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똑. 누구십니까. 손님입니다. 들어오세요. 문 닫으세요.’ 어릴 적 즐겨 부르던 동요 가사는 이렇다. 이번에 새로 군가 버전 가 나왔다. ‘똑똑똑. ………. 똑똑똑. ………. 똑똑똑. 누~규? 북한군입니다. 문 열렸네요.’
이렇게 예의 바를 수가. 노크하는 적군을 본 적이 있는가. 지난 10월2일 강원도 고성군 최전방 소초로 귀순한 북한군은 노크를 했다. 그는 섬세한 손놀림, 적군의 심금을 울리는 천상의 노크 소리로 알려진 북한 최정예 손기척 부대 소속 부대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기척은 노크를 이르는 북한말이다. 한때 손기척 부대는 야음을 틈타 마음대로 철책을 넘나드는 그 밀행성과 어떤 문도 따고 마는 신비의 손을 가진 탓에 북한 특수8군단 소속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군 정보 당국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손기척 부대는 북한 인민무력부 산하가 아닌 인민예절부 의전대대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노크 모습을 보거나 노크 소리를 들은 이들은, 마치 음표 하나도 놓치지 않는 정확한 타건으로 신과 직접 대화하려는 듯한 피아노 연주자의 경건함을 느낀다고 한다. 실제로 손기척 부대원들은 피아노 등 건반악기에 두각을 나타낸 신동들 가운데 선발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탈북자 등의 증언에 따르면 제대한 이들 중 일부는 보천보전자악단 단원으로 활동한다고 한다.
손기척 부대 담벼락에는 ‘미제의 각을 뜨자’ 대신 ‘미제의 문을 따자’, ‘일발필살’ 대신 ‘손기척 한 번에 문 하나씩’이라는 구호가 적혀 있다고 한다. 이들은 현관문 재질과 구조에 따라 상대방 마음 깊숙한 곳까지 울리는 최상의 맑은 소리를 끌어올리려고 소재공학·구조공학·음향학 등을 수년간 훈련받는다. 전문가들은 1968년 1·21 청와대 습격사건 역시, 당시 막 창설된 손기척 부대가 자신들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청와대 문을 두드리러 왔던 것은 아니었는지 이번 기회에 재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아니면 말고.
북한군 귀순자는 처음 동해선 경비대 현관문을 두드렸지만 응답이 없자 30m 떨어진 다른 소초로 이동해 노크를 하고 귀순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3중 철책선을 넘어 남쪽 소초 두 곳을 헤집는 동안 우리 군은 이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심지어 군은 이 북한군을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으로 확인했다고 허위 보고하기도 했다.
내가 처음 근무했던 부대는 재래식 화장실을 쓰는 낡은 부대였다. 후방에 침투한 적군이 부대에 침투하는 상황을 가정한 야간훈련이 있을 때면 우리 부대 주임원사는 철책 주변에 똥을 뿌렸다. 경험에서 나온 지독한 방어, 철통방어 아닌 똥통방어였다. 낮은 포복으로 침투를 시도하던 다른 부대원들이 기겁을 했다. 특전사도 못 뚫는다고 했다. 화학전이었다.
이 와중에도 새누리당은 실체도 불분명한 노무현-김정일 정상회담 대화록을 트집 잡아 서해를 북한에 내주려 했다고 설레발을 떤다. 입만 열면 안보를 떠들던 ‘입안보’ 이명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안보보다는 정치에 관심 많은 듯한 김관진 국방장관은 뻥뻥 뚫린 휴전선 철책에 똥이라도 바를 생각은 있는지.
휴전선 전체에 똥을 바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니, 오늘밤 누군가 당신의 현관문을 두드린다면 일단 신고부터 해야 하나. 젠장.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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