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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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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트윗, ‘무한도전’의 좌절 없는 도전

등록 2013-05-08 11:33 수정 2020-05-03 04:27

틀도 롤도 일관성도 없는 난장판의 매력

소란하고 역동적이며 변덕스럽게 무작정 버텨오기
무엇을 담아도 이상하지 않을 마법의 그릇이 되다

960호 크로스 트윗

960호 크로스 트윗

여기 이상한 예능이 있다. 일반적인 예능 프로그램에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장르와 콘 셉트 같은 명확한 틀이 존재한다. 그 안에 고정출연자와 게스트가 들어가 틀이 규정해 놓은 롤(role)을 매주 수행한다. 이 틀이 제 대로 작동하면 프로그램은 성공적이라는 평 가를 듣는다.

그런데 이 이상한 예능 프로그램은 다르 다. 여기에는 고정출연자와 카메라만 있다. 틀이 없다. 틀이 없기 때문에 미리 규정된 롤 도 없다. 출연자들이 수행하는 롤은 매주 바 뀐다. 그래서 다음 내용을 가늠하는 것이 사 실상 불가능하다.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으 로서 이건 사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태도다. 다른 프로그램이 이런 태도를 취했다면 “도 대체 뭘 하려는지 모르겠다”는 비난을 받으 며 일찌감치 종영됐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들은 오랜 시간을 버텨냈다. 버텨내는 동안 프로그램의 이름 자체가 콘셉트가 되고 틀 이 되었으며 출연진은 장르가 되었다. 이제 이 프로그램은 그 안에 무엇을 바꿔 담아도 이상할 게 없는 그릇이 되었다. 그렇게 이 8주년을 맞이했다.

의 성격을 한마디로 정의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반드시 해야 한다 면, 거기에는 ‘난장’이라는 단어가 가장 어울 릴 것이다. 봅슬레이를 타고 레슬링을 하고 가요제를 치르고 돈가방을 가지고 튀더라도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단 하나의 코드는 언 제나 난장이었다. 이라는 난장의 소란스러움은 어린 시절 놀이터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땀을 뻘뻘 흘려가며 동물처럼 구르고 뛰었던 순간들, 그 소리와 흙냄새 같 은 것을 환기시킨다. 마음에 남아 있는 단 하 나의 에피소드는 저마다 다를 것이다. 확실 한 건 우리 모두 이 바보 같은 소란스러움에 위로받은 일이 있다는 사실이다.

언젠가부터 이 조금 변했다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전의 이 누 구에게 어떻게 보이든 신경 쓰지 않고 미친 사람처럼 뛰어노는 초등학생에 가까웠다면, 지금의 은 옆 동네 여학생에게 어 떻게 비칠지 의식하고 몸짓 하나라도 신경 써 가며 노는 중학교 2학년생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8년의 시간이 흐른 만큼 출연진 모 두 나이가 들었고, 그들 모두 위상이 전과 같 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또한 결국 이 아닌가 싶어진다. 떠올려보면 ‘한 결같음’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의 미덕이었던 적이 없다. 의 혼은 근 사하고 세련된 일관성이 아닌, 소란스럽고 역동적이며 변덕이 심하고 싫증을 자주 내는 그 상태로 무려 8년을 버틸 수 있었던 생명력 에 있다. 지난 방송에서 정준하 과장은 무한 상사로부터 정리해고를 당했다. 이 글이 잡 지에 실릴 시점에, 정준하 과장은 치킨집을 개업하고 다시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이 지난 8년 동안 온몸으로 증명 한 것, 삶을 관통하는 가장 치명적인 지혜가 바로 거기에 있다. 버티어내는 것 말이다.

허지웅 문화평론가
‘무한도전‘은 웃음 이상의 개념 예능을 꾸준히 시도했다. 정리해고 문제를 다룬 327회 ‘무한상사’편은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이 시대 직장인들 사이에 조용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MBC 제공

‘무한도전‘은 웃음 이상의 개념 예능을 꾸준히 시도했다. 정리해고 문제를 다룬 327회 ‘무한상사’편은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이 시대 직장인들 사이에 조용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MBC 제공

연출·열정·개념 ‘무한 성공’의 세 가지 비결

예능을 뛰어넘는 예능 프로그램 8년
연출자의 끼와 출연진 열정이 빚어낸 예능의 신기원

960호 크로스 트윗

960호 크로스 트윗

MBC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 이 전파를 탄 지 어느덧 8년이 되었다. 2005 년 4월 이란 이름으로 한 예 능 프로그램의 코너로 시작된 이 ‘무모한’ 프 로젝트는, 2006년 5월 현재의 이름으로 독 립 편성돼 지금까지 327번째를 이어오고 있 다. 특히 8주년 특집으로 마련된 ‘무한상사’ 편은 이 시대의 아픔인 직장인의 정리해고 를 뮤지컬 형식으로 다루어 시청자에게 웃 음 이상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이 이토록 꾸준한 인기를 얻은 데는 세 가지 비결이 있다. 첫째는 무엇보다 김태호 PD의 뛰어난 연출 역량이다. 그는 적 절한 주제를 선정하고 그것을 자신만의 방식 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지금까지 그가 선정한 주제들은 무모하면서 무리하기 도 했지만, 무한하게 상상 가능한 것들이었 다. 그는 포맷과 임기응변에 능하다. 매년 개 최하는 가요제나 매년 계속되는 달력 촬영 과 배달 코너, 그리고 필요에 따라 삽입하는 ‘무한상사’ 같은 고정 포맷은 시청자의 기다 림에 보답하는 선물이다. 그러나 그 외의 코 너들은 대개 즉흥적이고 자생적이다. 김태 호 PD는 예견 가능한 기대와 예측 불가능한 충격 효과를 잘 배합한다.

두 번째는 각기 개성이 강한 출연진 7명의 열정이다. 프로그램의 중심에 서서 리더의 소중함을 외치는 유재석은 사건 속에서 능 력의 부족함을 순수한 헌신으로 메울 수 있 는 유일한 존재다. 2인자 거성 박명수는 막 말에 이기적 행동으로 미움을 살 때도 있지 만, 오로지 그가 하기 때문에 용서가 되는 특유의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쩌리짱’이라 는 별명이 잘 어울리는 정준하는 신체와 어 긋나는 바보짓과 애교라는 그만의 독특한 양념을 가지고 있다. 웃기는 것 빼고는 다 잘 한다는 정형돈은 요즘 제법 웃기는 중이다. 저질·배신의 아이콘 노홍철은 일관된 야비 함의 캐릭터를 승화시켜 대적할 자를 없게 만들었다. ‘꼬마 석사’ 하하는 석사에 어울리 지 않게 떼쓰는 듯 몰상식한 행동을 보이지 만, 꼬마이기 때문에 귀엽다. 중간에 합류한 길은 다음을 대비하지 않는 과한 의욕으로 욕을 먹지만, 반전의 카드가 있어 사건의 캐 스팅보트를 간혹 쥐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웃음 이상의 개념 예능을 포 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녹화 현장 배경으 로 간간이 엿볼 수 있는 정치·시사적 메시 지, MBC 파업을 지지하기 위해 장기간 제작 을 포기한 용기, 시대의 아픔을 웃음으로 안 으려는 따뜻한 마음이 시청률 그 이상의 의 미를 갖게 한다. ‘무한상사’ 편은 비록 평균보 다 낮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이 지속돼야 할 가장 중요한 이유를 시청자 에게 알려주었다. 이 세 가지가 무한한 도전 속에서 예능 이상의 소중함을 알게 해주는 만의 비결이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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