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는 후텁지근했다. 성능 좋은 에어컨도 이날 한때 섭씨 34.9도까지 치솟은 기온과 사람들이 뿜어내는 열기를 식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난 8월1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0 강남 취업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의 얼굴에서는 그러나, 끈적끈적한 공기가 주는 불쾌한 표정은 읽히지 않았다. 긴장과 설렘, 절박함과 기대감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채용공고 게시판을 훑어보는 눈은 빛났고 직업심리검사를 위해 질문지를 채워가는 몸짓은 진지했다. 새로 산 구두가 발 뒤꿈치에 상처를 냈고 쪼그리고 웅크린 자세가 불편했지만 그 정도 고통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했다.
이 박람회를 통해 142개 업체가 600여 명을 채용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곳을 찾은 4천여 명 중 나머지 3400여 명은 다시 이력서를 뽑아들고, 쓰라린 뒤꿈치에 반창고를 붙이고, 가장 깨끗한 옷을 꺼내 입고, 다른 취업박람회장을 찾고, 면접을 볼 것이다. 그때쯤이면 시원한 바람이 불어 땀을 식혀주고 답답했던 가슴까지도 시원스레 뚫어주게 될는지….
사진·글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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