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하지 말자 너무도 많은 것이 이미 무너졌다
명예와 명성 먹고사는 지사적 언론인의 시대는 시효 소멸
‘공영방송 회복’보다 ‘최악의 차악화’에 무게 둔 것일 수도
962호 크로스트윗
얼마 전 일본의 비판적 언론학자인 아사 노 겐이치 도시샤대학 미디어학과 교수를 인 터뷰할 일이 있었다. 그가 재미난 표현을 했 다. 일본의 공영방송 <nhk>에 대해 한마 디로 ‘국가 공무원 보도직’이라고 표현했다. <nhk>의 종사자들을 언론인이 아닌 공무 원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이 규정은 매우 흥미롭다. 이명박 정부 이 후 KBS와 MBC에서 발생한 일련의 일들을 이 틀에서 바라보면 지극히 당연한 것이 된 다. 공영방송의 조직 구성이 보수화되는 과 정은 곧 그 언론의 소유주가 ‘당대의 권력’이 라는 사고의 알고리즘으로 이어진다. 당대 의 권력은 새로운 규칙과 절차를 만들어 조 직을 장악한다. 언론이라기보단, 회사가 되 는 셈이다. 언론인으로서의 정체성은 탈각되 고, 회사원으로서의 위계가 확고해야 한다.
이것을 떠받치는 전제는 물론 좋은 보수 다. <nhk>는 종사자들에게 일본 사회 전체 에서도 수위를 다투는 초고소득을 보장한 다. 모두가 선망하는 직장으로서의 위상이 정체성이 없는 구성원으로 전락한 종사자들 의 자존감을 위무하는 시스템이다. KBS와 MBC는 어떠할까? 그 내부의 종사자들은 지금 어떤 자존감으로 존재를 정당화하고 있을까. 잘은 모르겠지만 당신들의 ‘직장’ 공 영방송은 확실히 선망의 대상이다.
손석희가 가진 ‘상징자본’이 어떠한 것인지 는 좀더 복잡한 논의가 필요할지 모른다. 하 지만 그가 MBC를 떠났을 때, 그리고 이제 종합편성채널(종편) 사장이 되었을 때 사람 들이 느끼는 박탈감과 한 시대가 허물어졌다 는 감상적 감상이 난무하는 상황은 우리 언 론의 현실에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명예와 명성으로 언론인의 존재가 규정 되던 시절은 이제 정말 지나갔는지 모른다. MBC에 김재철만큼이나 위험한 사장이 취 임했지만, 세상은 그를 김재철처럼 맞아주 지 않고 있다. 이미 너무 많은 것이 무너져버 린 탓이 크지만 그 체념은 결국 손석희가 ‘스 카우트 비용’에 관한 무수한 설왕설래를 남 기며 JTBC에 안착한 것과 맞닿아 있다.
언론인을 신념과 당위의 체계에서 노동 과 활동의 중간적 위치의 관찰자로 표상하 던 시절은 이제 완전히 끝났다. 당대의 언론 인들은 그런 차원의 매트릭스에서 살고 있지 않다. 어떤 사람들이 여전히 그걸 원하지만 그 매트릭스가 붕괴될 때 그들은 별다른 도 움이 되지 않았다. 당대의 정치권력과 오래 된 자본권력 가운데 누가 더 나쁜지를 논해 봐야 별다른 의미는 없다. 공영방송은 언젠 가 회복할 수 있지만, 사주가 분명한 방송은 그렇지 않다는 비판을 제아무리 해봐야 모 든 언론인이 그 ‘언젠가 회복’에 인생을 걸 순 없는 노릇이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영민한 언론인 가운데 한 명인 손석희는 ‘언젠가 회 복’이 아닌 ‘최악을 차악으로 바꾸는 일’이 더 빠르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정의감 넘치 는 ‘도덕적 비판’을 하는 것의 의미는 정말 무 엇일까?
김완 기자
962호 크로스트윗
배신을 가리켜 배신이라 말하는 내가 옹졸한가
황석영·김지하를 연상시키는 지식인 손석희의 궤변
미디어 공공성 짓밟은 JTBC에서 어떤 ‘정론’이 가능한가
[%%IMAGE3%%]지난 사실을 두고 ‘혹시’라거나 ‘만약에’라 는 조건을 붙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 반 론할지 모르겠다. 재미로 하자는 것은 아니 고, 전혀 의미 없는 짓도 아니다. 사건과 사 태의 의미를 제대로 짚고 새롭게 읽어내기 위한 서술, 사유의 한 방법일 수 있는 것이 다. 그런 점에서 이리 물어본다. 그냥 프로그 램을 관두고 교수로서 미래의 저널리스트들 을 키워내는 노역의 길을 갔다면? 인터넷 팟 캐스트 의 해직 언론인, 저널리 스트들과 함께하는 깜짝 선택을 했더라면?
손석희는 갔다. 그 ‘종편’으로. 이제 그는 더 이상 권력의 핍박을 받는 약한 언론인이 아니며, 권력에 맞서 진실을 탐사하는 저널 리스트는 더구나 아니다. 교수직도 관둔 그 는 이제 수구 종편의 보도 책임자일 따름이 다. 그게 누구나 인정해야 할 정확한 사실, 명백한 진실이다. 차이 나는 것은, 그렇게 삼 성 일가와 근친한 중앙미디어네트워크그룹 의 JTBC로 간 그의 행동에 대한 판단의 지 점이고 비판의 농도다.
나는 대학에서 진실 교통의 언론학을 가 르치는 교수다. 저널리스트라 자칭하며 나 름대로 언론 자유와 표현의 주권, 그리고 미 디어 공공성을 위해 활동해왔다. 성실히 진 실 교전의 책무를 수행하는 무명·유명의 언 론인들을 지지하고, 현장에서 추방된 저널 리스트들과 연대한다. 미디어 공공성을 찬 탈한 자본·국가, 그들과 공모해 발흥하는 선 전 매체, 그리고 이들과 합작해 탄생한 종편 을 혐오한다. 손석희에게 꽤 많은 기대를 품 었던 시민이기도 하다.
그런 내게 손석희의 종편행은 말 그대로 배신이다. 동의할 수 없는 처신이자,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유독 야박한 처우가 아니 다. 이명박 정권 때의 황석영이나 현 정권에 서의 김지하에게도 똑같은 잣대로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선택을 이해할 수 없으며, 처신을 인정할 수 없다고 썼다. 종편에서 ‘정 론’의 저널리즘을 펼쳐 보이겠다는 손석희의 말에 대해서도, 나는 똑같이 참을 수 없는 지식인의 가벼움과 기의가 텅 빈 허언의 가 려움을 느낀다.
부정한 탄생의 역사를 지닌 종편에서 ‘정 론’의 길을 간다? 답해보라. JTBC 보도부문 은 지난 대선에서 다른 종편의 악의로부터 얼마나 거리를 두고 ‘정론’을 펼쳤던가? 일개 ‘책임자’가 통제할 수 없는 JTBC 내부 구성원 들의 ‘정론’ 의식은? 그를 영입했고 또 그에게 전권을 줬다는 홍석현 회장은 평 상시 어떤 ‘정론’의 철학을 보였던가? 권력의 의지와 선전의 폐해만 잔뜩 묻어나는 상태에 서, 손석희의 말과 행동은 설득력을 갖지 못 한다. 현실의 변명이고 사실의 은폐다.
많이들 말을 아끼는 듯하다. ‘진보’라 칭하 는 평론가와 매체들조차, 그의 이야기를 들 어주려 하고 또 지켜보자 한다. 옹졸한 나는 이런 훈훈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황폐한 언론 현실 속, 그가 한 ‘정론’이라는 말에 울컥한다. 왜 내가 부끄럽나? 만약 그 가 진실로 권력에 대항해 종편에서 ‘정론’을 구현하거나 혹시 JTBC 안에 참된 저널리즘 의 꽃을 피운다면, 즉각 나는 그에게 용서를 구하는 글을 쓰리라.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언론연대 대표</nhk></nhk></n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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