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중의원 선거일인 2026년 2월8일 도쿄 자민당 당사에서 기자들과 대화하며 웃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이끄는 일본 집권 자민당이 2026년 2월9일 최종 집계가 끝난 중의원 선거(하원·8일 실시)에서 단독으로 ‘개헌 발의 정족수' 310석 이상을 확보하는 ‘역사적 승리’를 거뒀다. 제 1, 3야당이 합당 형태로 만든 신당 ‘중도개혁연합’(중도개혁)은 기존 의석보다 120여석이 줄어드는 참패를 당했다.
이날 중의원 선거 최종 결과에서, 자민당은 전체 465석 가운데 단독으로 316석을 얻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선거 직전 의석은 198석으로 과반에도 35석이나 부족했는데 단숨에 120석 가까이 의석수를 늘렸다. 이미 지역구 선거로만 249석을 얻는 압도적 승리를 확인했고, 비례대표에서도 무려 67석을 얻었다. 자민당으로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정치 생명을 걸고 취임 100여일만에 ‘중의원 조기 해산’ 승부수를 건 게 적중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자신의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던 ‘책임있는 적극 재정’을 통한 경제 성장 실현과 국민생활 향상 구호가 높은 물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했다는 평가다. 그는 선거 과정에서 “다카이치 정부의 새 정책에 대한 국민 신임을 묻겠다”며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일본유신회의 정책에 대한 심판을 받겠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특히 강경 보수 성향의 다카이치 총리가 자신의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우며 자신감을 보인 게, 보수 성향 야당인 국민민주당·참정당 등에 뺏겼던 보수·청년 지지층을 돌아오게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뜻밖에 불어온 ‘다카이치 열풍'에 힘입어 부동층 유권자들까지 대거 자민당 후보들에게 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벌써부터 자민당 내부에서는 “다카이치 총리를 중심으로 구심력이 높아져 정부 운영 뿐 아니라 당 관련 문제에서도 주도권을 잡고 ‘다카이치 색깔’을 내기 쉬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요미우리신문은 “자민당의 역사적 대승으로 다카이치 총리가 정권 기반 강화에 성공했으며, ‘책임 있는 적극 재정’ 등 핵심 정책을 추진할 강력한 힘을 얻게 됐다”며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과 일본유신회의 연립정권을 지속하며 내정과 외교 과제 대응에 전력을 다할 방침”이라고 풀이했다.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를 겸하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026년 2월8일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당선자에게 붙여주는 종이 장미꽃을 쳐다보고 있다. AFP 연합뉴스
2025년 연립여당으로 결합한 일본유신회는 ‘다카이치 반사 효과’를 누리지 못했지만, 소폭 의석 확대라는 성과를 거뒀다. 이날 집계에서 소선거구 20석, 비례대표 16석으로 모두 36석을 챙겼다. 직전 34석보다 2석이 늘었다. 자민당과 의석을 더하면 352석으로 전체 중의원 의석 75%를 확보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전날밤 선거 압승을 확인한 뒤 엔에이치케이(NHK) 방송과 인터뷰에서 “일본유신회가 (연립여당으로서) 내각의 책임도 함께 해주길 바란다고 얘기해왔고, 그런 뜻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며 일본유신회 출신 장관 기용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기존 제 1야당 입헌민주당과 제 3당 공명당이 함께 중의원 선거용으로 만든 중도개혁은 전례없는 패배를 당하며 여당의 독주를 견제할 최소한의 힘마저 잃는 상태에 놓이게 됐다. 이날 최종 집계에서 중도개혁은 49석 확보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직전(172석)과 견줘 무려 123석을 빼앗기며 사실상 소수 정당 수준으로 전락하게 됐다. 특히 전국 289곳 지역구 중에 7곳에서 밖에 승리하지 못하는 뼈아픈 결과를 받아들이게 됐다. 두 당은 2025년 1월 다카이치 총리의 전격적인 중의원 해산에 맞서 ‘일본 사회의 보수화 저지’를 선언하며, 중의원 의원들로만 합당 형식의 신당을 만들었다. 하지만, 애초 수십년간 다른 정체성을 유지했던 두 정당이 단순히 여당의 보수화 저지를 위해 ‘선거용 신당’을 창당한 것 자체가 예고된 패배를 불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보수 성향 주요 야당들은 기존 당세를 유지하거나 일부 확대하는 등 괜찮은 성적을 냈다. 특히 참정당은 배외주의를 앞세워 정치적 이득을 얻고 있다는 비판 속에서도 지역구 의석없이 비례대표로만 15석을 확보하며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참정당의 중의원 기존 의석은 2석에 불과했다. 최근 전국 선거에서 ‘먹고 사는 문제 우선 해결’ 구호를 앞세워 잇따라 돌풍을 일으켰던 국민민주당은 28석을 얻어 기존보다 1석을 늘렸다.
또 제 3지대에서 신당을 만들어 중의원 선거에 나섰던 ‘팀미라이’ 당은 청년일자리와 육아·교육, 정치 참여 방식 개혁 등 기성 정당이 방치한 영역을 공략해 비례로만 11석을 얻는 파격적인 성과를 냈다.
도쿄(일본)=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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