화점의 보안직원들이 “당신들 땅이 아니다”라고 한다. 보안직원들이 고사리나물을 파는 할머니 좌판을 뒤집어엎는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진열한 통신사들의 매장은 번듯하고 당당하다.
모든 이들을 위한 장소는 없다. 장소는 거래돼야만 의미가 있다. 거래된 장소는 합법이며, 거래에 끼지 못한 장소는 불법이다. 어느덧 그렇게 된 세상 ‘살아가는 것’에 적응해야 한다. 그러나 다시금 인디언 추장이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유명한 편지를 보자. “어떻게 당신은 하늘을, 땅의 체온을 사고팔 수가 있습니까. 그러한 생각은 우리에게는 매우 생소합니다. 더욱이 우리는 신선한 공기가 반짝이는 물을 소유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당신이 그것을 우리에게서 살 수 있겠습니까.” 오랜 시간을 건너왔지만 인디언들 정신은 빛난다.
당신 품위는 카라멜 프라푸치노오랜만에 ‘노 땡큐!’에 돌아왔다. 첫 이야기를 무엇으로 쓸까 알콩달콩 고민하다, 열심히 싸우고 있는 진행형 주제를 선택했다. ‘선물도 품위가 있다’, 아니 ‘삶에도 품위가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또한 이것은 ‘거래’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미 그들은 너무 많이 벌었다. 기부가 아니라 마땅히 해야 할 의무를 이행하고 있을 뿐이다. 지방정부는 그들이 벌어들인 만큼 이익을 환수해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그 논의 과정에 시민을 배제하고 밀실에서 고스톱판을 벌이면, 정말 당신들 품위는 ‘카라멜 프라푸치노’다. 별다방 출시 브랜드 말하는 거 아니다. 그냥 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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