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글부글이지만 괜찮아
새 자치단체장들이 7월1일 취임했다. 정당과 이념을 달리하는 광역단체·기초단체장 지역이 많아 곳곳에서 소통과 대화를 기치로 내걸었다. 기치가 퇴색되면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어, 자치단체장이 그러는 거 아냐~. 시민을 위해 일하라고 뽑았더니 왜 시민 위에서 일해. 어, 왜 그래~ 얼른 내려와, 자치단체장이 그러는 거 아냐 ~.”
진보 성향 교육감들도 일제히 취임했다. 서울 곽노현 교육감 취임식에서 학생 대표 축사를 맡은 한 여중생은 “일제고사는 예산 낭비”라고 말했다. 전북 김승환 교육감은 “오는 9·12월 실시하는 지역 내 일제고사도 모두 폐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가 장 먼저 반길 것이다.
“어어~ 그러는 거 아냐. 어른들보고 교육 문제 좀 풀랬더니, 왜 우리한테 시험 대비 문제만 풀게 해? 어, 일제고사로 예산 낭비하는 거 아냐. 왜 그래~ 무상급식도 못한댔잖아. 제대로 돈 쓰랬더니 사교육비 늘려 제대로 돈 쓰게 하고, 그러는 거 아냐. 어, 이번 방학 땐 문제 풀기 안 하는 거야? 어어~ 일제고사가 무슨 야쿠자라고 어린애들까지 ‘다구리’하는 거야. 어~ 아이들은 다구리 이런 말 쓰는 거 아냐. 어어, 이건 아닌가?”
부글부글이지만…딸이 납치됐다며 용기 내 신고를 한 부모는 경찰만 믿었을 것이다. 시민들은 그게 아니란 것을 알고 분개했다.
“어, 그러는 거 아냐. 어어~ 경찰이 자버리는 거 아냐. 전화로 유인해서 범인을 잡으라니까 왜 자버리는 거야. 어~ 경찰이 무슨 채권추심자라고, 왜 납치 피해자 가족 집 소파에 드러누워 코까지 곯아? 어어~ 경찰이 소주 붙잡는 거 아냐. 전화가 오면 일단 붙잡고 시간을 끌라니까, 왜 소주잔을 붙잡는 거야. 어~ 왜 딸이 납치됐다고 떨며 신고한 가족 집에서 술 취해 자? 어어~ 경찰이 ‘피곤해서 30분만 졸았다’고 해명하는 거 아냐. 술 마시고 코 고니까 분노한 거지, 지쳐 쓰러졌다면 이불을 줬겠지. 어, 그러는 거 아냐. 어어~ 경찰이 여경한테 술 심부름 시키는 거 아냐. 어~ 경찰이 술도 시키는 거 아냐. 안심을 시켜야지, 술 시키는 거 아냐. 어어~ ‘피해 부모가 극도로 불안한 상태여서 진정시키려고 술을 권했다’고 하는 거 아냐. 그러면서 정작 술은 경찰이 다 마시는 거 아냐. 어어~ 그러는 거 아냐, 경찰이 그러는 거 아냐.”
아무 사달도 벌어지지 않아 한 차례 웃고 넘어갈 수 있었다면 좋겠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부글부글’이 경박해진다. 지난 6월23일 출동 경찰이 술을 마시던 시간, 납치 여대생이 목숨을 잃었다. 이날 경찰은 범인의 차를 뒤쫓다 놓쳤고 범인은 피해자의 집에 전화를 걸어 “경찰이 나를 뒤쫓고 있네, 고맙다”며 끊었다. 해당 경찰은 36시간 넘게 근무 중이었다고 한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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