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28일 오후 2시30분께 전남 진도 국악고등학교 체육관 앞. 세월호 유가족 순례단이 점심을 먹고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바라봤다. 150여명이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팽목항으로 향하는 하행길의 마지막 구간(22.6km)을 두 아버지와 함께 걷고 있었다. 단원고 2학년8반 고 이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56)씨와 2학년4반 고 김웅기군의 아버지 김학일(52)씨는 7월8일 경기도 단원고를 출발해 진도 팽목항(7월28일)에 도착한 뒤, 대전 월드컵경기장(8월14일)으로 되돌아오는 800km(2천 리) 도보 순례길에 나섰다.
두 아버지를 따라 같은 길을 걷는 순례단은 낯설지만 낯익은 사람들이다. 점심 휴식 시간에 이야기꽃이 무르익을 무렵 정미영씨가 오카리나를 꺼냈다. 첫 번째 연주곡은 안치환의 노래 였다. 순례단의 강봉춘씨 티셔츠에 적힌 글귀이기도 했고, 그 티셔츠를 만든 김용철씨가 제일 좋아하는 곡이기도 했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된 이한열 열사의 죽음을 추모하는 곡이다. “서럽다 뉘 말 하는가 흐르는 강물을/ 꿈이라 뉘 말하는가 되살아오는 세월을/ 가슴에 맺힌 한들이 일어나 하늘을 보네.” 이 곡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때 다시 불렸다.
두 번째, 세 번째 곡이 이어지자 팬플루트 연주자인 송선형씨가 합주했다. 작은 음악회 ‘길 위에서’를 감상하려고 다른 사람들도 체육관 앞으로 모여들었다. 두 아버지도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지켜봤다. 앙코르송으로 가 연주되자 김용철씨가 노래를 보탰다. 오카리나 연주에 더해진 중후한 목소리는 귓전을 맴돌았다. 웅기군 아버지는 “길 위에서 경험하는, 오랫동안 기억할 감동”이라고 평했다.
작은 음악회 ‘길 위에서’가 8월14일 오전 11시 대전 유성구 봉명동 유성성당에서 다시 열린다. 유가족 순례단의 상·하행길 완주를 축하하는 자리다. 서울 광화문과 서울시청 등에서 세월호 추모 게릴라 공연을 펼쳤던 문화예술인들이 참여한다. 과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 등이 후원한다. 유가족 순례단과 30여 일간 동행한 은 페이스북 페이지(www.facebook.com/hankyoreh21)에서 길 위의 일상과 단상을 소개하고 있다.
진도=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서지원 인턴기자 iddgee@gmail.com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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