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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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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트윗, 싸이 광장 후일담

등록 2012-10-16 17:28 수정 2020-05-03 04:27

구린 훈장 대신 난장 피울 밥상
열풍에 국가의 일은 훈장 아닌 난장 피울 밥상을 차리기

언제부턴가 ‘싸이 신드롬’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더랬다. 가수 싸이나 노래 때문이 아니다. 관(官)이 숟가락을 얹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불편해지기 시작한 시점은 서울 강남구청이 싸이에게 강남구 홍보대사를 맡기려 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부터다. 강남구청이 어떤 곳인가. 처음 싸이의 이 막 뜨기 시작할 때 마뜩잖아하며 이런 멘트를 날린 곳이다. “솔직히 가사가 강남에 도움 되는 내용은 아니지 않나?”

그러던 와중에 노래가 ‘글로벌 대박’이 나버렸다. 이 영국 차트를 비롯한 수많은 나라의 차트에서 1위를 하고,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 2위에 오르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벌어졌다. 어리둥절해진 건 오히려 한국인들이었다. 수많은 한국 가수 중 한 명이던 그가 순식간에 ‘월드스타’의 반열에 올라가버리자 이 사태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잠시 당황할 수밖에 없었던 것. 잠깐 동안 미국 활동을 하다 귀국한 싸이의 기자회견을 두고 “월드스타 싸이 내한공연 기자회견”이란 우스개가 돌았을 정도다.

싸이의 세계시장에서의 성공과 그에 대한 한국의 반응을 두고 ‘오리엔탈리즘과 역오리엔탈리즘’이라 냉소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 및 서구 시장은 동아시아의 신기한 음악인에게 일시적 호기심을 보인 것뿐인데, 한국인은 그런 서구의 잣대를 가지고 싸이를 영웅화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일리가 없진 않다. 그러나 싸이는 한국에서 원래부터 자신만의 음악 스타일로 대중에게 사랑받아온 ‘중견가수’다. 물론 세계시장에서의 성공이 다시 국내 시장의 성공으로 피드백된 것이 사실이긴 하나, 은 국내에서도 공개되자마자 화제가 되며 대중에게 큰 인기를 끈 곡이었다. 요컨대 “의 글로벌 히트”라고 말할 때 그 ‘글로벌’에는 대한민국도 이미 포함되는 것이다. 한국에서 전혀 흥행하지 못했던 영화가 외국에서 큰 상을 받은 뒤 다시 국내 상영해서 ‘대박’이 났다면 ‘역오리엔탈리즘’이라는 이야기가 성립할 수도 있겠지만 의 경우는 그것과는 달랐다.

보면 볼수록 의 성공은 특수하고 예외적이다. 싸이의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 대표가 정확하게 지적했듯 의 히트는 대형 기획사 아이돌 중심의 이른바 ‘케이팝(K-POP) 스타일’과는 전혀 다른 경로로 이뤄진 것이었다. 그렇다고 “기존 케이팝 스타일로는 세계시장에 안 먹힌다”는 결론으로 치닫는 것 역시 섣부르다. 한국 사회는 뭔가 하나의 양산모델을 택해 거기에 ‘올인’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쓰길 좋아한다. 하지만 이미 경제 영역에서조차 그런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된 지 오래다. 문화 영역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대중문화의 질을 향상시키는 건 언제나 최대한으로 보장된 다양성이다. ‘콘텐츠’니 ‘경쟁력’이라는 단어는 끔찍할 정도로 반문화적인 단어들이지만 그 콘텐츠의 경쟁력을 높이는 거의 유일한 방법 또한 문화의 다양성이다. 의 성공은 한국 대중문화가 그나마 이만큼 일궈온 다양성의 한 성과이지 ‘선택과 집중’의 결과가 아니었다. 국가가 정말로 ‘제2의 싸이’를 원한다면 “야, 우리는 못 만드나?” 같은 후진 발상부터 버려야 한다. 창작자를 위축시키는 뮤직비디오 사전검열도 폐지해야 한다. 창작자들이 마음껏 난장을 피울 수 있게 묵묵히 밥상을 차리는 것, 그것이 바로 국가의 역할이다. 하나 더. 훈장 수여 같은 짓 좀 하지 마, 제발.



박권일
계간 ‘R’ 편집위원

글로벌 히트와 애국적 호응 사이의 줄타기, 싸이는 능수능란한 운신으로 영광과 실익을 양손에 쥐었다. 10월4일 서울광장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싸이. 사진 김명진

글로벌 히트와 애국적 호응 사이의 줄타기, 싸이는 능수능란한 운신으로 영광과 실익을 양손에 쥐었다. 10월4일 서울광장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싸이. 사진 김명진

싸이 공화국, 차라리 해체하자!
글로벌 코드도 애국적 편집증으로 변모시켜버리는 미디어, 싸이 그리고 대중

지금 대한민국은 싸이 공화국이다. 대한민국에서 모든 것은 싸이로 통하며, 싸이는 대한민국의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 글로벌 석권 기념 콘서트에서 8만여 명의 국민이 달밤에 집단 말춤을 추고, 서울시는 그에게 4억원과 각종 편의시설을 지원해 훌륭한 잔치를 치르게 했다. 청소년 게임 셧다운제를 강행한 여성가족부는 청소년들이 귀가하기도 전에 소주 한 병 원샷 때리는 그런 사나이에게 항의는커녕 그의 노래 의 청소년 유해매체 지정마저 철회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한민국을 전세계에 알린 그에게 조만간 국민훈장을 준다고 한다. 그런 사이 하이 서울 페스티벌에 초청된 국내외 작품들은 싸이 공연 때문에 취소되거나 장소가 변경되었다. 그런 사이 한때 대마초와 병역 기피 스캔들로 국민의 악동이었지만, 로 순식간에 국민적 영웅이 된, 그런 반전 있는 사나이, 싸이는 시청 공연에서 소주 병나발 분 공덕으로 하이트진로사와 30억원 광고 계약을 맺고 ‘강남 잭팟’을 터트렸다.

싸이는 분명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팝스타가 되었다. 그의 노래 은 전세계를 강타한 올해 최고의 유행가로 등극했다. 은 지금까지 유튜브 조회 수 4억, 영국(UK) 싱글차트 1위, 빌보드 싱글차트 3주 연속 2위를 차지했다. 유튜브에서 커버댄스 놀이는 전세계 네티즌의 국민체조가 되었다. 싸이 효과는 모든 것을 공기 속으로 사라지게 했다. 은 아이돌 중심의 케이팝 열풍을 단숨에 냉각시켰고, 비와 원더걸스의 미국 시장 진출에 공을 들였던 박진영의 무모한 도전도 한순간에 무력화했다. 싸이와 은 케이팝의 판도를 비현실적으로 수직 상승시켜놓은 것이다.

싸이 공화국의 핵심 키워드는 애국주의다. 애국주의는 미디어, 싸이, 대중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병역 기피 사건 이후 싸이는 애국심이 물씬 풍기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김장훈의 흔적이 남아 있지만, 애국가로 시작하는 그의 시청 퍼포먼스는 공연 내내 ‘대한민국 소리 질러!’로 이어졌다. 어떤 점에서 싸이는 자신의 애국심을 연예활동의 정점에서 잘 활용하고 있다. 대중 역시 애국적 코드를 재생산하는 중요한 공모자다. 에 대한 대중심리는 “갈 때까지 놀아보되, 애국적으로 사고하자”라는 것이다. 정부와 정치인들은 오히려 싸이 효과의 뒤처리를 한다는 점에서 순진하다. 무서운 것은 대중 그 자체다. 에서 애국적 코드를 뽑아내는 대중심리는 대중문화의 원천 콘텐츠에 대한 근대적 콤플렉스, 글로벌주의에 대한 강박성, 그리고 문화 유행에 대한 애국적 편집증을 드러낸다.

나는 이러한 애국적 코드로 코팅된 ‘싸이스럽지 않은’ 싸이의 모조품보다는, 그의 본래의 표면 효과, 즉 남사스럽지만 친근한 몸매, 코믹하지만 격렬한 춤, 민망하지만 유쾌한 퍼포먼스의 감각들이 다시 복원되었으면 한다. 데뷔 초기 시절 싸이스러운 퍼포먼스를 다시 보고 싶다. 케이팝이 애국적 코드의 감옥에서 탈주하지 않는 한, 우리는 언제나 ‘글로벌하게 소비하되, 애국적으로 사고하는’ 초국적 국민문화의 불편한 악령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그러니 차라리 싸이 공화국을 해체하자!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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