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얘기라 좀 민망스럽다. 한동안 정기적으로 정신과 병원을 다녔더랬다. ‘연예인병’이라고도 불린다는 공황장애 판정을, 어쩌다보니 받았다. 병원을 처음 찾았을 때가 지난해 찬바람 불 무렵이었는데, 얼마 전에야 담당 의사로부터 ‘이제는 약물 치료도, 병원에 더 오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매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에 먹던 조그만 알약도 이제는 끊었다. 요즘 유행하는 한 TV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톡톡 튀는 매력적인 스타일의 여의사는 아니었으나(선생님, 죄송^^), 담당 의사로부터 그 말을 들었을 땐 꽤나 홀가분했다.
맨 처음 ‘정신건강의학과’라는 팻말이 붙은 복도 의자에 멍하니 앉아 진료 순서를 기다리던 순간이 가끔 떠오른다. 놀랍고 창피스럽다는 느낌과, ‘내가 왜’ 하며 억울한 감정이 뒤섞였던 것 같다. (특정 증상이나 상태를 ‘정상’과 ‘비정상’으로 구분한 뒤, 한쪽을 ‘정신질환’으로 규정하는 사회의 권력기제에 대한 근본적 비판이 있다는 점은 여기서 잠시 논외로 하자.) 맨 처음 진료를 받던 날, 의사는 몇 가지 사항을 내게 환기시켰다. 첫째, ‘유독 나만 왜?’란 생각을 버려라. 당신이 특별한 게 아니다. 누구나 겪을 수 있다. 둘째, ‘나는 의지가 강한 사람이니 내 힘으로 해결하겠다’란 집착을 버려라. 상태만 악화시킬 뿐이다. 뭐 대충 이런 것들이다.
어쨌거나 정기적인 상담과 진료, 약물 복용으로, 일상을 괴롭히던 증상은 거의 잦아든 상태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경험을 하면서 내 나름대로 정리한 결론이라면, ‘누구나’ ‘언제든’, 그리고 ‘그다음이 중요하다’다. 질병이나 사고, 혹은 뜻밖의 피해는 누구에게나 언제든 급작스레 찾아올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이름하여 글로벌 위험사회 아닌가. 문제는 사고를 참사로 키우고 상처를 덧나게끔 하지 않으려면, 반드시 올바른 치유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개인의 차원이건, 사회의 차원이건, 사정은 마찬가지다.
머지않아 한가위다. 한 해 중 가장 풍성한 때란다. 하지만 수많은 생명이 이유 없이 눈앞에서 죽어갔고, 그 비밀을 밝혀달라며 곡기를 끊은 유가족이 또다시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상처받은 이들을 보듬기는커녕 상처에 피멍을 내는 잔인함과 냉혹함만이 넘실댄다. 끊이지 않고 터져나오는 막말 시리즈만 봐도 그렇다. 정신건강에는 그다지 좋지 않겠으나, 또렷한 기억을 위해 이 묵묵히 참고 추려낸 ‘세월호 희생자 가족을 울린 21가지 막말’ 모음 기사(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52175.html)도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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