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은 자기의 이름이 불리길 소망한다. 그 이름을 부드러운 멜로디에 얹어 나지막이 속삭이면, 여자의 눈동자에 하트 모양의 달이 뜬다. 여성의 이름을 딴 제목이 붙은 노래는 대부분 성공했다. 이승철의 , 변진섭의 , 태진아의 가 그렇다. 그중 최고는 1980년대 여성팬을 모세가 홍해 가르듯 둘로 갈랐던 김승진의 과 박혜성의 다.
(왼쪽부터) 김승진·박혜성·이승기
김승진은 고등학교 2학년이던 1985년 1집 앨범 수록곡 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희고 깨끗한 피부에 ‘찡끗’ 눈웃음을 장착한 남자 고등학생이 맑은 목소리로 “스잔 찬바람이 부는데 스잔 땅거미가 지는데”를 부르는 모습을 보고 반하지 않을 여자는 없다. 잘생기고 인기 많은 선배의 모습으로 다가간 김승진은 또래 여고생과 여성팬의 마음을 흔들었다. 다음해인 1986년 또 한 명의 선배가 등장했다. 보다 친근한 로 데뷔한 박혜성이다. 김승진이 듬직한 오빠라면, 박혜성은 세련된 오빠였다. 박혜성은 보다 빠른 템포의 에서 “경아 나 지금 너의 사진을 보며 생각에 젖는다”고 고백했다.
이후 김승진과 박혜성은 각각 중앙대 연극영화과와 동국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했고, 각각 과 로 인기를 이어갔다. 연기에도 도전했다. 김승진은 1989년 한국방송 주말드라마 에서 주역을 따냈다. 현역 가수가 주말극 규모의 드라마 주인공을 맡은 것은 처음이었다. 광고모델 출신인 박혜성 역시 1990년 한국방송 에 김혜수와 함께 출연했다.
2000년대에도 김승진과 박혜성처럼 ‘그녀’들의 이름을 부르며 나타난 이가 있었다. 의 이승기다. 2004년 고등학교 3학년 학생 신분으로 데뷔한 이승기는 학교에 한 명쯤 꼭 있을 법한 똑똑하고 잘생기고 인기 많은 오빠의 모습 그대로였다. 문제는 단정한 외모와 쑥스러워하는 듯한 얼굴로 “누난 내 여자니까 너는 내 여자니까”를 열창했다는 점이다. 어린 여학생이 아닌 나이가 있는 ‘누나’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이승기를 보며, 이 땅의 누나들은 순식간에 이승기의 팬이 됐다. 이승기는 박혜성의 모교인 동국대에 입학했고, 드라마 에 이어 로 연기자로서의 안정감도 갖췄다.
김승진과 박혜성, 그리고 이승기. 이들을 통해 몇 가지 아이돌 코드를 유추해낼 수 있겠다. 먼저 여자의 이름이나 호칭을 부르는 노래로 데뷔하면 성공한다. 김승진과 이승기, 이름에 ‘승’자가 들어가면 성공한다. 박혜성과 이승기, 고등학교 3학년 때 데뷔해 동국대에 들어가면 성공한다. 비장의 마지막 법칙이 있다. 가르마가 왼쪽에 있는 남자 솔로 가수는 성공한다. 셋 다 모두 머리카락의 방향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온다. 50%의 확률 아니냐고? 정리해보자. 고등학교 때 여자의 이름이나 호칭을 부르는 노래로 데뷔해 왼쪽 가르마를 가진 남자 솔로 가수는 반드시 성공한다. 이것이 신비한 아이돌 코드 ‘수직이론’이다.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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