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뭘까? 바로 ‘팩트’다. 수습기자 시절 귀가 따가울 정도로, 심지어 환청과 악몽에 시달릴 정도로 듣는 단어가 ‘팩트’다. ‘사실’이라 번역되는 이 단어 때문에 오늘도 수많은 기자들이 수면 부족과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 이미 일어난 현상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말하는 것은 어찌 보면 쉽다. 하지만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발굴해 보도하는 일이란 만만치 않은 일이다. 짧은 경험담 한 가지. 수습 시절 서울 시내 한 경찰서에 노신사가 ‘신발 절도’ 혐의로 잡혀왔다. 경찰은 “단순범”이라 했고, 중절모를 쓴 피의자도 “상갓집에서 신발을 잘못 신고 나왔다”고 했다. 그대로 윗선에 보고하고 다른 곳을 취재하던 중 선배에게 연락이 왔다. 그 노신사는 집에 명품 구두 150켤레를 보관해놓은 ‘대도’였던 것이다. 기자들의 ‘의심병’은 괜한 것이 아니다.
최근 ‘트위터 저널리즘’이 각광받고 있다.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사진·문자를 실시간으로 보내며 현장을 중계한다. 트위터를 보고 있노라면 통신사인 연합뉴스의 속보보다 확실히 빠르다. 하지만 이 ‘빠름’에 ‘사실’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지상파 방송사의 유명 여자 앵커가 ‘천안함 침몰사건’을 실시간으로 트위팅 하면서 “해군이 북한 반잠수정으로 보이는 물체를 침몰시켰다”는 대형 오보를 날려 빈축을 샀다. 어떤 기자는 “20여 명 이외 전원 사망”이란 트위팅을 하기도 했다. 얼마 전 한 선배와의 술자리에서 이런 얘기를 또 들었다. “팩트 좀 잘 챙겨라.”
이정국 기자 한겨레 디지털미디어센터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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