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뉴 로또
이건희 회장 꿈을 꿨다. 그런 사이는 아니다. 아직 손예진도 등장시키지 못했는데. 헌법 119조 2항 경제민주화 조항은 꿈에서도 실현되기 어려운가 보다. 사실상 골목상권 침입이다. 꿈은 가물가물하다. “경제는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 네 기사는 5류”라고 했던 거 같다. 직업병 기사에 그리 민감하시다니. 내가 꿈속에서 그를 부른 것인가, 그가 내 꿈 안으로 밀고 들어온 건가. 조계종스러운 화두를 던져보지만, 생각생각생각 좀 하고 말하란다. 그 회사라면 내 꿈도 미행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망상, 그건 좀 심하다. 어쨌든, 이분의 꿈을 꿨으니 무언가 해야 했다. 로또를 샀다. 당연한 거 아닌가. 당신이라면 뭘 했겠나. 장모님은 남자의 성실함을 매주 로또를 사는지 여부로 판단하신다. 그동안 성실하지 못했다. 반성하는 의미에서 로또 5게임을 샀다. 이건희 꿈=5천원. 소심한 거, 맞다.
로또를 산 그날 밤, 이번에는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 꿈을 꿨다. 왜 이러니. 한국 최고 부자에 이어, 이번에는 세계 최고 슈퍼파워다. 다음날 연금복권 7장을 샀다. 나름 포트폴리오다. 오바마 꿈=7천원=6달러15센트. 주한미군 마이클 이병이었다면 월급을 털었을지 모를 일이다. 난, 지갑에 든 잔돈이 그거였을 뿐이고. 나도 5만원짜리 들고 다닌다.
진짜 왜 이러는 거니. 꼭 이래야 하는 거니. 이건희표 로또는, 5게임 전체 30개 숫자 가운데 달랑 1개 맞았다. 최악으로 꼽는 이명박표 꿈을 꿔도 이거보다 많이 맞았겠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재벌 총수 지분율을 공개했는데, 재계 1위 이건희 회장 지분율은 0.52%에 불과했다. 이건희 회장 꿈의 약발이 떨어지는 이유가 혹시 이 때문인가. 정말 그런 거니. 오바마표? 각 조 끝자리 숫자 하나, 7등 1천원짜리 달랑 1장 당첨됐다. 권력과 돈, 둘 중에 하나만 택하라는 계시인가. 내가 지구 정복을 꿈꾼 것도 아닌데. 어쨌든 이건희 꿈보다 오바마 꿈이 낫네. “너, 미국× 편드냐?” 프로야구도 아니고 나에게 빈볼 던지지 마라. 나, 기아 타이거즈 팬이다.
“올 상반기 언론인 부음 기사가 몇 건인지 아십니까?” 직업병 기사를 쓴다고 하니, 오바마보다 복권 약발 떨어지는 회사에서 이렇게 물었다. 이런저런 사인이 있는데, 그걸 이리저리 억지로 엮어 기사를 쓰면 되겠느냐는 공격이었다. 어디 가서 기자님 행세하는 기자도, 당연히 죽는다. 그래도, 이렇게 나오는 건 좀 그렇다. 그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다 죽은 이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어쨌든, 사람은 누구나 다 죽는다. 그렇다는 얘기다.
정권도 죽는다. 이명박 정권 수명이 간당간당하다. 임기는 남았지만 도덕적으로는 이미 완벽히 죽었다. 좀비 상태다. 건드리면 성질부터 내는 정권이었다. ‘녹색성장’ 부작용은 헐크가 입증했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정권을 잡는다면 ‘이명박 리부트’일까, ‘이명박 리메이크’일까, ‘이명박 프리퀄’일까. 본인의 정신 상태나 대선캠프에 사람 가져다 쓰는 걸 보면 ‘박정희 리부트’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뭐가 됐든, 별반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박근혜표 꿈을 꾼다면 복권을 얼마나 사야 하나. “너, 박근혜 편드냐?” 빈볼 던지지 마라. 안 살 거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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