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충격과 함께 정전. 순간 아비규환. 배가 가라앉는 느낌. 바닷속처럼 검은 절망. 누가 우리를 구하러 오지 않을까. 떠오르는 건 어머니… 자꾸 어머니 얼굴… 어머니와 한 약속들. 서두른다면 금세 구조의 손길이 당도할 수 있지 않을까. 즐거웠던 순간들. 깊은 숨 한 번 들이쉰다. 머지않아 지상을 수놓을 신록. 억울하다. 내가 왜 이런 처지에 빠져야 했나. 전쟁이라도 난 건가. 그럼 구조고 뭐고 불가능한 일 아닌가. 무섭다. 나는 왜 군대에 왔나. 동료들도 있으니, 그것까지 억울해할 일은 아닌 건가. 대한민국에 태어난 죄인가. 긴장의 땅. 북한의 짓인가. 어뢰 공격이라면 사전에 감지할 수 있었을 텐데. 갑갑하다. 왜 내가 이런 처지에 빠져야 하나. 떠오르는 건 어머니…. 어쩔 수 없이 군대 왔는데, 제대라도 무사히 할 순 없는 걸까. 그런 세상은 아직 먼 건가. 아득하다. 도대체 언제까지 우리를 방치할 건가. 나라를 위해 희생한다는 건 뭘까. 무엇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는 걸까. 국가는 그런 자격이 있는 걸까. 나는 아직 젊은데… 보고 싶은 이들이 많은데…. 바다 밑바닥에서 나는 왜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어야 하나. 손 잡아보고 싶은 이들이 많은데…. 이 모든 그리움을 품고 죽을 순 없다. 두렵다. 마지막 꿈으로 평화가 가득한 세상이나 그려볼까. 싫다. 이 모든 의문을 풀 수 있을 때까지 나는 기어이 살아 있겠다. 구조를 부탁한다.
편집장 박용현 pi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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