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문화부 장관
세로 242.8mm·가로 189.7mm·두께 13.4mm·무게 0.68kg의 외형 스펙을 가진 한 ‘기계’ 때문에 한국이 열병을 앓고 있다. 바로 ‘아이패드’다. 정식 수입이 안 된 상태지만 한국의 열혈 ‘얼리어답터’들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네트워크를 통해 아이패드를 들여왔다. ‘헤비 트위터리안’으로 소문난 두산 박용만 회장은 직접 사용기를 영상으로 만들어 ‘트위팅’해 화제를 모았다. 디제이로 변신한 ‘클론’의 구준엽씨는 아예 아이패드를 분해하는 영상을 올려 ‘용자’(용기 있는 사람)의 칭호를 얻었다.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건 정부였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전파법’을 내세워 정식 등록이 안 된 아이패드를 판매·구입할 경우 처벌한다고 밝힌 것이다. 누리꾼들은 발끈했지만 ‘법’적 문제가 있는 것을 어찌할 순 없었다.
그러나 방통위의 경고도 무시하고 아이패드를 카메라 앞에 당당히 노출한 채 등장한 ‘진정한 용자’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유인촌 문화부 장관이다. 유 장관은 지난 4월26일 언론 브리핑을 하면서 종이 대신 아이패드를 손에 쥐었다. 브리핑 현장 사진은 일파만파로 퍼져나갔다. “국민은 못 쓰게 하면서 장관은 쓰는 거냐”는 누리꾼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황당한 사태도 벌어졌다. 한 네티즌이 중앙전파관리소에 유인촌 장관, 박용만 회장, 구준엽씨를 ‘불법 기기 사용’ 혐의로 신고한 것이다. ‘신고 인증샷’은 트위터와 각종 게시판 등을 통해 퍼날라졌다. 한 누리꾼은 “유 장관은 MB의 지능형 안티가 아니냐”며 ‘유 장관 X맨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논란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바로 다음날 방통위는 개인용 아이패드에 대해 전파 인증을 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상 사용을 허용한 것이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은 목화씨를 고려에 들여온 문익점에 빗대 ‘문익촌 장관’이란 애칭(?)을 또 하나 추가시켰다.
이정국 기자 한겨레 디지털미디어센터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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