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도 그 도를 넘고 있습니다.] 이것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고 국가의 위상 추락과 외교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입니다.” 이상은 박근혜 대통령의 최근 발언이다. 자신을 모독하는 것은 곧 국민을 모독하는 일이요, 국가의 위상을 추락시키는 일과 마찬가지라는 말씀이다. 박 대통령이 이렇게 발끈해서 강한 발언을 쏟아낸 이유는 뭘까. 바로 대통령의 연애 발언 때문이다. 야당의 설훈 의원은 지난 9월12일 공개 석상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가 난 날) 청와대에서 7시간 동안 뭐했냐. 대통령이 연애했다는 얘기는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것이 곧 박 대통령을 열받게 한 ‘대통령의 연애’ 발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연애 발언’에 대해 이렇게 분노한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나=국민=국가’라는 그의 비장한 주장을 거꾸로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우리는 어디선가 본 듯한 발언을 떠올리게 된다. 그렇다. 최근 그가 감상한 영화 속 명대사다. 이순신 장군은 영화 속에서 이런 명대사를 읊었더랬다.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어야 임금이 있다.” 정리하면 ‘백성>나라>임금.
[‘백성이 먼저’라는 이순신 장군의 메시지를,] 박근혜 대통령이 앞뒤를 뒤죽박죽 바꾼 것 같기는 하지만 어쨌든 그는 설훈 의원이 자신에 대한 모독에 그친 것이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 국민에 대한 모독, 국가에 대한 불경죄를 저질렀다고 판단한 것이다(헷갈리면 ‘나=국민=국가’라는 그의 주장을 리와인드). 다만 설 의원 발언의 핵심은 세월호 참사 직후 7시간 동안 ‘박 대통령이 연애를 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아니라 ‘7시간 동안 연애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서, 박 대통령이 설 의원의 발언에 그토록 분노한 이유는 과연 뭘까. 그러니까 대체 박 대통령은 연애 발언에 대해 왜 그렇게 화를 냈냐는 것이 이 글의 핵심이다.
최성진 사회정책부 기자 csj@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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