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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글부글] 윤리 지원 좀 해드려야겠어요

등록 2010-07-12 21:18 수정 2020-05-02 04:26

윤리 좀 지원해주겠다는데 왜 이렇게 난리인지 통 모르겠어요. 다들 품앗이 전통도 잊었나 봐요. 윤리 부족한 사람들한테 윤리를 지원하겠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라니요. 처음 있는 일도 아니잖아요. 윤리를 공짜로 가르쳐준 삼청교육지원관실도 있었는데…. 민간 윤리, 공직 윤리 따로 있나요. 선진화·법질서 확립하는 데 민간인, 공직자 따로 있겠느냐고요. 휘발유 차량에 등유 좀 넣으면 어때요. ‘엔꼬’보단 낫잖아요.

민간인 사찰을 주도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있는 청와대 근처 창성동 정부종합청사 별관.  한겨레 이종찬 기자

민간인 사찰을 주도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있는 청와대 근처 창성동 정부종합청사 별관. 한겨레 이종찬 기자

뭐라고요, 사찰이라고요? 불교 쪽 차별받는다고 매일 성화던데, 정부가 대놓고 사찰, 사찰 할 리 없잖아요. 그 사찰이 아니라뇨. 선진화·법질서 확립하는 데 사찰이든 절이든 따로 있겠느냐고요.

직장 잃고 재산 잃고 고발도 당했다고요? 노사모 멤버라서요? 쥐코 동영상 블로그에 올려가지고요? 그럴 수도 있어요. 영포회 멤버가 쥐코 보다가 인생 망쳤다고 하면 웃기잖아요. 그니까 공직 윤리가 아니라 대통령 명예를 으뜸으로 삼는 MB 윤리였다고요? 나 원 참, 선진화·법질서 확립하자는 데 공직 윤리, MB 윤리 따로 있냐고요.

전 그것보다 총리실 하는 일이 세종시 수정만은 아니었단 거 알게 돼 기뻐요. 아, 총리실은 몰랐다고요? 청와대 MB선요? 아, 비선요. 공기업 인사까지 요리했다고요? 아앙, 그럼 공직 윤리 지원이 아니라, 공직 요리 지원? 뭐예요, 실망이에욧.

블랙리스트가 있든 없든 왜 이렇게 난리인지 모르겠어요. 맘에 안 들면 출연 안 시키는 거 당연하지 않나요. 제작진은 좋다 해도 간부들은 싫다 할 수 있지요. 우리가 언제 하고 싶은 숙제만 했나요. 부모님 늘 우리들 경쟁력 걱정하시듯, 사장님 늘 프로그램 경쟁력을 걱정하실 게 뻔하잖아요. 홍보국장께선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취지이기 때문에 제작진의 의견과 다른 결정이 날 수 있다”고 했다잖아요. 그러니까 우리 대통령 할아버지 밤낮으로 출연시키는 거잖아요. 뭐래더라, 땡박뉴스? 하하, 전 좋아해요, 재밌어요. 부부젤라 소리 듣는 것처럼요. 그나저나 한국방송엔 윤리지원실 없나 봐요. 이제 거기도 선진화 좀 해야죠. 안 그러다간 ‘공직 요리’당해요. 아, 수신료 요~리 올려서 할 거라고요? 뭐예요, 시청자요리지원실인가요, 실망이에욧.

러시아 조사단, 왜 저 난리인지 모르겠어요. 천안함을 침몰시킨 ‘1번 어뢰’가 정체불명이라고 했다면서요. 스크루 휜 것도 다른 원인 때문이라고요? 유엔안보리는 의장성명 초안에서 북한의 공격이란 말을 뺐다면서요? 아니, 다들 왜 그러는 거예요? 대통령 할아버지, 우리 선진화 군을 믿지 않는 저들에게 ‘윤리 지원’ 좀 해드려야겠어요. 아님, ‘요리’를 해버리든가요.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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