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면 다 나와.’] 영화 속 형사나 검사가 뻗대는 피의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할 때 흔히 쓰는 표현이다. 비록 피의자가 입을 열지 않더라도, 최첨단 과학수사(?) 기법인 ‘먼지털이’를 동원하면 범행 사실을 밝혀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뜻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주로 큰 덩치에 제멋대로 자란 턱수염을 갖고 있는 형사( 속 송강호를 떠올리면 좋다)가 서류뭉치로 책상을 세게 내리친 뒤, 두 팔로 책상을 짚으며 동시에 의자에 앉아 있는 피의자 쪽으로 얼굴을 바싹 들이밀며 이렇게 외치면 보통은 그걸로 게임 끝. “야, 털면 다 나와!”
[털면 다 나와. 시대가 변하며 이 말의 의미도 사뭇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좀 털었다는 게 호적등본이나 주민등록등본 등 공문서 좀 들춰보고 집 주변 부동산중개업소 등을 탐문하는 것 따위였다면, 이제는 문자메시지 통화 내역이나 수·발신 내역은 물론 각종 온라인 메신저 이용 내역까지 탈탈 털고 있다. 최근 텔레그램 망명 사태로 이어진 ‘카카오톡 검열’에 포털 사이트 네이버 밴드 검열 논란이 대표적이다.
[무턱대고 탈탈 털면 탈이 나는 수도 있다.] 검경이 그동안 쌓아온 ‘사찰의 추억’ 말이다. 검찰과 경찰이 메신저 내역만이 아니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개인 의료정보도 하루에 2천 건 넘게 들여다봤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게 치질 수술이든, 안면 윤곽수술이든 당신이 언제 어느 병원에서 어떤 진료를 받았는지 등에 관한 의료정보마저 검경의 밥상 위에 고스란히 올라갔다는 이야기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영장이 없는 경우 산부인과 방문과 같은 민감한 정보는 가리고 제출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민감한 정보’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을 누가 하느냐다. 그리고 민감한 정보는 가렸다는 건보공단 말은 믿을 만한가? 이때 문득 떠오르는 그 한마디. “털면 다 나와!”
사회정책부 기자 csj@hani.co.kr*최성진 기자의 뉴스드립은 이번주로 마칩니다. 다음주부터는 새로운 필자가 찾아갑니다. 최성진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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