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산 〈한겨레21〉 편집팀장. 사진 한겨레21 윤운식 기자
그로 말할 것 같으면 30대 후반의 남성이며 의 편집팀장이다. 나의 옆자리에 앉아 있으며 나의 사수이기도 하다. 그는 생각에 잠길 때면 코를 파거나 다리를 떠는 것 같다. 때때로 눈을 감고 있기도 한다. 재채기를 자주 한다. 원인 모를 알레르기성 비염을 앓고 있다.
몇 개월 옆자리에서 지내면서 ‘선배는 대체로 차분한 사람인 것 같다’고 판단했지만 재채기는 때때로 그를 과감한 남자로 만든다. 쉬이 재채기가 멈추지 않던 어느 날 그는 정량 두 배의 약을 입속에 털어넣었다. 그리고 한참 뒤에 그날의 약기운이 아주 불쾌했다고 회상했다. 선배가 약을 많이 먹었잖아요…. 그는 이렇게 인간적이기도 하다. 망각하기 때문에 인간이라 하지 않는가.
그는 때때로 자리를 비운다. 그래서 유 선배를 자주 찾는 이름 모를 어느 선배의 전화를 내가 자주 받는다.“자리에 없습니다”라고 말하면 이름 모를 선배는 사실대로 말하라며 채근한다. “벌써 퇴근한 거냐” 혹은 “아직 출근 안 했냐” 혹은 “도대체 어디 있는 거냐”.
그가 자리를 비우는 이유는, 짐작건대 낭비를 용납하지 않는 남자이기 때문이다. 회사가 자신을 꼭 필요로 할 때에는 자리를 지킨다. 그보다 오래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생산성이 떨어지는 나에 비하면 아주 실리적이다. 다른 면을 봐서도 그렇다. 필요한 말만 한다. 같은 팀, 옆자리에 앉았지만 그와 내가 나눈 사적인 대화는 50마디도 채 되지 않을 거다. 내가 ‘네’ ‘아니요’만 즐겨 대답하는 탓도 있다(그래도 중요한 말은 다 나눴다). 쓸데없는 전화도 걸지 않는다. 그는 이번달에 휴대전화 요금이 1만8천원이나 나왔다며 화를 냈다. 종종, 잘 나오지 않는 펜을 기어이 쓰고 있는 모습을 본 적도 있다.
그는 내가 두 번 질문하는 것도 싫어한다. 이 역시 쓸데없는 것은 필요 없다는, 낭비를 허용하지 않는 그 성격 때문이리라. 그러나 때때로 먼저 편집 노하우를 전수해주기도 한다. 옆의 후배는 주옥같은 그의 조언을 고개를 주억거리며 마음에 새겨넣는다.
쓰고 보니 ‘송사’라기보다 ‘유 선배 관찰기’가 되어버렸네. 어쨌거나 ‘블로거21’의 분량을 맞추려 한 것도 아닌데, 내가 그에 대해 쓸 수 있는 글의 양은 이만큼밖에 안 된다. 더 관찰하고, 종종 콩고물처럼 떨어뜨려주던 편집의 기술도 더 주워 먹고, 긴 대답을 하며 더 친해지고도 싶은데 이번호를 마치고 그는 아주 긴 휴가에 들어간다. 제2의 삶을 계획한단다. 문학상 수상에는 진심으로 축하를 보낸다. 내 옆자리는 대체로 고요했지만,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그의 부재가 적막할 것 같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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