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농의 ‘하얀 가면’ 겹치는 자기모순적 여성 대통령론
서민 여성의 노동과 눈물 모르는 여성 대통령 가능한가
‘준비된 여성 대통령 기호 1번 박근혜’. 제 18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포스터에 들어간 박근혜 후보의 문구다. 알다시피, 이번 대 선 후보 7명 중에서 4명이 여성 후보다. 당당 한 대통령 이정희, 노동자 대통령 김소연·김 순자와 달리 박근혜 후보만 유독 ‘여성 대통령’이란 문구를 선거 포스터의 중심 슬로건 으로 사용했다. 마치 여성계의 왕언니 같고, 1980년대 말 계급모순 대 성모순의 사회구 성체 논쟁에서 여성운동가들이 선택한 노선을 따른 느낌이다.
박근혜의 여성 사랑에 감동했던지, 시인 김지하가 화답했다. 그는 어느 보수단체연합 이 초청한 강연에서 “박 후보가 이 민주사회에서 대통령이 되는 것이 이상하냐. 이제 여자가 세상일을 하는 시대가 됐다. 나는 여성들의 현실통어 능력을 인정한다”는 발언으로 사실상 박근혜를 대통령 후보로 지지했다. 유신의 사형수 김지하가 유신의 딸 박근혜를 지지하다니, 의 종교적 구원인가, 의 엽기적 반전인가 헷갈린다.
김지하의 박근혜 여성 대통령 지지론은, 시험 문제로 치자면 지문은 나름 일리 있는 데 보기와 정답이 잘못된 게 아닌가 싶다. 김지하의 여성 대세론이 일리 있다면, 왜 그 정답이 박근혜여야 할까? 김지하의 선택이 엽기적이고 자기모순적이듯, 박근혜의 여성 대통령론도 엽기적이고 자기모순적이다. 프란츠 파농이 말한 ‘검은 피부, 하얀 가면’처럼 박근혜의 여성 대통령 대망론에서 ‘검은 정치의 피부, 하얀 여성의 가면’의 모순을 본 다. 적어도 그가 민주통합당, 진보정당이 아닌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인 한에서는 말이다. 수첩을 든 백설공주를 따르는 ‘7명의 새누리 난쟁이’들이 승리의 전리품을 상상하고 있는 한에서 말이다.
박근혜의 여성 대통령론의 진심은 그녀의 존재를 홍보하는 로고송에 담겨 있다. “아름다운 근혜 모습 너무나 섹시해. 얼굴은 브이 라인, 공약은 에스라인… 박근혜가 죽여줘요, 박근혜가 죽여줘요.” 대한민국의 보편적 여성에 대한 깊은 애정이 있었다면 이런 로고송을 버젓이 사용할 수 있을까? 이 로고 송이야말로 여성에 대한 박근혜와 새누리당의 인식 수준을 그대로 보여준다. 자신을 대통령으로 뽑아주면 경제를 살리겠다던 이명박의 약속을 지금도 믿는 사람들이 있다면, 여성을 살리겠다는 박근혜의 여성 대통령 대망론을 그대로 믿기 바란다.
그러나 선천적으로 유신의 공주이자 후천적으로 선거의 여왕이라는 그녀가 바라는 것은 여성이 아니라 여성을 이용한 정치권력 의 획득이다. 그녀가 과연 기층 여성의 고통과 노동, 눈물을 얼마나 알 수 있을까? 휴대 전화 거꾸로 들고 통화하고, ‘렌트푸어’의 의미를 ‘하우스푸어’ 논리로 알고, 의원직이 아닌 대통령직을 사퇴하겠다고 실언하는 박근혜를 지켜보며, 과연 그녀가 말한 수많은 여성 공약을 진심으로 믿을 수 있을까? 공약은 위장이고, 선택은 위험하다.
이동연 편집인·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학벌 해체’ 빠진 교육 공약, 참여정부 수준에도 못 미쳐
며칠 전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트위터에 사진을 올렸다. 사람들이 박정희와 육영수의 영정을 앞에 두고 큰절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진 교수는 “혹시 이런 미래를 원하십니까?”라고 썼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이 모습이 한국 사회의 일반적인 미래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여전히 박정희를 신성화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박정희의 딸’이 대통령이 되어도, 2012년의 한국 사회에서 이런 모습이 일반화하리라 상상하는 건 무리수다. 진 교수도 한 명의 사회 구성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 25년 동안 진화한 한국의 민주화는 이미 하나의 문화로 공고화해 있다. 그런데 이런 지적을 하며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왜 대통령이 돼야 하는지는 없나요” 라고 물었더니, 다른 트위터리안이 친절하게 한마디 한다. “문재인이 안 되면 박근혜가 되기 때문에요.^^”
18대 대통령 선거가 대체로 이런 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문재인 캠프는 “박근혜 후보는 ‘유신의 딸’이고, 이명박 정부의 민생 파탄의 공모자이며, 수첩 없이는 아무 데도 가지 못하는 ‘수첩공주’인데다, 도덕성까지 상실한 불통 후보”(윤다정 기자의 11월 29일치 기자수첩)라며 연일 ‘박근혜 때리기’ 만 하고 있다. 이런 전략에 이미 문재인 지지가 확실한 이들만 환호한다. 하지만 박근혜 의 문제점을 알면서도, 문재인을 통해 한국 사회의 미래가 어떨지 상상할 수 없는 이들은 그저 시큰둥하다.
문 후보의 공약이 밝은 미래를 그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교육 공약을 살펴 보면, ‘외고·국제고·자사고 단계적으로 일반 고 전환’ ‘쉼표가 있는 교육’ 정도가 눈에 띈다. 고교 서열화를 방지하고, 중2 때 학업 부담에서 벗어나 적성과 진로를 고민할 여유를 주겠 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교 서열화 등 초·중등 교육 파행의 근본 원인인 대학 학벌 서열화에 대한 개혁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이는 노무현 정부 초기의 교육 개혁 의지보다 후퇴한 지점이다. 참여정부가 말기에 펴낸 은 참여정부 교육혁신위원회의 궁극적인 목표가 ‘대학 서열 구조의 해체’였다 고 적고 있다. 그리고 이 책에는 ‘과거의 정책 실패와 성공의 경험에서 배우지 못하면 미래의 교육 개혁도 없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문 후보 지지자들은 ‘닥치고 정권 교체’만 외친다. 그리고 한 트위터리안은 진보 진영의 대통령 후보에게 일단 토론회에 나가서 ‘박근혜 때리기’를 도와주다가 선거 열흘 전에 사퇴하라고 얘기한다. 그 트윗은 266번이나 리트윗됐다. 정치적 의사는 위탁될 수 없는 것이다. 나의 의사를 ‘닥쳐두고’ 남에게 맡긴다는 것은, 그 선택이 가져온 미래에 대한 책임 역시 내가 지는 것을 의미한 다. ‘정권 교체’를 위해 ‘닥치고 문재인에게 투표하라’는 말이 폭력으로 읽히는 까닭이다. 과연 무엇을 위한 정권 교체인가.
이재훈 기자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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