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축구팀 맏형 이영표의 소리 없는 외침이 화면 가득 잡혔다. 나이지리아전을 끝낸 뒤 특정 종교의 외마디 감탄사로 추정되는 그 입 모양과 함께 연방 하늘을 바라보며 감격하는 모습이 신기했는지 카메라맨은 계속 그 장면을 클로즈업했다. 그 순간 이 두 음절의 기도를 간절하게 함께 외쳤던 분은 북악산 아래 기거하시는 한 장로님일 것이다. 세상사 모든 것을 잊게 할 만큼 열광하는 거리를 보며 그는 특유의 빙그레 미소를 지으셨을 것이다. 양파 껍질 까듯 나오는 천안함 의혹들도, 예상치 못했던 6·2 지방선거 참패도, 끊이지 않던 당·정·청 쇄신 논란도 덕분에 일순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듯 조용해졌다. “오, 주여.”
월드컵 필수품이 돼버린 통닭. 팔 수 없을 정도로 주문 전화가 밀려들어 통닭집 사장님들은 셀 수 없이 닭날개를 꺾었다. 한데 날개 꺾기는 통닭집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경찰서 구석진 곳, 간이침대 위에서 경찰과 피의자 3인1조로 자세를 잡았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만 해도 22명에게 선보였다는 서울 양천경찰서 강력팀의 날개 꺾기는 “그런 것 같다”는 고백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끝내 그 고통의 동영상은 공개되지 않았다. 24시간 켜져 있어야 하는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이 딱 그 순간만 녹화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것 같다”는 경찰관들은 이 상황을 한마디로 “물리력을 행사했다”고 표현했다. 과거 클린턴 미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을 정리한 클린턴의 한마디에 필적할 만하다. “부적절했다.”
김제동이다. ‘절대 남아’로 알려진 정권의 유력 인사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과 7·28 재보선에서 맞붙을 인사로 거론된 이름, 김제동. 서울 은평을이 재·보궐 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부상한 만큼 공천 경쟁이 조기 과열 조짐을 보이는 와중에 튀어나온 속보였다. 단연 검색어 1위에 올랐다. “기자가 지켜야 할 초보적 상식인 확인 절차를 저희에게 해오지 않았다. 민주당과 조금이라도 연관된 인사가 저희 측과 은평을 보궐선거와 관련해 논의를 한 적은 분명 단 한 차례도 없다”는 것이 김제동 쪽의 반응이다. “김제동의 직업적 본분은 웃음을 전파하는 방송인”이라는 김제동 쪽의 해명대로라면 그 소식을 듣고 므흣한 미소를 지었던 시청자에게 그는 본분을 다한 셈이다. 물론 결론은 이렇다. “제동이 고만 좀 괴롭혀라.”(아이디 haveaniceday)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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