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선언한다. “공화국엔 동성애자가 없다.” 그런 것 따위야 미제의 쓰레기니까 없단다. 흠… 언젠가 한국 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 탈북자인 동성애자가 찾아온 적이 있다. 고전적인 성소수자 인권운동의 슬로건 ‘우리는 어디에나 있다’, 북한에도 없을 리가 없지 않은가.
이슬람은 처형한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뒤 이라크에 발호한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은 그들이 ‘율법의 적’으로 여기는 동성애자를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공격했다. 2006년 이라크 경찰이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14살 소년을 살해해 국제적 공분을 샀다. 이슬람 원리주의 혁명의 나라, 이란에선 2008년 동성애 행위를 했다는 혐의로 10대 소년 두 명을 목매달아 공개 처형했다. 그 사진이 인터넷에 돌면서 역시나 공분을 샀다.
우리 시대 ‘블루오션’
역지사지, 이런 북한을 옹호하는 성소수자가 있다면… 그는 진정한 애국자? 이슬람 원리주의에 호감을 느끼는 동성애자가 있다면… 그는 진짜 박애주의자? 아마도 게이라는 정체성의 본분을 망각하고 “유대인 죽어버려” “히틀러 사랑해요” 말했다가 명품 ‘크리스티앙 디오르’에서 해고된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 같은 사람이 아닐까.
어떻게 보면 상극인 사람 또는 세력을 자신의 기반을 흔드는 세 개의 적으로 여기는 일부 개신교 세력이 있다. 작금의 수쿠크법 사태를 맞이해 개신교 모태신앙 교수님과 불라불라 얘기를 하다가 그의 한마디로 상황은 종결됐다. “근데요, 그분들은 이슬람과 북한과 동성애 세력이 뒤에서 연결돼 있다고 생각해요.” 같이 있던 일동 침묵…. 정말로? 싶지만, 정말로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동성애자 차별을 금지하는 법에 반대하는 연대단체에 뜻밖에 ‘반북애국단체’ 이름도 있었단 정도만 전하고 싶다.
2000년대 초반 이런 농담을 했다. “야, 청년 보수가 블루오션이야, 한번 해봐라.” 보수세력이 ‘잃어버린 10년’이라 부르던 시대인 당시에 날로 기세를 떨치는 보수엔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젊은이. 그 공백을 스스로 ‘주사파’ 출신이라 고백하는 과거의 운동권들이 서서히 채웠다. 뉴라이트가 태동하던 시절이다. 짐작대로 그분들이 하신 말씀은 “우리가 해봐서 아는데~”. 그들은 그렇게 스스로 통탄한 과거에 바탕해 일종의 전향자, 내부고발자가 되었다.
2000년대 후반 이런 농담을 했다. “야, 너 동성애 반대운동도 평생 운동이다.” 바야흐로 한국에서 개신교가 성조기 들고 나오던 때였고, 미국처럼 성경을 문자적으로 해석한 윤리적 보수주의를 한국에도 이식하려는 이들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하던 시절이다. 마르지 않는 화수분 같은 후원자, 보수 개신교가 있으니 정말로 든든했겠다. 그리고 등장한 내부고발자. 스스로 동성애자였다고 고백하는 목사님이 나와서 외치셨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동성애는 죄악이다.” 그리고 이어진 말씀은 “동성애는 치유될 수 있다”.
고발자가 전하는 불완전한 현실
그리하여 내부고발은 한국 보수세력의 주요한 형식이 되었다. 내부고발자가 전하는 말이 전부 진실은 아니듯 전부 거짓도 아닐 것이다. 동성애자이며 공화당원인 드라마 의 작가는 “모든 집에는 숨기고 싶은 지저분한 빨랫거리가 조금씩 있기 마련”이라고 썼다. 옛날의 주사파 안에도, 현재의 성소수자 사회에도, 그 어디에도 그런 구석은 있게 마련이다. 그것을 전혀 없다고 말할 이유가 없듯이 침소봉대할 필요도 없다. 그렇게 자꾸 하나의 단면만 보면 전체 현실이 보이지 않는다. 도저히 섞이지 않는 것들도 연결돼 있다고 여기게 되는 지경에 이른다. 하나만 덧붙이면, 만약 차별금지법이 시행됐다면 최근 수쿠르법을 계기로 이슬람과 관련해 쏟아지는 목사님들의 발언은 과연 무사했을까?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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