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난 3월 802호에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뇌물 수수 의혹 사건 재판을 다루며 ‘지방선거 태풍의 눈! 한명숙’이란 표지이야기를 내보낸 뒤 여러 시각에서 독자의 반응이 답지했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기소 행태를 제대로 지적했다는 반응에서부터 한 전 총리의 무죄를 지나치게 기정사실화한 게 아니냐는 반응까지 다양했다.
당시 기사는 한 전 총리에게 5만달러를 건넸다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진술이 법정에서 뒤바뀐 시점에서 이번 재판의 진행 상황과 전망을 분석하고 검찰의 정치적 수사 태도를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내용이었다. 별다른 직접증거를 찾기 어려운 뇌물 사건에서 뇌물을 건넸다는 쪽의 진술은 무엇보다 중요한 증거인데, 그 진술이 일관성을 잃었다는 것은 이미 검찰 쪽 기소의 승산이 상당 부분 무너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술을 바꾼 곽 전 사장이 애초 검찰에서 말한 대로 진술을 재번복할 가능성도 남아있었지만, 이는 그 진술의 신뢰성만 더 훼손시킬 뿐이었다.
결국 한 전 총리는 지난 4월9일 무죄 선고를 받고 현실적인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그 선고 공판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등장했다. 검찰이 또 다른 의혹을 들고 나온 것이다(이제 검찰이 제기하는 의혹의 신빙성을 신뢰하기 힘드니 그 의혹의 내용도 가급적이면 전하지 않는 게 좋겠다). 이른바 ‘별건 수사’ 논란이다.
이미 집권 여당에서도 지탄받는 검찰의 무리수를 굳이 또 언급하는 이유는 강한 데자뷔 하나를 쫓아가기 위함이다. 1년 전, 검찰은 집요하게 한 정치인의 뒤를 캤다. 그리고 사실과 증거로 확정되지 않은 혐의들을 언론에 흘렸다. 한 전 총리 수사에서 혐의 사실과 직접 관련도 없는 골프채 이야기를 흘리던 것과 똑같은 모습이었다(물론 골프채 의혹도 확증된 바는 전혀 없다). 일단 표적을 정하고 나면 앞뒤 살피지 않고 무자비하게 달려드는 풍모가 그대로였다. 그 정치인은 자진을 선택했다. 그의 장례식에서 애타는 목소리로 추모의 글을 읽어가던 이가 한 전 총리였다는 사실에 이르면, 이건 데자뷔가 아니라 그대로 역사의 반복이다.
노무현.
검찰은 정확히 1년 만에 그의 이름을 우리 뇌리에 다시 새겨주고 있다. 시대정신을 대표했던 한 인물을 끝내 사지로 몰아넣은 그 집요함으로 우리의 기억을 다시 일깨우고 있다. 그렇다면 더 또렷이 기억해야 할밖에.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은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 마르지 않는 눈물샘으로 남아 있는 그를 추모하는 글을 독자와 시민에게서 받는다. 주제는 ‘노무현과 나’. 다 이루지 못한 일들을 남겨두고 떠난 노 전 대통령을 생각하면 북받쳐오르는 무언가에 대해, 더욱이 이명박 정부 2년 동안 자유와 민주주의 원칙에서부터 인권·복지·생태·안보와 평화까지 온통 일그러진 세상을 겪은 뒤 더욱 북받쳐오르는 무언가에 대해 누구나 할 말이 있을 것이다. 그 안타까움과 염원이 한데 어울려 피어나는 마당을 만들고자 함이다. 4월이 온 지도 한참인데 여태 머뭇거리는 봄도 5월이면 제대로 무르익을 것이다. 독자 제현의 눈물 삼킨 글을 기다린다.
편집장 박용현 pi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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